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국가 산업전략이 바뀌면 가장 먼저 변하는 것은 기업이 아니다. 사람이고, 대학이다. 최근 정부가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차세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초격차 산업 육성 전략과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향후 20~30년 대한민국의 성장축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국가 전략이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발표에서 대구·경북은 국가 미래산업의 중심축이라기보다 보완적 거점으로 위치했다. 국가 차원의 3대 메가프로젝트가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대구·경북은 국가 전략의 중심축이라기보다 지원 거점 정도로 인식되는 모습이다.
물론 대구·경북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미래모빌리티, 로봇 등 기존 산업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 미래산업을 상징하는 대형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비켜선 것은 지역민들에게 적지 않은 위기의식을 안겨주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발표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간 연구개발 투자와 기업 입지, 우수 인재의 이동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가 전략에서 중심축이 되는 지역은 더 많은 기업과 연구기관, 인재를 끌어들이게 되고, 그렇지 못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산업정책은 기업만 움직이지 않는다. 연구개발 예산이 이동하고, 기업이 이동하며, 연구자가 이동하고, 결국 청년이 이동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대학이 있다. 산업지도가 바뀌면 대학의 지도도 바뀌는 것이다.
지금 지역대학이 처한 위기를 흔히 학령인구 감소에서 찾는다. 물론 학생 수 감소는 중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산업과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 연구개발 투자 집중, 청년들의 수도권 선호, 그리고 오랫동안 고착화된 대학 서열 구조에 있다. 대학의 경쟁력이 약해서 지역이 쇠퇴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성장 기반이 약화되면서 대학도 함께 어려워지고 있는 측면이 크다.
그런데 정책은 종종 다른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대학 평가를 강화하고,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산업 구조는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고 수도권 집중 역시 교육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결국 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은 대학이 된다.
그 결과 위기의 원인은 지역 밖에 있는데, 압박은 대학 안으로 내려온다. 교수에게는 더 많은 논문을 요구하고, 대학에는 더 높은 취업률과 더 많은 산학협력을 요구하며, 대학본부는 새로운 재정지원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한다. 지역대학은 지역을 혁신하기보다 정부 사업에 맞추어 대학을 운영하는 데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물론 재정지원사업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사업이 목적이 되는 순간이다. 지역을 살리기 위한 사업이어야 하는데, 사업을 따기 위해 대학이 존재하는 것처럼 운영된다면 본말이 전도될 수밖에 없다. 사업은 끝나지만 대학은 남고, 대학이 남아야 지역도 남는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지역대학을 동일한 평가 기준으로 줄 세우기보다 지역별 산업과 여건에 맞는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단기 성과를 경쟁시키는 방식으로는 지역혁신도, 대학혁신도 이루기 어렵다. 지역에는 지역만의 산업 전략이 있고, 대학에는 대학만의 축적 시간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수도권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국가 메가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지역에도 세계적 연구와 산업 혁신의 거점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지역대학은 그 기반이다.
이번 3대 메가프로젝트는 대구·경북이 무엇을 잃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 아니다.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국가 전략은 준비된 지역을 선택한다. 지역대학 역시 정부 사업의 수혜자를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 산업과 인재 전략을 먼저 제안하는 전략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가 전략은 준비된 지역을 선택한다. 이제 지역대학은 정부가 그려주는 지도 위에서 경쟁할 것인가, 아니면 지역의 미래 지도를 함께 그리는 전략기관이 될 것인가. 메가프로젝트 시대, 그 선택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