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환자, 병원 8곳에서 수용거부…"배후 진료 불가"
"1차 응급 처치 후 치료 가능한 기관으로 이송해야"
책임 소재때문에 치료 완료 못하는 환자는 거부
정부가 응급실 과밀화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중증 응급환자가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의료계는 단순히 병상과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응급처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 부담을 줄여주는 의료진 면책제도 마련이 응급의료체계 정상화의 선결 과제라고 지적한다.
지난 17일 경북 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40대 여성 A씨가 팔 골절과 손가락 절단, 두피 열상 등 중상을 입었다.
A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사고 발생 40여 분 만에 구조됐지만 이후 1시간가량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했다. 구급대원이 대구·경북 지역 8개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모두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병원은 '배후 진료 불가'를 이유로 들었다.
결국 9번째로 연락한 칠곡경북대병원이 환자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A씨는 응급실로 이송될 수 있었다.
칠곡경북대병원 역시 배후 진료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심한 열상으로 출혈이 계속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우선 응급처치를 위해 환자를 받아들였다.
병원은 A씨의 출혈을 멈추고 머리 부위 상처를 봉합하는 등 1차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이후 환자 상태가 안정되자 수지접합과 정형외과 수술이 가능한 대구 W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다.
의료계는 이 같은 응급실 수용 거부의 배경에 의료진이 떠안고 있는 책임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우선 수용해 응급처치를 시행한 뒤 전문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배후 진료가 어려운 환자를 수용했다가 전원하는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응급처치를 시행했더라도 이후 환자 상태가 악화되거나 치료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의료 현장에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응급환자 수용 거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에 대한 면책 장치가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창호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재는 응급처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책임 부담 때문에 의료진이 환자 수용을 망설이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응급처치에 대해서는 의료진이 보호받을 수 있는 면책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이 책임에 대한 두려움 없이 환자를 먼저 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응급실 수용 거부 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1차 거점병원에서 소생술과 지혈 등 긴급 처치를 마친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권역외상센터나 상급종합병원이 의무적으로 환자를 인계받도록 하는 국가 주도의 강력한 전원 조율 및 책임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며 "응급의료기관 간 역할을 명확히 하고 전원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