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처벌 강화만으론 한계… 예방·치료·재활이 답
◆ "처벌만으로는 마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재규 세계중독예방협회 이사장은 마약 중독을 의지 부족의 문제로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독은 뇌 질환이다. 처벌이 아니라 치료가 먼저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그는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들었다. 수십 년간 이어진 '마약과의 전쟁'이 단속 중심 접근의 한계를 증명했다는 것이다. 잡고, 가두고, 내보냈다. 그러나 마약은 줄지 않았다. 재범률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마약 확산의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성과 중심 사회의 극심한 스트레스. 과도한 미디어 노출. 경제적 불안.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사람들이 마약으로 내몰린다는 분석이다. 의료용 마약류 처방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현실도 같은 맥락이다.
해법은 무엇인가. 그는 예방·치료·재활의 연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치료 공동체'가 필요하다. 중독자를 사회 밖으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끌어들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마약의 위험성보다 그들을 품지 못하는 사회가 더 위험하다"고 했다.
◆ "단순 1회 구매자라도 반드시 검거된다"
전자상거래에 익숙한 청년층 마약 사범이 늘고 있다. "SNS 한 번 클릭이면 된다. 텔레그램 채널에 접속하고 가상화폐로 결제하면 마약이 배달된다. 얼굴을 마주칠 필요도 없다" 장웅기 대구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장이 말하는 지금 대한민국 마약 유통의 현주소다.
지난해 대구경찰은 해외에서 필로폰을 밀수해 국내에 유통한 마약 조직을 적발했다. 142명 검거. 23명 구속. 약 50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류 30㎏과 범죄수익금 34억 원을 압수했다. 올해 3월에는 합성대마 전자담배를 제조·판매한 신종 마약 조직도 추적했다. 운영자·제조판매책·운반책 8명을 검거하고 매수자 16명도 끝까지 쫓아 검거했다.
수사 범위도 달라졌다. 장 계장은 "과거에는 국내 피의자 검거에 그쳤다. 이제는 다르다" 고 말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인터폴과의 국제 공조를 통해 해외 총책 검거 작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마약 조직의 뿌리를 원천에서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장 계장은 "단순 1회 구매자라도 반드시 검거된다. 호기심에라도 SNS로 마약을 접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경찰이 마약 청정국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재범률 45.6%, 초범에겐 치료·교육이 먼저다"
다수의 마약 사건을 변호해 온 법무법인 가나다 송승우 변호사는 특히 초범의 경우 처벌보다 치료와 교육이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마약이 긴장과 사고를 돕는 자율신경계의 억제 기능을 파괴한다"고 짚으며, "실제로 미결수용자들이 구속 직후 말이 어눌하고 안색이 나쁘다가 차츰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처벌 강화가 해법은 아니라고 봤다. 범죄와 형벌은 균형을 이뤄야 하며, 45.6%에 이르는 높은 재범률은 단순한 격리가 답이 아님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에 사는 30대 남성 초범의 사례를 들었다. 이 초범은 젖먹이 아들을 도맡아 키우고 있었다. 그 점이 참작돼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이후 그는 2주마다 소변 검사 결과를 검찰에 제출하고, 매주 단약 자조모임(NA)에 참석했다. 단약 다큐멘터리 촬영에도 참여했다. 그렇게 그는 끝내 단약에 성공했다. 기소가 1년 넘게 늦어진 것이 오히려 회복에 도움이 됐다.
송 변호사는 "초범을 곧바로 엄벌하기보다 교육 경과를 장기간 지켜본 뒤 기소 여부를 정하는 방식이 재범률을 낮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 "마약류 공급·유통 범죄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
우희준 대구지검 마약전담 검사는 "텔레그램을 통한 마약 거래는 총책·드라퍼로 역할이 철저히 분업화돼 있습니다. 마약이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곳곳에 은닉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생활 터전이 마약 거래 장소가 된 겁니다"고 현재 마약 유통의 실태를 진단했다.
대구지검의 대응 원칙은 명확하다. 공급·유통 사범에게는 무관용. 단순 투약자에게는 치료와 재활이다. 우 검사는 "마약류 공급·유통 범죄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단한다. 불법수익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한다. 범죄의 유인과 동기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단순 투약자에게는 다른 접근을 택한다. 집행유예 선고 시 치료·재활 프로그램 수강명령을 빠짐없이 부과한다. 2024년 4월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 '사법-치료-재활 연계모델'도 적극 활용한다. 중독 수준에 따라 맞춤형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부여해 건강한 사회 복귀를 돕는 제도다.
우 검사는 "대가를 받고 자신 명의 계좌나 유심을 타인에게 건네는 순간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