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국 청년농부, 영양 고추특구서 고추 생산성 ↑
이경하 청년농부, 김천 양파특구서 기계화로 노동력 ↓
청년농업인 조민국(36) 씨와 이경하(38) 씨는 경북 농업대전전환 프로젝트의 한 축인 '특화작목특구' 사업에 참여해 농업 구조를 바꿔나가고 있다. 특화작목특구는 각 지역 대표 특화작목에 정밀영농 신기술을 적용해 생산성과 소득을 향상시키는 사업 모델이다.
〈조민국 청년농부〉
2020년부터 영양군 영양읍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다. 규모는 하우스 20동(7천273㎡), 노지 1만3천223㎡ 정도 된다. 농업과의 인연은 2011년 군 제대 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면서시작됐다. 여기서 8년 간 나무 관련 직종에서 일했고 직업전문대(metropolitan tafe)에서 원예 과정도 전공했다. 귀국 후 조경업체에 일하기로 돼 있었는데 문득 내 농장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틀었다. 고향은 울산으로 영양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다. 귀농 후보지 중 제일 마지막에 찾은 곳이 영양이었고 이 곳의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선택하게 됐다.
◆고추특구 선정으로 신기술 도입
여름철 고온성 작물인 고추는 기상장애(혹한·가뭄·호우·태풍)와 병해충(탄저병·역병·칼라병 등)에 취약해 노지재배 시 수량 감소와 품질 저하 문제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북농업기술원과 영양군농업기술센터는 2024~2025년 영양 고추특구 사업을 추진했다. 기술원 산하 영양고추연구소에서 개발한 고깔형하우스와 칼라병 종합방제 체계를 도입하고 우량묘를 생산할 수 있는 공동육묘장을 만든 것이 이 사업의 골자다.
고추 농사를 짓고 있던 조민국 씨도 다른 농가들과 함께 특구 사업에 참여하면서 신기술의 혜택을 한껏 누렸다. 자동개폐 고깔천장이 설치된 고깔형하우스는 여름철 하우스 내부 온도를 일반하우스 대비 5~8℃ 낮게 유지해 고온 피해를 줄였고 동시에 강우로 인한 탄저병과 역병도 감소시켰다. 또 ICT 정보통신기술이 적용된 공동육모장은 자동 온·습도 제어와 무인 방제,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는 스마트 건조를 가능케 했다. 처음엔 시행착오도 일부 있었지만 점차 생산성 향상과 소득 증가로 이어져 참여 농가 모두 만족해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안정적인 소득구조를 추가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방앗간을 열 예정이고, 올해와 내년에는 고춧가루 가공과 온라인 직거래도 할 생각이다. 중장기적 목표는 고추와 연관지을 수 있는 지역 농산물들을 함께 판매하는 것이다.
◆경험 후 자기 만의 농법 구축해야
영양으로 귀농해 제대로 정착하는데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선배 농업인, 마을 어르신, 영양군농업기술센터 등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에게 "왜 이렇게 외진 곳에 농사를 지으러 왔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농업으로 노후를 일찍 준비하기 위해서"라는 게 한결같은 그의 답이다. 농업 안정기에 들어서면 경제적으로 걱정할 일이 크게 없을 것이고 그러면 시간적 자유로움도 생길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 농업은 '자유로움'의 의미다.
현재 6년차 농업인인 그는 선배로서 처음 시작하는 청년농업인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새로운 작물과 좋은 시설에 눈 돌리지 말고 정착하고자 하는 지역의 기존 농가에서 일하며 관행 농법을 먼저 배우라는 조언이다. 자신 또한 처음 영양에 왔을 때 군청에 가서 "농사를 지어봐야 귀농을 할 지 안 할 지 결정하지 않겠냐"며 일자리 소개를 부탁했다. 이렇게 먼저 현지에서 농사 체험을 하며 지원정책은 어떤 것이 있나 알아보고 어떻게 시작할 지에 대한 기준도 세워나갔다. 이후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현재는 자기 만의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위한 귀농 6년 연차별 지침도 들려줬다. ▷귀농을 한 첫 해는 견습생처럼 배우며 살아라 ▷귀농을 한 두 번째 해는 숙련된 일꾼이 되어라 ▷귀농을 한 세 번째 해는 2년 동안 준비했으니 독립해라 ▷귀농을 한 네 번째 해는 도전에 주저하지 말고 나를 믿어라 ▷귀농을 한 다섯 번째 해는 나를 의심하지 마라. 열심히 하면 된다 ▷귀농을 한 여섯 번째 해는 나 또한 계속 진행 중이니 노력하고 또 노력해라 등이 그것이다.
그는 "귀농의 여정은 하나하나 쌓아서 세상에 하나 뿐인 본인 고유의 농업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라며 "겸손하게 바닥부터 기술을 배우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며, 나를 믿고 흔들림 없이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경하 청년농부〉
김천시 구성면에서 양파 농사(2만9천752㎡ 규모)를 짓고 있는 2년차 청년농업인이다. 지난해가 아버지 농사를 도우며 배우는 과정에 가까웠다면 올해는 비로서 '내 농사'를 짓는다는 마음이 드는 해로 책임감이 남다르다.
◆외면했던 농사로 다시 왔다
농사는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힘든 농사일을 워낙 많이 경험했기에 반감이 컸다. 그래서 고향인 김천에서 최대한 멀리 나가고 싶었고 그 계획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갔다.
첫 직업은 게임 기획자였다. 어려서부터 유일하게 하고 싶었던 직업이었지만 이를 지속하기엔 삶의 가치랄까 이런 것과 상충되고 허무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만뒀고 새로운 길을 찾던 중 지인의 소개로 오토바이 관련 장비를 수입·판매하는 회사에서 들어가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후두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돼 회복은 했지만 쇠약해진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그래서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귀향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농사일만 해온 부모님은 쉴 줄을 몰라 몸이 좋지 않아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어머니 혼자라도 일을 할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귀농을 결심하고 보니 그렇게 싫고 피하고 싶었던 농업이 예전 만큼 그리 나쁘게 다가오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다.
퇴사를 앞두고서는 막연히 내려가기보다 최소한의 준비는 해야겠다 싶어 농업에 대한 여러 정보를 찾아보고 교육도 알아보러 다녔다. 그러다 한 농업법인(농촌 인력 파견 회사)에 취업해 매니저로서 인력 관리 및 영업 등의 업무를 맡아 했다.
이후 2021년 3월 김천으로 이사를 해 부모님 농사일을 도와드렸는데 농업을 좀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바로 전주에 있는 한국농수산대학교에 들어갔고 학업을 마친 지난해 2월부터 김천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농업법인 설립이 목표
아내와는 귀농 전 서울에서 만나 결혼했다. 다니던 교회에서 10년 이상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계획한 귀농을 1년 반 앞둔 시점에 고백해 연애 7개월 만에 부부가 됐다. 아내는 막상 서울을 떠날 때가 되자 많이 아쉬워했지만 자신의 선택을 존중해주는데는 변함이 없었다. 늦은 나이에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도, 귀농 후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아내가 지지해준 덕분이다.
그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귀농해서는 절대 아내에게 농사일을 시키지 않겠다 결심했다. 낯선 농촌에 내려와 함께 살아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몸고생까지 시킨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더욱이 어릴 때부터 엄마가 힘들게 농사짓는 모습, 또 부모님이 함께 일하며 싸우는 것을 무수히 봐왔기 때문에 자신의 아내 만큼은 그런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 결심대로 현재 농업 현장 일은 전적으로 본인이 맡아서 하고 있다. 마침 양파 농사도 재배 전 과정에 기계화가 적용돼 노동력이 예전 만큼 들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경북농업기술원과 김천시농업기술센터에서 추진하는 양파 특화작목특구에 참여하면서 기계화 전환율이 더욱 높아졌다. 플러그 육묘 시스템 덕분이다. 이는 환경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시설을 활용하는 것으로, 생력화(기계화·무인화로 노동력을 줄임)와 생산비 절감 효과가 크고 균일한 우량묘 생산이 가능하다.
그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농업 소득이 발생하는 단계인데, 단기적으로는 재배 면적 확대와 기계화 전환율 제고를 통해 수익을 점차 늘려나갈 것"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농업법인을 설립해 생산부터 저장, 가공, 유통까지 확장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특화작목에 기술 더하다〉
'특화작목특구'는 지역별 고소득 특화작목에 맞춤형 기술을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생력화 기술로 경영비를 절감하며, 품질을 고급화하는 경북 농업대전환 프로젝트다.
이에 맞춰 경북농업기술원은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우선 2024년부터 1년간 문경 오미자특구, 경산 복숭아특구, 영양 고추특구, 칠곡 참외특구에 정밀영농 신기술을 적용한 '생산성 향상 모델'을 도입, 생산성을 1.7~3.3배 향상시켰다.
2025년부터 2026년까지는 김천 양파특구, 상주 포도특구, 의성 자두특구, 고령 딸기특구를 대상으로 '생력화 기술모델'(노동력 줄여 경영비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노동력이 50~87%나 줄어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2026년부터 2027년까지는 포항 아열대작물특구, 경주 체리특구, 구미 멜론특구, 울진 버섯특구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안정적 생산을 위한 '품질 고급화 모델'을 진행한다.
김병구 경북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특화작목특구 담당자)는 "특화작목특구는 특화작목에 적합한 신기술로 경북 농업의 체질을 바꾸는 사업"이라며 "기후변화나 인력난 같은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고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특구별 맞춤형 신기술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