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선관위 기강 도마…이 시국 골프연습, 100일 무단결근까지

입력 2026-06-14 14: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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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관리 부실 선관위, 선거철 휴직 급증·해외 출장 등 논란 반복
해외 출장 절반 이상은 유럽행…고위 공무원 승진도 빨라

지난 10일 S대구 중구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안에서 한 남성이 골프 스윙 연습 중인 영상이 온라인상 공유돼 논란이 일었다. SNS 캡처
지난 10일 S대구 중구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안에서 한 남성이 골프 스윙 연습 중인 영상이 온라인상 공유돼 논란이 일었다. SNS 캡처

6·3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날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관리위원회 조직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번지고 있다. 선거 당일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가 동나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거나 장시간 대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검·경의 압수수색 등 선관위 전반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청사 내 골프 연습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조직 기강 해이와 운영 체계 전반에 대한 거센 지적이 잇따른다.

◆개인정보 유출…골프 연습도

대구 선관위의 조직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선거공보 발송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에 한 직원의 기강 해이 모습이 SNS에 퍼지며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 중구선거관리위원회 청사 내부에서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골프 스윙 연습을 하는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됐다.

대구시선관위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복무 규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돌아선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번 논란은 개인의 단순한 일탈이 아닌 선관위 조직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온라인에서는 "세금이 아깝다", "선거 관리도 못 하면서 골프 연습이냐", "신의 직장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최근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선관위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에 기름을 들이부은 셈이다.

이보다 앞서 달성군 화원읍선관위에서는 지역 한 아파트 내 44세대(80명)에 배송해야 할 선거공보가 누락됐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해당 선거인들에게는 공문으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사실을 뒤늦게 알리는 등 허술한 공보물 관리 실태를 내보였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이 같은 독립성이 오히려 외부 통제의 사각지대를 만들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감사원의 일반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되고 국회의 견제 역시 제한적인만큼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비춰진다.

감시망이 없어 조직 내부의 업무 긴장도 역시 떨어지다보니 실제 선거철마다 휴직자가 급증하는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올해 5월 말 기준 선관위 휴직자는 181명으로 전체 정원의 약 6%에 달했다.

이는 이번 지방선거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치러진 2022년에는 3월부터 6월까지 휴직자가 200명을 넘었고, 선거가 없는 시기에는 다시 감소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선거를 관리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휴직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유성 해외출장, 승진도 빨라

해이해진 기강은 복무 비위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강원선관위 소속의 한 직원은 연차 승인 없이 10박11일간 일본 여행을 떠나고, 이미 사용한 연가 25일치를 '셀프 결재'로 병가로 바꿨다. 이런 방식으로 무단결근 100일, 허위 병가 81일 등을 정상 근무 처리해 급여 3천8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해외출장 문제도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선관위 공무국외출장 자료를 보면 지난해 9~11월 석 달 동안 선관위 직원들의 해외 출장은 19건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유럽 지역이었다.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역시 지난해 덴마크와 스웨덴을 방문해 선거제도 운영 사례를 살펴봤다. 선관위는 개표 투명성 강화와 선거제도 연구 등을 출장 목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최근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거 관리 부실 논란이 잇따르면서 출장의 성과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선관위는 다른 공직사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승진 기회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 지방직 9급 공무원이 간부급인 5급으로 승진하려면 30년 가까이 걸리는 반면, 선관위 9급 공무원은 20년이면 5급 승진이 가능하다. 최고위직인 1급까지 갈 가능성도 다른 조직에 비해 훨씬 높다.

대구시의 한 고위 공무원은 "선관위는 승진 기회와 해외 파견 기회가 많아 공직사회 안에서도 '신의 직장' 취급을 받는 조직"이라며 "특히 재외선거관은 1년 안팎 동안 해외에 체류하며 외교관 수준의 처우를 받지만 실제 업무 상당수는 선거 관리가 아닌 재외국민 선거 홍보와 교민·향우회 인사 관리에 집중된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