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강화하는 부동산 과세(課稅) 조치를 예고하고 나서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유독 높은 부동산 거래세가 이미 숨통을 틀어막고 있는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동시에 올리는 정책은 매도 유인을 완전히 차단해 시장을 얼어붙게 할 뿐이기 때문이다. 사실 거래세와 보유세는 한쪽을 높이면 다른 한쪽은 낮춰 상호 보완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두 세금을 동시에 인상하는 것은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고 결국 전·월세 가격 상승 등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는데도 정부는 막무가내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SNS를 통해 반도체 호황 등으로 발생한 시중 유동성의 부동산 유입을 막기 위해 과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앞서 이재명 대통령 역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낮다며 증세 시그널을 냈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오는 7월 말 발표할 세제 개편안에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안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설이 유력하다.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들이 보유세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 단골로 내세우는 지표가 실효세율이다. '토지+자유 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3%)의 절반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보유세 실효세율은 부동산 가격 대비 실제로 내는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비율이다. 하지만 이 통계는 학계는 물론 국회예산처마저도 올 3월 국가별로 상이한 부동산 자산가치 산정 방식을 무리하게 대입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국제적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을 보면 한국은 0.87~1.0% 수준으로 OECD 평균(0.95%)과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취득세 등 거래세(GDP 대비 1.5%·세계 1위)와 양도소득세(0.66%·세계 3위)를 모두 더한 전체 부동산세 부담은 GDP 대비 3.03%로 세계 최상위권으로 결코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지방에 있다.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는 일률적인 규제가 가뜩이나 심각한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를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주택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다주택자의 상당수는 서울 강남이 아닌 지방의 아파트나 비아파트(연립·다세대 등)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2, 3주택자의 절반은 지방 주택만 소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획일적인 양도세 중과와 대출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매수층이 급감한 지방 주택시장은 고사(枯死) 직전에 몰리고 수도권의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만 심화했다.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발상은 역대 정부에서 예외 없이 실패했다. 시장 안정은 수요·공급 원리 회복이 먼저다. 정부는 보유세 인상 논의에 앞서 과도한 취득세와 양도세 등 전체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선행해야 하며, 지역과 주택 유형별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한 데이터 기반의 차등(差等)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의 정책적 실수를 되풀이하기에는 서민 경제가 마주한 전·월세 시장의 불안과 지방 경기 침체의 골이 너무나 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