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봉 소설가
"책 좀 읽어라. 책 좀."
내가 중학생 때였다. 빈둥거리던 동생에게 엄마의 잔소리가 날아들었다. 엄마는 이불 속에서 책을 넘기던 나를 가리키며 동생을 압박했다. 두 살 터울의 내 동생은 억울한 표정으로 항변했다. 형은 만화책 읽는다고. 난 머쓱했지만 관둘 수 없었다. 명탐정 코난이 살인 사건의 전말을 모두에게 밝히는 결정적인 장면이었기에.
엄마는 만화책이라도 읽으라는 말을 남긴 후 살림의 세계로 돌아갔다. 난 코난이 해결할 다음 사건으로 건너갔고 얼마 후 그의 라이벌이었던 소년탐정 김전일까지 섭렵했다. 이어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루팡' 시리즈를 읽으며 추리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30년 후 나는 도서관에서 일하며 '소설 비슷한 것'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여름을 예감하는 6월이 되자,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다. 한국을 포함해 18개국 530여 개 출판사와 관련 단체가 참여한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전임을 다들 잘 알 것이다. 오픈런으로 인해 코엑스 앞에 입장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다. 대략 16만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직장인들은 연차까지 내고 도서전에 들러 한정판 도서와 굿즈를 샀다.
한 신문 기사를 보니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38.5%로 2023년 대비 5% 가까이 떨어졌다고 한다. 책 판매도 매년 줄어드는데 도서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상한 상황은 대체 무엇 때문일까? 누군가의 말처럼 책을 읽는다는 독서의 본질이 훼손됐기 때문일까? 패션 아이템이 되어버린 한정판 도서, 인스타그램 인증용 굿즈를 사기 위해 줄까지 서는 현상은 혀를 차며 걱정해야 할 일인 걸까?
책은 작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출판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책은 독자를 위해 존재하며 독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독자들이 줄 서서 책과 굿즈를 사는 이유는 '독서가 멋진 행위'라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독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알고 있다. 어떻게 설명해도 부족할 만큼 멋진 세계가 책 속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단지 문을 여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놀랍게도 명탐정 코난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연재 중이다. 나는 이불 속에서 만화를 읽으며 이 멋진 세계로 뛰어들었다. 이제는 창작하는 사람이 됐지만, 여전히 나도 독자의 한 사람이다. 축제의 열기가 가라앉으면 독자들은 다시 각자의 방으로 돌아갈 것이다. 책 표지와 굿즈에만 만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눈앞에 놓인 그 문을 열어 삶의 진실을 엿보고 함께 울고 웃고 상상하며 어딘가를 여행하는 독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세상이 변해도 우린 어떻게든 책을 읽는다. 독서는 여전히, 멋진 일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