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TV조선 고문·영남대 특임교수
인간 세상에서는 좋은 일이 좋게 끝나는 법이 드물다. 호사다마(好事多魔)다. 지금 우리 반도체가 그렇다. 반도체는 세계 최고의 선진국으로 비상할 수 있는 여의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성장률 1.1%로 나라의 앞날이 암울했다. 그런데 반도체 호황으로 OECD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기적같다.
하지만 반도체 초과 이익 성과급을 둘러싸고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렀다. 다행히 파국은 면했다. 하지만 극소수만 거액을 챙기고 대다수 국민은 깊은 상실감에 시달렸다. 그런데 이제 두 번째 해일이 몰려오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400~1천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를 광주·호남에 조성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왜 광주·전남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8일 SNS에서 망국적 수도권 집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이 지역이 정치적 목적으로 소외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광활한 토지,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갖춘 반도체 생산 최적지다.
이 대통령은 이게 절대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광주·전남이 아직도 소외된 지역인가?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 정부는 네 차례나 집권했다. 20, 21, 22대 총선에서 3연승을 거두며 수도권까지 싹쓸이했다. 광주·전남이 주축인 민주당은 지금 우리 사회의 주류다. 그 반면 대구·경북은 영남 자민련으로 몰락했다. 12·3비상계엄 이후 내란 세력으로 몰리고, 지난해 대선과 올해 지선에서도 패했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 총생산(GRDP)은 1995년부터 30년째 꼴찌다. 전국에서 제일 못산다. 물론 한 번도 집권하지 못한 충청과 강원도 있다.
그리고 광주·전남은 반도체 공장 최적지인가? 광주·전남 재생에너지의 46.6%는 태양에너지다. 전력 생산이 불안정하다. 그런데 반도체 생산에서는 100분의 1초만 전기가 끊겨도 치명적이다. 영산강 유역의 자체 용수 공급 능력은 27%에 불과하다. 깨끗하지도 않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인프라는 전국에서 가장 취약하다. 조건만 따지면 차라리 영남이 낫다. 원전의 76%가 집중돼 있다. 낙동강 수량도 풍부하다. 구미는 과거 삼성전자의 핵심 전자 생산기지였다. 충청 역시 반도체 생산의 최적지 중 하나다.
게다가 정부는 광주·전남 통합에 따라 매년 5조원, 4년간 20조원의 재정도 지원할 예정이다. 공공기관도 집적 배치할 계획이다. 대구·경북은 가장 먼저 행정 통합을 추진했지만, 민주당의 비협조로 결국 실패했다. 앞으로 희망도 없다.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다음 지방선거까지는 불가능"하다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왜 이런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걸까. 이번 지선 후 일부 민주당 지지자는 "대구 시민들은 이재명 정부에 뭔가를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시민들이 후회하게 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게 꼭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정치권이 이런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더욱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대통령은 호남 권리당원들의 절대적 지지가 목마르다. 정청래 전 대표가 다시 당권을 쥐면 공소 취소는 불투명해지고 바로 레임덕이기 때문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닥치고 무조건 호남'이라고 보는 이유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이 대통령은 '돼지'라고 본다.
사실 이번 지선에서 대구 유권자들은 이런 사태까지 감수하기로 각오한 것이다. 다만 도가 지나치다. 그런데 이번이 끝이 아닐 것이다. 대구·경북의 정치적 영향력이 무시해도 좋을 만큼 미미하기 때문이다. 윤어게인에 머무는 한 이런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가까스로 승리한 서울시장 선거는 장동혁 대표 없이 치렀다. 부산 북갑은 사실상 장 대표와 싸운 선거였다. 대구·경북이 윤어게인을 고수하면 낙동강 전선에서 고립될 건 명약관화하다. 정치의 세계에서는 힘의 균형이 곧 정의다. 이걸 회복하지 않으면 모든 게 계속 서쪽으로 갈 것이다. 정치적 중력의 법칙이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