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회사가 입점업체 직접계약
아메리카노 4천800원→2천원대 인하
앞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입점업체가 내는 임대료가 매출액 대비 33%에서 8~9% 수준으로 낮아진다. '비싸고 맛없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정부가 휴게소 운영구조 전반을 뜯어고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9일 한국도로공사와 중간 운영업체, 입점업체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를 없애고 공공관리회사가 입점업체와 직접계약하는 방식으로 휴게소 운영체제를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휴게소 운영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휴게소 음식값이 높았던 원인으로는 중간 운영업체가 챙기는 높은 수수료가 꼽혀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매출액 대비 평균 수수료율은 33%, 최대 51%에 달했다. 지난해 도로만족도조사에서 '휴게소 음식이 비싸다'고 답한 비율도 66.9%에 달했다.
이에 국토부는 앞으로 전문 공공관리회사가 입점업체와 직접계약하는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공공관리회사는 내년 초 설립을 목표로 하되, 형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출자하는 출자회사가 될 수도 있고 도로공사가 출자하는 자회사가 될 수도 있다"며 "재정 당국,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며 늦어도 9월 안에는 방침을 확정해 입법과 재정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떤 형태든 도로공사와의 인적 네트워크는 완전히 끊는다는 방침이다.
임대료 인하가 핵심이다. 현재 평균 33% 수준인 임대료 부담을 8~9%로 낮추고, 절감된 비용이 서비스 개선과 가격 인하로 이어지도록 유도한다. 업체 선정 기준도 임대료를 많이 제시하는 업체가 아니라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뽑는 방향으로 바꾼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임대료를 많이 내는 업체가 입찰에서 이기는 구조였지만, 앞으로는 24시간 운영이나 가격 인하 등 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하겠다는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며 "정성 평가와 정량 평가를 결합한 기준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체감 서비스도 확대한다. 밤 10시면 문을 닫던 편의점을 24시간 운영으로 전환하고, 그동안 인근 매장과의 경쟁 우려로 제한됐던 편의점 내 도시락·김밥·컵라면 취식도 가능해진다. 편의점 1+1 할인과 통신사 포인트 적립·사용 혜택도 새로 도입한다. 평균 4천800원인 아메리카노는 실속형 커피 매장 입점으로 2천원 이하까지 낮아질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가격을 일률적으로 낮춘다는 뜻은 아니고, 같은 값에 더 좋은 재료를 쓰거나 양을 늘리는 등 업체별로 다양한 방식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객이 많은 휴게소에는 청년 창업자를 위한 '청년 매장'도 운영한다.
개편된 휴게소는 올해 안에 전국 8곳에서 우선 문을 연다. 신설되는 합천호(상·하행)·월출산 휴게소와 계약이 끝나는 여주·군위·장유·대천(상·하행) 휴게소가 대상이다. 국토부는 이달 중 이들 휴게소에 대한 입찰 공고를 내고 12월부터 임시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계약이 종료되거나 평가에서 탈락해 퇴출되는 휴게소를 포함해 총 100곳까지 공공관리회사가 운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국 200여 고속도로 휴게소 가운데 계약기간이 최장 10년인 점을 고려하면 2030년까지 80~90%가 새 체계로 전환될 것으로 국토부는 전망했다. 다만 민자고속도로 휴게소는 수익 구조가 이미 협약에 포함돼 있어 관리권 회수를 강제하기 어려운 만큼, 신규 민자도로는 협상 단계에서 공공성을 강화하고 기존 노선은 지도·권고 방식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이권 구조 개혁도 병행한다. 도로공사 현직자와 3년 이내 퇴직자, 그 배우자와 직계가족은 입점 입찰에서 배제하고 퇴직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도로공사 퇴직자 단체인 '도성회'는 앞으로 휴게소 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되며, 자회사를 통해 운영 중인 휴게소 6곳도 오는 9월30일까지 매각해야 한다. 지난 5월 국토부 감사에서는 도성회 자회사의 입찰 비위 의혹과 회원 수익금 관련 미지급금 문제가 확인돼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가 각각 진행 중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휴게소는 장거리 운전에 지친 국민이 편안하게 쉬어가는 공간이어야 하나 수십 년간 굳어진 불합리한 구조 탓에 비싼 가격과 아쉬운 서비스라는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며 "연내 개장하는 8개 휴게소를 시작으로 불합리한 구조를 과감히 혁파해 휴게소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