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라는 참담한 성적표와 함께 한국 축구는 거대한 폭풍에 직면했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그것이 결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지금 축구계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력이 아니라, 투명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총체적 부실이 초래한 예견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正當性)의 훼손이다.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은 축구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중징계 요구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며, 전력강화위원회가 홍 감독을 1순위 후보로 선별할 때 명백한 위법성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의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의 불법성이 확인된 셈이다. 밀실 행정과 특혜 의혹으로 얼룩진 감독 선임이 대표 팀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월드컵 조기 탈락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의 수사 지연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서울경찰청은 이와 관련해 업무방해 및 직권남용 등 총 8건의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으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몽규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행정소송과 형사재판 절차를 지켜보느라 늦어졌다는 경찰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수뇌부의 사퇴로 모든 책임을 덮고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경찰은 이제라도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부당한 개입이나 직권남용이 있었다면 그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축구 행정의 신뢰(信賴)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