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섬유 부흥 7천억·盧 전국 10곳 혁신도시 조성·文 상생 일자리 창출
김대중 "대구 밀라노 프로젝트에 강한 애착심"…7천억원 대규모 예산 투입
노무현 정부, 전국 10곳 혁신도시 조성…지금도 비수도권 최대 건의사업
구미 찾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 광주형 일자리 이어 구미형 일자리 추진
이재명 정부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호남권 반도체 투자 지원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역대 민주당 정부가 계승해 온 '통합의 정책'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은 지역 분배의 문제를 넘어 국민 통합 메시지를 발신한다는 측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 속 수천조원대의 국가전략산업 투자인 만큼,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특정 지역 편중 정책이 또 다른 지역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대구와 광주가 쌓아온 '달빛동맹'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중 "대구 밀라노 프로젝트, 강한 애착심"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지역에서 추진된 최대 혜택은 '밀라노 프로젝트' 사업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민주당 정권에서 추진된 균형발전 정책의 성과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지만, 통합의 가치와 상징성만큼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광주의 광산업, 부산의 신발 산업과 함께 대구에는 섬유산업의 육성 및 고도화를 위해 2003년까지 재임 기간 5년간 7천억원 규모의 대규모 예산을 대구에 투입했다. 이탈리아의 패션 중심지인 밀라노를 벤치마킹해 대구를 세계적인 섬유와 패션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김 전 대통령의 '동진 정책' 의지에다 대구에 대한 정치적 고려까지 더해져 대표적 지역 특화 사업이 됐다.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당시 "대구를 특색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야겠다. 우리는 해내야 한다"며 "밀라노 프로젝트, 여기에 대해서는 저희가 강한 애착심과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을 여러분이 잘 아실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의사를 밝히며 지역 화합 행보도 이어갔다. 김 전 대통령이 1999년 5월 대구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회 관계자 등과 만나 기념사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를 밝힌 것은 대구경북 포용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혀왔다.
◆노무현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공공기관 이전'은 노무현 정부 초기에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핵심으로 추진된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수립한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따라 전국 10곳의 혁신도시를 조성했고 2012년부터는 153개 공공기관이 전국에 단계적으로 분산 이전됐다.
노무현 정부는 한국전력공사를 전남 나주로 이전하는 등 호남에 굵직한 대형 공공기관을 배치하면서도 권역별 특화 산업을 고려한 공공기관 분산 배치를 통해 균형발전 정책을 고루 폈다.
이에 대구에는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12개, 경북에는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기술 등 13개 기관이 이전해 지역산업육성과 지역인재채용, 지역공헌 등으로 지역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정주 여건 미흡 등과 같은 구조적 한계도 있으나, 지역경제 활성화와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성과를 남기며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지금도 비수도권 지역의 최대 건의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문재인, 구미 찾아 '구미형 일자리' 추진
문재인 정부 역시 '광주형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 설립 등 경제·산업·인재 분야에서 호남 지원 정책을 전략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월 광주형 일자리로 대표되는 지역 상생형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를 역점적으로 추진하자, 확산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고 같은 해 7월 '구미형 일자리'도 출범시키며 사실상 지역 건의를 수용했다.
광주형 일자리의 투자금액은 5천754억원에 직접고용 1천여 명, 간접고용은 1만∼1만2천명에 달한 반면, 구미형 일자리는 이보다는 작은 5천억원의 투자금액과 직·간접고용 1천명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지분이 작은 광주형 일자리와 다르게, LG화학이 대주주로 사업을 이끄는 데다 기업이 직접 투자해 법인을 세우기로 한 점이 한 단계 발전된 정책으로 평가 받으며 지역 경제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구미에서 열린 '상생형 구미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직접 참석해 "광주형 일자리가 상생형 지역 일자리의 영감을 줬다면 구미형 일자리는 이를 큰 흐름으로 만들었다"며 "구미형 일자리가 광주형 일자리와 함께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와 신규투자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구-광주 '달빛동맹'도 흔들리나
이재명 정부의 이번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호남권 반도체 투자 지원을 두고 대구경북 정치권과 경제계 반발이 거세지면서 일각에서는 대구시와 광주시의 '달빛동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이러한 통합 정책을 이어온 영향으로 2009년부터 대구시와 광주시는 오랜 기간 동서상생 협력모델인 달빛동맹을 통해 두 도시 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왔다.
하지만 수도권 일극 체제 속에 비수도권 지역마다 경제 문제가 최대 민감한 현안으로 꼽히는 상황에 이번 정부 발표로 '비수도권 갈라치기' 논란도 일고 있는 만큼, 두 도시 간 관계가 싸늘하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대구상공회의소·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대구경영자총협회·경북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30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프로젝트는 국가 핵심 산업과 대규모 투자가 일부 권역에 집중됨으로써 지역 간 새로운 양극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정부는 특정 권역 중심의 산업 육성이 아니라 준비된 모든 지역에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국가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