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속으로] "하루도 붓 놓은 날 없어…어릴 적 그림에 대한 열망 그대로"

입력 2026-06-09 09: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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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인 슈바빙, 10~19일
윤성도 개인전 '서정과 낭만'

갤러리 인 슈바빙에 전시된 윤성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 인 슈바빙에 전시된 윤성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 인 슈바빙에 전시된 윤성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 인 슈바빙에 전시된 윤성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 인 슈바빙에 전시된 윤성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 인 슈바빙에 전시된 윤성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윤성도 작가. 이연정 기자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윤성도 작가. 이연정 기자

"고등학교 1학년 어느 여름 날, 밀짚모자를 쓰고 이젤을 메고 나가려는데 형님이 제 등 뒤에다 '야 이놈아, 이 쪄죽을 날씨에 그림을 그리러가느냐'고 말하던 기억이 납니다. 날씨가 어떻든 그림이 너무 그리고 싶었던 17세의 그 마음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어요."

윤성도 작가에게 미술은 운명, 아니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그림을 그리면 줄곧 상을 받거나 복도에 걸리곤 했고, 중학교에 가서는 미술부 활동을, 경북고 재학 때는 미술부장을 도맡았다. 미술대학 진학을 마음에 품은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그 소식을 들은 부모님은 펄쩍 뛰었다. 대대로 의사가 많은 그의 집안에서 공부 잘 하는 인물을 내버려둘 리 없었다. 그렇게 의과대학에 진학해 산부인과 의사가 됐고, 계명대 동산병원장, 대한산부인과학회장 등을 맡으며 40여 년을 의료계에 몸담았다.

의사로서 최선을 다해 한 길을 걸어오면서도, 그의 곁에는 늘 붓과 캔버스가 있었다. 군의관과 전공의 시절, 심지어 미국 연수를 가서도 매일 드로잉이나 수채화를 그려서 주변에 선물을 주곤 했다. 그림을 판매한 수익을 대학에 장학금으로 기부했고, 은퇴 전까지도 그의 그림은 계명대 동산병원 복도에 전시됐다.

"대구의 미술평론가 권원순, 원로화가 이영륭 선생님의 권유로 일요화가회에 들어가서 10년 가량 활동했어요. 98년 열린 전국 일요화가회에서는 국무총리상을 받았고, 이듬해 첫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오는 10일부터 갤러리 인 슈바빙(대구 중구 동덕로 32-1)에서 그의 13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주제는 '서정과 낭만'. 독일 표현주의 색채가 강한 구상 계열의 작품들이 전시장을 채운다. 겹겹이 쌓인 색의 흔적은 내밀한 마음 속 얘기를 넌지시 전하는 듯 다가온다.

그는 "잘 지우는 화가가 좋은 화가"라며 "그렸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며 좋은 흔적이 남으면 그대로 남기곤 한다"고 말했다.

전시장 곳곳에는 구작이 함께 걸려, 작가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캔버스에 갇히지 않은 자유분방한 그림들도 눈에 띈다. 사과 꼭지를 실제 나사로 표현하거나, 석고 마스크, 진공관을 붙이기도 했다. "어떤 완벽함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모순과 변형이 있는, 내 자유를 구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갤러리에 전시된 윤성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에 전시된 윤성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에 전시된 윤성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에 전시된 윤성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에 전시된 윤성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갤러리에 전시된 윤성도 작가의 작품. 이연정 기자

"흰 캔버스에는 이미 그림이 다 그려져 있어요. 꽉 차있는 캔버스에서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뽑아서 보여줄 것인가, 그게 작가가 할 일이죠."

자신만의 것을 뽑아내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유명한 얘기를 예로 들었다.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향을 맡는 순간 유년시절이 떠오른 것처럼, 어느 날 마주한 영감이나 충동이 그를 삶의 궤적 중 한 지점으로 데려다놓으며 그림으로 옮겨지는 순간이 있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나는 그림을 대충 그린다. 꼼꼼하게 그리지 않고, 70%만 그린다"는 의아한 말을 덧붙였다.

"작가는 자기 그림을 과시하기보다, 관람객과 호흡하며 그들이 메울 수 있는 공간을 비워둬야 해요. 너무 완벽하게 다 그려버리면 관람객이 들어갈 틈이 없잖아요. 작가가 전부 표현하지 않아도, 관람객들이 그림의 너머를 생각하고 작가의 의도나 리듬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팔순의 나이에도 매일 이젤 앞에 앉아 붓을 드는 그는 "관람객들이 작가가 갖고 있는 미술에 대한 열정과 오랫동안 그려온 꾸준함을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셉 보이스가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라고 했잖아요.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도 한 명의 예술가로서 참여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전시는 19일까지. 일요일 휴관. 문의 010-8565-8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