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재고, 규정에 없는 징계 당했다

입력 2026-07-04 02:19:42 수정 2026-07-04 02: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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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역사를 망간한 배재"라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쳐 논란의 중심에 선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팀에 규정에도 없는 징계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3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BSA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배재고 야구팀이 최근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사용한 것에 대해 지난 1일 '출전 정지 6개월' 징계를 결정했다. 이번 공정위엔 공정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용식 가톨릭관동대 교수와 강현민 고려대 교수, 박성룡 법무법인차원 변호사, 장세용 가천대 교수 등 공정위원 4명이 참석했다.

KBSA 관계자는 공정위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공정위가 대한체육회 공정위 규정과 KBSA 공정위 규정을 두루 살펴 '경기장 질서 문란행위'를 근거로 징계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여러 방안을 논의한 결과 개인이 아닌 단체(팀)에는 '경기방해'로 적용해 징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 공정위 기준에도 대한체육회 산하 KBSA 공정위 기준에도 '경기방해'로 특정단체나 팀에 징계를 내릴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 받은 대한체육회 공정위 징계 기준과 KBSA 공정위 징계 기준을 보면 경기장 질서 문란행위로 특정단체나 팀에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건 '심판불복 경기방해'와 '경기장 폭행 난동' 두 가지밖에 없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및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나경원 의원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및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나경원 의원실

이 때문에 KBSA 공정위가 '심판불복 경기방해' 항목을 자의적으로 '심판불복 및 경기방해'로 해석한 뒤 '경기방해'만 떼어내 배재고 징계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한체육회 공정위 기준과 KBSA 공정위 기준을 보면 특정 대상을 나눌 땐 '및'이란 부사가 사용된다. 예를 들어 심판 및 선수 등에 대한 폭행, 시설 및 기물 파괴 등의 행위엔 '및'이란 부사가 각 단어와 함께 표기돼 있다.

상황이 이렇자 KBSA는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김혜지 전 서울시의원은 3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들며 KBSA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그는 "KBSA는 언론에 '앞으로 응원 관련 위반 시 퇴장이나 출전정지 기준을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애초 배재고에 징계를 내릴 규정이 없었다는 걸 자인한 결정적 증거"라며 "징계 요건이 없는데 징계 조항을 자의적으로 유추·확장 해석해 무리한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의원은 배재고가 하반기 대회에 나설 수 있도록 관할 법원에 '징계효력정지 가처분' 역시 즉각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전 시의원 외 몇몇 시민단체도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아직 배재고가 KBSA의 징계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라며 "만약에 배재고가 이의신청을 하면 대한체육회에 접수돼 공정위가 징계의 적절성 등을 재심 과정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KBSA는 여러 차례 연락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사건은 배재고와 광주제일고가 맞붙은 지난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발생했다. 배재고 선수 일부가 광주제일고 선수단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구호를 외쳐서였다.

'탱크데이'는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5월18일 진행했던 탱크 텀블러 할인 행사 명칭이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당시 홍보 포스터에 '책상에 탁! 탱크데이'라는 문구를 넣었는데 이 문구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입과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은폐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까지 이 사건에 개입해 논란이 가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