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버려지는 물은 없었다"…낙동강 상류 지키는 석포제련소 '제리디 5년'

입력 2026-05-28 15: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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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련소 첫 폐수 무방류 시스템 도입… 공정수 100% 재활용
연간 88만㎥ 하천 취수 절감 효과… 수질·대기·생태 변화도 나타나
5천400억원 환경 투자 지속… 친환경 제련 체계 전환 속도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가 폐수 무방류 시스템인 제리디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가 폐수 무방류 시스템인 제리디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

"공정에서 나온 물은 다시 공정으로 돌아갑니다." 28일 오전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중앙제어실(DCS룸).

벽면을 가득 채운 수십 개 모니터에는 공정수 유량과 압력, 온도 변화 수치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연신 화면을 확인하며 설비 가동 상황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관리하는 핵심 시설은 영풍이 지난 2021년 도입한 폐수 무방류 시스템(ZLD·Zero Liquid Discharge), 이른바 '제리디'다. 제련 공정 과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다시 처리해 공정용수로 재사용하는 순환형 수처리 시스템이다. 세계 제련소 가운데 최초 도입 사례로 꼽히며 오는 30일이면 운영 5주년을 맞는다.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폐수 무방류 시스템인 제리디 시설 설치 전 방류장 전경. 손병현 기자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폐수 무방류 시스템인 제리디 시설 설치 전 방류장 전경. 손병현 기자

제련소 내부에 들어서자 은빛 원통형 설비와 복잡하게 연결된 철제 배관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제리디 핵심 장비인 증발농축기(Evaporator)와 결정화기(Crystallizer)는 쉼 없이 가동 중이었다.

정수 처리된 공정 사용수를 100도(℃) 이상 고온으로 증발시키면 발생한 수증기를 다시 응축해 공정용수로 재사용하고, 남은 불순물은 결정 형태로 분리해 별도 처리하는 방식이다.

영풍은 이 시스템 구축과 증설에 총 460억원을 투입했다. 2021년 1차 투자로 증발농축기 3대와 결정화기 1대를 설치했고, 이후 추가 증설도 진행했다.

석포제련소 관계자는 "현재 하루 평균 2천~2천500㎥ 규모의 공정 사용수를 처리해 전량 다시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며 "폐수를 외부로 방류하지 않는 순환형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영풍 측은 무방류 시스템 운영 이후 줄어든 하천 취수량이 연간 약 88만㎥ 규모라고 밝혔다. 공정용수를 반복 재이용하면서 낙동강 상류 수자원 절감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중앙제어실 전경. 손병현 기자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중앙제어실 전경. 손병현 기자

◆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제련소 두뇌' 중앙제어실

중앙제어실 내부 분위기는 일반 공장과는 사뭇 달랐다.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모니터가 쉴 새 없이 움직였고, 작업자들은 설비 상태와 수처리 흐름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한쪽 화면에는 공정수 흐름과 압력 변화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표시됐고, 다른 화면에서는 설비별 운영 상태가 숫자로 나타나고 있었다. 제련소 측은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며 공정 안정성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가 폐수 무방류 시스템인 제리디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가 폐수 무방류 시스템인 제리디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

◆ 5천400억원 투입… 수질·대기 전방위 환경 투자

환경 개선 작업은 폐수 처리 분야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영풍은 지난 2019년 '환경개선 혁신계획'을 수립한 이후 올해까지 누적 약 5천400억원을 투입해 수질·대기·토양 분야 전반에 걸친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질소산화물 저감을 위한 오존 분사시설 도입과 산소공장 증설, 비산먼지 방지시설 구축, 실시간 배출 모니터링 체계(TMS) 설치 등이 추진됐다.

제련소 주변 대기질 정보 역시 실시간 공개 체계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석포면사무소 전광판과 안동댐 세계물포럼기념센터 전광판, 영풍 홈페이지 등을 통해 주요 대기질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영풍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석포제련소 하류 국가수질측정망 주요 지점에서는 카드뮴·시안·납·비소·구리 등 주요 중금속 항목이 모두 검출한계 미만 수준으로 확인됐다.

대기질 역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어코리아 자료 기준 석포면사무소 측정소의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미세먼지 수치는 전국 주요 청정지역 수준과 유사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가 폐수 무방류 시스템인 제리디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가 폐수 무방류 시스템인 제리디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

◆ 낙동강 상류 현장서 이어지는 '친환경 전환'

제련소 주변 환경 변화는 생태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낙동강 상류 일대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수달 서식이 꾸준히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70년 국내 최초 현대식 아연 제련소로 출발한 석포제련소는 국내 비철금속 산업 성장과 함께해 온 산업 현장이다. 영풍은 최근 친환경 제련 체계 구축에 투자를 확대하며 환경 관리 시스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제리디 도입 5주년은 단순한 환경설비 운영을 넘어 산업계 환경관리 방식 전환의 의미를 갖는다"며 "친환경 제련 기술과 환경안전 투자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련소 외곽을 따라 흐르는 낙동강 상류 물줄기 옆으로는 초여름 녹음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한때 환경 문제 논란 중심에 섰던 산업 현장에서는 지금 폐수를 다시 공정으로 돌려보내는 순환 시스템이 5년째 이어지고 있었다.

'무방류', '무재해' 등의 문구는 제련소 곳곳에서 실제 운영 체계로 구현되고 있었다.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가 중앙제어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가 중앙제어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가 완성된 아연 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가 완성된 아연 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가 아연 괴의 마지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관계자가 아연 괴의 마지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손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