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장기화로 석유류 가격 24.2% 상승…소비자물가 3개월 연속 오름폭 확대
가공식품 물가 0.8%로 둔화세 지속…정부 "최고가격제·유류세 인하로 물가 0.6%p 완화"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충격이 국내 물가를 다시 3%대로 끌어올렸다. 정부는 석유류 가격 상승이 물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먹거리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농축수산물 할인과 계란 수입 확대 등 추가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 점검 및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보다 앞선 2일 국가데이터처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관련 기사 5월 소비자물가 3.1% 올라…2024년 3월 이후 26개월 만에 최고(종합))하며 2024년 3월 이후 26개월 만에 처음으로 3%대에 올라섰다. 게다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 2.2%, 4월 2.6% 등 갈수록 오름폭이 확대됐다.
정부는 중동전쟁 이후 지속된 고유가와 서비스 물가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석유류 물가는 4월 21.9%에서 지난달 24.2%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반면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2.3% 수준으로 나타났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석유를 제외하면 이번 달 물가 상승률은 2.3% 정도"라며 "석유류가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월에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가 결합한 효과가 지난달 물가를 0.6%포인트(p) 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소비자물가는 3.7% 수준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먹거리 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달 2.2% 상승하며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지만, 가공식품 물가는 지난해 9월 이후 둔화세가 이어지며 0.8% 상승에 그쳤다. 이는 2018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외식 물가도 2.6% 상승에 머물렀다.
강 차관보는 "빵, 건강식품, 아이스크림, 과자, 라면 등 4천여 품목에 대해 업체가 자발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비스 물가는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 물가는 지난달 4.4% 상승했다. 연휴 기간 여행 수요 증가와 소비심리 개선 영향으로 외국 단체여행비와 호텔 숙박료가 큰 폭으로 올랐다. 국제선 항공료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 영향으로 전년 대비 33.5% 상승했다.
정부는 향후 물가 안정 대책도 강화하기로 했다.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미국·태국산 신선란에 더해 추가로 2천만개를 수입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을 확대한다. 고등어·갈치·오징어·명태 등 주요 수산물은 정부 비축 물량 8천톤(t)을 방출하고 소비자 가격 기준 최대 30~40% 할인 공급한다. 또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에 대비해 배추·무 정부 가용 물량 2만8천t을 확보하고, 닭고기 수급 안정을 위해 육용종란 추가 수입도 추진한다.
정부는 현재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의 해제 여부는 국제유가와 국내 가격 흐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강 차관보는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국내 소비자 가격과의 격차가 어느 정도까지 좁혀지는지 봐야 한다"며 "국제유가가 구조적으로 안정화됐다고 판단되면 제도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현재까지는 국내 물가 상승률이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유가 상승이 서비스 물가로 확산되는 2차 효과를 예의주시하면서 민생 물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