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품은 영화] '데미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조건

입력 2026-07-10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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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의 한 장면.
영화 의 한 장면.

아들의 여자를 사랑한 아버지. 가능한 일일까? 1992년대에 나왔던 엄청난 소재의 영화 〈데미지〉.

"나는 상처 입었어요. 상처 입은 사람들은 위험해요."피조물들의 고백. 미지의 것으로 가득찬 생각. 밤의 피. 밤에 비견될 만한 욕망. 이들은 번민의 함성을 울부짖는다. 그리고 욕정, 그건 지옥의 밑바닥에서 훔쳐낸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다.

소유하지 못할 것을 갖기란...... 그러므로 비록 이상해 보일지라도, 그것은 하나의 의식이고, 본능을 유도하는 영원불멸한 높은 관념이다. 그 관념이 남자의 시선을 맹수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만들고 신경을 곧추세우게 하여 그녀를 관찰하면서 미지의 여인으로 만들어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긴다. 살기 위해선 그녀를 살해해야 한다는 듯이. 그는 잔혹하고 비극적인 격렬함에 자극을 받는다.

그 둘은 알고 있다. 인간들의 위기. 너무도 미친 듯이 격렬하여 그 앞에선 그 어떤 신도 아무 소용없어지는. 우리가 우리 외부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 우리 내부에 있으며,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비밀이라는 것을 말이다. 일단 베일이 벗겨지면 사물이란 단순해 보이며, 지극히 단순한 것이다.

"저를 가지세요. 제 손을 꼭 감아쥐고 제 눈꺼풀을 열어주고, 당신의 가슴을 제 가슴에 기대세요. 당신의 살로 저를 후벼 파세요. 저를 오래 안아주세요. 우리의 입을 느끼지 못할 때까지요. 저를 가까이 느끼도록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저를 마음대로 하세요......그리고 대답해보세요. 여기 나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이 고통을 당신도 느끼겠어요?"

영화 의 한 장면.
영화 의 한 장면.

무거운 어둠 속에서, 그 둘은 알몸의 제물이 되어 자신들의 죄악을 갈기갈기 찢어서 상대방에게 제공한다. 그들 각자가 서로에 대해 하나의 숨 막히는 비밀이란 사실에, 서로의 온몸과 온마음이 황홀함에 도취된다.

그러나 그 둘은 함께 있지만, 서로를 결합시키는 그 무엇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들 사이에는 공허가 있을 뿐이다. 말하고 움직이고 반항하고 미친 듯이 일어서고 몸부림치고 위협을 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고독이 인간을 굴복시킨다.

서로를 향해 극단에 이르도록 호응했지만, 서로의 일부만을 나누었을 뿐 진정 하나가 된 것은 아니다. 그들은 현기증이 날 만큼 각자가 혼자다. 그들은 서로가 은밀하고 긴밀한 사랑으로 공모를 한다고 여기지만, 진실인즉슨, 서로를 알지 못하고, 바라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다. 그들을 묶어주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영화 〈데미지〉는 인간의 가장 어둡고 통제 불가능한 욕망이 어떻게 한 개인과 그를 둘러싼 완벽한 세계를 철저하게 파괴하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야기는 남부러울 것 없는 성공을 거둔 정치인이 아들의 연인과 걷잡을 수 없는 격정적 사랑에 빠져들며 겪게 되는 파멸의 과정을 그린다.

영화를 지켜보는 내내 불안감과 공포를 떨칠 수 없다. 그리고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무겁고 정적인 분위기는 역설적으로 인물들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욕망과 대비를 이룬다. 주인공들이 이 맹목적인 미혹에서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멈추지 않는 그들의 질주를 보며 깊은 무력감과 불안감을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는 인간 본성의 가장 유약하고도 위험한 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인간이 규범과 윤리라는 단단한 껍데기가 통제 불가능한 원초적 본능 앞에서 얼마나 쉽게 부서져 버리는지를 보여주며, 깊고 지울 수 없는 상흔(Damage)을 새긴다.

김유현 영화 다큐작가
김유현 영화 다큐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