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이른바 '3고(高)' 위기가 민생 경제를 옥죄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지나치게 안일(安逸)하고 단편적이어서 우려스럽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1천55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에 대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일시적이라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내 주식시장의 호황으로 외국인들이 자산 비중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팔고 달러로 환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기적 수요 요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말처럼 외국인의 차익 실현이 최근 환율 급등의 직접적 '트리거'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원화 약세를 단순히 단기적 수급 문제나 주가 상승의 부산물로 치부하는 것은 위험한 오판(誤判)이다. 벌써 원화 약세는 수개월째 추세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고환율 기저에는 훨씬 더 깊고 구조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 격차, 그리고 기업들의 해외 투자 급증이 맞물린 결과다.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도, 기업들이 달러를 국내로 바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에 재투자하는 이른바 'D램 달러' 현상 역시 구조적 자본 유출 상황을 만든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두고 "환율은 더 이상 단발성(單發性) 충격이 아니다"며 "(일시적이란 것은) 정책적 진단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기 위로일 뿐"이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외환 건전성 지표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양호하다고 해서 정부가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장바구니 물가와 체감 생활비 압박으로 전가(轉嫁)된다.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로 내수 기업과 자영업자, 저소득층의 고통은 가중된다. 결국 서민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지는 것이다.
국민이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위기를 미화하는 변명이나 막연한 낙관론이 아니다. 외환 당국은 단기적인 구두 개입이나 외환보유액 소진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공사(KIC), 민간 보유 달러 자산 등 가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시장의 변동성을 제어할 촘촘한 완충(緩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