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12일 국무회의에서 포항 형산강 해송어촌계 사례를 직접 거론하며 "공공이 합법화해 줄 생각을 해야지 무조건 철거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강하게 비판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특정 지역 어촌계 현안을 국무회의 석상에서 지목한 만큼 관계 부처의 신속한 후속 조치가 기대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행정안전부 등 중앙 부처에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이나 포항시에 내린 별다른 지시 사항은 없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일선 행정에 아무런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한 셈이다.
현재 어민·포항시·낙동강유역환경청은 기존 노후 시설물을 철거하는 방향에 모두 동의한 상태다. 쟁점은 철거 이후다. 어민들은 1960년대 중반부터 생계를 이어 온 형산강 하구 어업 터전을 지키기 위해 필로티 구조 또는 부유식 시설물로 대체 건립하자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태풍 등 자연재해에도 안전하고, 하천 흐름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 구조물이라는 게 어민 측 주장이다.
그러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선박이 접안하는 계류시설은 법적 허용이 가능하지만, 필로티 구조든 부유식이든 하천 변에 육상 시설물을 신규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청은 "법이 허용하지 않는 행위이고 아직 상부기관에서 명령이 하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의로 승인을 내줄 수는 없다"는 원칙론을 반복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하천법의 구조적 공백으로 보인다. 형산강은 국가하천으로 분류돼 있어 하천법의 적용을 받는다. 현행 하천법은 국가하천 구역 내에 어업 관련 육상 시설물을 신규로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 자체가 없다. 환경청 입장에서는 법이 허용하지 않는 것을 승인할 권한이 없다. 어민들이 요구하는 대체 시설 건립은 결국 하천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다.
대통령 발언이 행정적 실행력으로 이어지려면 행안부 또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법 개정을 주도하거나 특례 근거를 마련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어느 부처도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도 전무한 상태여서, 올해 내 법적 해결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는 시각이 많다.
이쯤에서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은 진심이었는가, 아니면 여론을 달래기 위한 즉흥적 언급이었는가. 국무회의 발언은 단순한 소감 표명이 아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특정 현안을 공개적으로 지목하고 방향을 제시했다면 그 말은 행정 전체를 움직이는 신호탄이 돼야 한다.
한 달이 지나도록 관계 부처 어느 곳에서도 공문 한 장 내려가지 않았다. 말은 있었지만, 행동은 없었다는 의미다. 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논리도 납득하기 어렵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때 그것을 고치는 것이 입법부와 행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다. 하천법이 어민들의 삶터를 상상하지 못한 채 만들어졌다면 지금의 국회와 정부가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 "법에 근거가 없다"는 말은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행정 절차를 따지는 사이 해송어촌계 어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합법화를 주문했는데 막상 어민들 손에 쥐어진 것은 올해 연말까지 유예된 철거 명령뿐이다. 12월 31일 이후 아무런 법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철거 집행이 재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60년 가까이 형산강 하구를 터전 삼아 살아온 어민들에게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 동안 시간만큼은 멈추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