매일 아침 아이를 학교라는 작은 사회로 보내며 부모는 늘 마음 한구석이 아련합니다. "오늘 하루 상처받지는 않을까?", "외롭지는 않을까?" 하지만 부모가 아이의 모든 상처를 막아줄 수는 없으며, 때로는 그 상처를 견뎌내는 과정이 아이를 자라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홀로 거친 세상에 던져졌다는 고립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온 세상이 등을 돌려도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아이는 결코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지지가 되어줄 첫 번째 이야기와 그 지지의 진짜 의미를 짚어줄 두 번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조현아 작가의 만화 '연의 편지'는 그림의 힘이 강하고 호흡이 짧아 평소 책과 거리가 멀었던 이들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만큼 다가가기 쉽습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서랍 속에 몰래 숨겨두던 쪽지, 정성스레 우표를 붙여 보내던 편지, 밤새워 손 글씨를 꾹꾹 눌러쓰던 학창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라는 특별한 시간여행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친구를 지키려다 도리어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전학을 온 주인공 '소리'. 마음의 상처로 두려움을 안고 새 책상에 앉은 소리는 누군가 남겨둔 수수께끼 같은 편지 한 통을 발견합니다. 편지에는 환영의 인사와 함께 학교의 지름길과 보건실 이용법 등 다정한 이정표가 담겨 있었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발신인의 편지를 하나씩 찾아가며 소리는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깨닫습니다. 이 낯선 공간에도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단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 사실을 확인한 소리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다시 타인에게 손을 내밀 용기를 얻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소리 역시 누군가에게는 바로 그 '단 한 사람'이 되어 그들을 일으켜 세우기도 했지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때로는 이런 편지가 필요합니다. 거친 세상 앞에서 움츠러들고 두려워질 때, 그 마음을 다독이며 다시 나아갈 용기를 건네는 다정한 편지 말입니다. 그런 편지를 매일 아이의 마음 서랍 속에 꾹꾹 눌러 담아줄 수 있는 사람, 그건 바로 세상 누구보다 아이를 아끼고 믿어주는 부모님일 것입니다.
◆온실이 아니라 들판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에게 향하는 응원과 지지가 타인에 대한 공격과 갈등의 씨앗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아이가 느끼는 작은 불편함을 단 한 순간도 견디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이런 부모들은 아이가 밖에서 겪은 사소한 갈등, 좌절, 서운함을 대신 나서서 제거해 주려 합니다. 내 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한 타인을 원망하고 책임을 외부로 떠넘기는 일명 '기분상해죄'라는 잣대를 교실과 사회에 들이대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은 지지자로서의 부모다운 응원이 아닙니다.
나심 탈레브는 저서 '안티프래질(Antifragile)'에서 외부의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성질을 강조합니다. 그는 시스템을 보호하려는 과도한 개입이 오히려 그 시스템을 가장 취약하게 만든다고 경고합니다. 온실 속에서 작은 바람조차 맞지 않고 자란 생명체는 사소한 환경 변화에도 쉽게 말라 죽고 맙니다. 면역계가 약간의 세균과 독소를 겪으며 강해지듯 인간의 마음 역시 적당한 갈등과 좌절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학습합니다. 그것이 바로 아이의 영혼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맷집을 키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므로 부모의 역할은 아이 인생의 돌멩이를 치워주는 '청소부'가 아니라, 넘어졌을 때 흙을 털고 일어설 수 있도록 버텨주는 '기둥'이어야 합니다.
"세상이 너를 아프게 할 때 다 원망해 줄게"가 아니라, "너에게는 이겨낼 힘이 있고 우리는 그 과정을 변함없이 지지할 거야"라고 말해야 합니다. 부모의 진정한 지지는 아이의 책임을 대신 져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마주할 수 있도록 곁을 지키는 힘입니다.
우리는 자주 '자녀를 위한 마음'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부모로서 감당해야 할 진짜 교육의 무게를 회피하곤 합니다. 환경을 비난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한결같은 노력보다 훨씬 쉽고 즉각적인 도피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녀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나 대신 싸워줄 대리인'이 아니라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갈 용기'입니다. 세상의 거친 바람을 다 막아줄 수는 없지만 그 바람 속에서도 꺾이지 않을 강인함과 다정한 온기를 지닌 영혼을 선물하는 것. 그것이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지지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