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폭등해도 투자경고는 '0'…거래소 '시총 100위 면제' 규정 도마 위

입력 2026-06-25 09: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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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시총 100위 이내 종목 투자경고 대상서 전면 제외
삼전닉스 이례적 급등에도 투자경보 및 과열 신호 못 보내
현행 체계, 투자자 보호 기능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단 비판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여의도사무소 전경. 한국거래소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여의도사무소 전경. 한국거래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최근 극심한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경고 지정을 사실상 차단한 한국거래소의 시장경보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거래소가 지난달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을 투자경고종목 지정 대상에서 사실상 전면 제외하는 규정을 개정함에 따라 시장 과열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제때 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시가총액 상위 100위 이내 종목을 투자경고 지정 대상에서 사실상 전면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시장감시규정 시행세칙 개정안을 시행했다.

투자경고 지정은 주가가 단기간 급등하거나 이상 거래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과열 위험을 알리기 위한 대표적인 시장경보 장치다. 지정 시 매수 위탁증거금 100% 납부 의무와 신용융자 매수 제한이 뒤따르기 때문에, 과열 종목에 추가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해 말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시총 상위 100위 종목에 대해 초장기 상승 및 불건전 투자 우려와 관련한 일부 요건에만 투자경고 지정을 제외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자 관련 규정을 추가로 손질했다.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일반 종목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개정을 통해 시총 상위 100위 종목을 모든 투자경고 지정 요건에서 제외하도록 예외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는 사실상 시장경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여기에 새 규정을 신설해 시장 상황의 급변이나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시장감시위원장이 투자경고종목 지정 및 지정예고가 현저하게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시총 상위 100위에 들지 않는 종목이라도 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지정 대상에서 빠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거래소 측은 당시 개정 배경에 대해 "최근 국내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시총 상위 대형주들의 투자경고 지정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가 급등으로 투자경고 지정 기준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 대형주들이 늘어나자, 거래소가 사후 대응이 아닌 '선제적 면제'라는 방식으로 규정을 바꿔버린 것이다.

그러나 투자경고 제도는 투자 위험 경고에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거래소의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거래소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의 유동성과 시장 영향력을 고려해 예외 범위를 확대했지만, 최근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기적 수급과 극심한 변동성이 나타나면서 오히려 투자자 보호 기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되면서 두 종목은 사실상 투기적 매매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허용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등장하면서 상승 국면에서는 투자 수요를 증폭시키고 변동성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은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거래소가 지난달 시장경보제도 운영 기준을 개정한 이후 시장경보 조치는 단 한 차례도 내려지지 않았다.

문제는 거래소가 시장 과열을 감시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경보 장치를 약화시켰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투자경고 지정 여부 자체가 투자 판단의 중요한 참고 지표로 활용됐지만, 현재는 시총 상위 종목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자들이 해당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투자경고 지정이 주가 상승을 막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투자 위험을 알리는 최소한의 경고 장치라는 점에서 제도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정 종목의 건전성을 보장하는 역할은 아니더라도, 과열 가능성을 시장에 알리는 기능까지 없애는 것이 과연 투자자 보호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거래소가 최근 수년간 개인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강화를 강조해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규정 개정은 그간의 정책 방향과도 배치된다. 투자경고 지정은 직접적 매매 정지 조치가 아닌 만큼,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면제 혜택을 부여할 필요가 있었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거래소가 대형주에 투자경고를 발령해 시장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 아니냐"라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말 SK하이닉스 투자경고 지정 당시 시장 혼란이 컸고 제도 실효성 논란도 일었던 만큼, 거래소가 유사한 상황의 재발을 피하고자 규정 자체를 바꿔버렸다는 시각이다. 투자자 보호가 아닌 '거래소 편의'를 위한 규정 개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경고종목 지정은 거래를 제한하거나 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에게 해당 종목의 가격 상승 속도와 거래 양상이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났다는 점을 알리는 경고 기능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흐름만 봐도 투자자들에게 위험 신호를 전달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었던 만큼 현행 시장경보 체계의 실효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