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업·농촌에서 희망을 찾다] <12>"농업에 미래 있다"..가업 잇는 청년후계농들

입력 2026-06-15 08: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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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국 청년농부 "블렌딩 쌀 개발해 브랜드화할 것"
박청목 청년농부 "경영자 시각으로 농업 바라보죠"

경북 울진군에서 11ha 규모로 특수미를 재배하는 정흥국(37) 씨와 영천시에서 27종의 복숭아 품종을 생산하는 박청목(36)씨는 청년후계농이다. 이들은 가업이 농업이지만 단순히 가업을 잇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농업에 인생을 걸어도 되겠다 싶어 이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현재 둘 다 부모님 때와는 다른 자기 만의 방식으로 변화와 발전을 일궈가고 있다.

정흥국 청년농부가 모심기가 끝난 논 앞에 서 있다. 본인 제공
정흥국 청년농부가 모심기가 끝난 논 앞에 서 있다. 본인 제공

〈정흥국 청년농부〉

고등학교 진로 결정을 앞두고 부모님은 농업계 고등학교 진학을 권했다. 앞으로 농업이 전망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말을 따라 한국생명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재학 중 (주)하림 공장을 견학하며 농업의 가능성에 눈 떴다. 농업이 1차 산업을 넘어 기업형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후 본격적인 농업인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도 나왔다.

정흥국 씨가 논을 갈기 위해 트랙터에 탑승하려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정흥국 씨가 논을 갈기 위해 트랙터에 탑승하려 하고 있다. 본인 제공

◆경영자의 마인드로 가업 확대·발전

대학 졸업 후 2011년부터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었다. 노동력이 많이 드는 기존 농업 방식이었다. 이것이 그는 답답하게 느껴졌다. 투자와 기계화를 통해 규모를 키워야 비전이 있겠다 판단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와 의견이 달랐다. 그래서 2013년부터 독립 경영에 나서 변화를 시도했다. 규모 확대는 물론 쌀 단일 작목으로의 전환으로 전문성과 경쟁력도 높여나갔다. 2017년부터는 일반쌀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특수미(향기나는 찹쌀, 색깔이 있는 쌀 등)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판매 방식도 확 바꿨다. 정부 매상으로 벼를 판매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직거래 시스템으로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자 했다. 이를 위해 경북농업기술원의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에 참여해 직거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고객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로 고정고객 비율을 높여갔다. 현재는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연중 직거래를 하고 있고,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 일부 식당에도 꾸준히 납품하고 있다. 직거래 물량 증가로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도 2ha 규모로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찰기, 미질, 향을 고루 느낄 수 있는 블렌딩 쌀을 개발해 이를 브랜드화하는 것이다. 그는 "가업을 잇는 것에서 그쳐서는 미래가 없고 농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며 "그래서 농부로서의 마인드에서 한 걸음 나아가 경영자의 자세로 매사 임하고 있다"고 했다.

정흥국 씨는 블렌딩 쌀을 개발해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본인 제공
정흥국 씨는 블렌딩 쌀을 개발해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본인 제공

◆최종 목표는 농업 관련 전문 기업

수입은 농사를 시작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현재 쌀 판매금액은 1억5천만원이고 여기에 영농 대행 등을 포함하면 연간 2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는 계약재배를 중심으로 쌀 생산량을 확대, 주변 농가와 함께 수익을 높이고 안정적인 생산 기반도 구축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농업과 농촌 발전에 기여하는 농업 관련 전문 기업 설립이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농업시설 시공 및 농자재 관련 사업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특히 AI 등 첨단 산업의 발전은 농업 분야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또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롭게 도전하고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각오다. 앞으로 농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니까 말이다.

귀농을 생각하는 청년들을 향해서도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농업도 계속 발전하고 가능성이 충분한 산업"이라며 "지금보다 더 많은 청년들이 농촌에서 꿈을 이루고 성공하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무턱대고 도전해서는 안 되고, 농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농촌을 함께 지켜나가겠다는 마음가짐, 그리고 성실함을 갖출 때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청목 청년농부가 자신이 생산한 복숭아를 손에 들고 있다. 본인 제공
박청목 청년농부가 자신이 생산한 복숭아를 손에 들고 있다. 본인 제공

〈박청목 청년농부〉

2015년 귀농한 그는 이듬해 후계농업경연인으로 선정됐다. 현재 가공 및 체험 분야로의 확장을 준비 중이고, 청년농업인들로 구성한 협력체 기반의 브랜드 파이(영역) 확대도 꿈꾸고 있다.

박청목 씨가 복숭아 밭에서 커피를 마시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본인 제공
박청목 씨가 복숭아 밭에서 커피를 마시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본인 제공

◆농업의 가능성에 눈 뜨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대구에서 광고사를 운영했다. 그러다 IMF 이후 사업이 어려워지자 고향인 영천으로 온가족 모두 귀농했다. 아버지가 고군분투하며 기반을 잡는 동안 그 역시 일손을 거들어야 했는데, 당시 그에게 농업은 그저 끝이 보이지 않는 고된 노동일 뿐이었다. 그래서 절대 농사는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유년시절부터 꿈꾸던 예술가로서의 삶을 위해 국악(타악 분야)을 전공했다.

하지만 군 전역 후 경제적 자립을 하기엔 음악 만으로는 생계가 막막했다. 그래서 칵테일바 창업, 노점 과일 장사, 건설 현장 일 등을 전전하며 20대 초반을 보냈다. 안정적인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던 시기였고 그 때 우연히 고향에서 농업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그런데 유년시절과는 달리 기술과 장비가 비약적으로 발전해있는 게 아닌가. 10년 후의 농업은 또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진 예술적 감각을 농업에 녹여 새로운 꿈을 펼쳐보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어 가업 승계를 결심하게 됐다.

박청목 씨는 직접 복숭아 판매 박스를 디자인해 소비자에 선보이고 있다. 본인 제공
박청목 씨는 직접 복숭아 판매 박스를 디자인해 소비자에 선보이고 있다. 본인 제공

◆경영 방식 두고 부모님과 충돌

귀농 후 부모님과 함께 고품질 복숭아 생산에 성공해 대형마트와 고급 청과점 납품을 앞두고 있었는데 돌연 납품 계약이 무산되고 작목반이 해체되는 일이 있었다. 판로를 잃은 고급 품종들이 일반 시장에서 헐값에 처분되는 현실을 보며 무력감을 느낀 그는 동시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생산과 판매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 보다 의견 차가 컸고 충돌도 잦았다. 이후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았지만 지금은 성과를 통해 경영방식 변화를 이끌어냈다.

가장 큰 변화는 공판장 출하 중심의 외형 위주 재배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느끼는 맛(당도) 위주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이를 위해 수형을 생산량보다 품질에 유리하게 형성하는 한편 우기 당도 관리를 위해 타이백 농법을 접목했다. 또 컨베이어와 운반 농기계를 도입해 선별부터 배송까지 흐름이 끊기지 않는 체계적 물류 시스템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경북농업기술원의 '청년농업인 자립기반구축 지원사업'에 선정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또 하나 그만의 경영방식이 빛을 발한 사건은 복숭아를 판매할 패키지를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예술감각을 살려 복숭아를 하나의 작품처럼 담아 소비자에 전달하니 "인생 복숭아를 만났다"며 응원해 주는 소비자 팬덤(복숭아+티켓팅 '복켓팅' 문화)까지 형성됐다. 농업이 나의 진정한 무대라 확신한 순간이었다. 그는 "농업은 최고의 품질을 생산하는 농부의 장인 정신 위에 치밀한 계획과 재무 관리까지 더해져야 가치가 창출된다"며 "그래서 나는 경영자의 눈으로 농업을 대한다"고 했다.

박청목 씨가 농기계를 타고 복숭아 수확을 하러 가고 있다. 본인 제공
박청목 씨가 농기계를 타고 복숭아 수확을 하러 가고 있다. 본인 제공

〈농업의 미래 달린 청년농업인 육성정책〉

청년농업인 육성은 단순한 세대 교체를 넘어 농업·농촌의 미래를 유지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해 경북농업기술원은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단순 영농 지원을 넘어 가업 승계, 디지털농업, 온라인 유통, 협업 기반 구축까지 연계한 종합 지원체계를 통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농업인 자립기반 구축사업'이다. 스마트 농기계, 선별·가공시설, 저장시설 등 생산 기반 구축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로,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 사업에 참여한 청년농부 44명의 농가소득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28.9% 증가(평균 1억7천530만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새롭게 추진하는 '청년농업인 지역상생 협동모델 구축사업'도 청년농업인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라 평가받고 있다. 청년농업인과 기존 농업인이 역할을 분담 및 협업하는 지역 기반 상생 모델로서, 청년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 정착과 지역 공동체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청년농업인 역량 강화를 위해 스마트농업, 온라인 마케팅, 디지털 농창업, 4-H 활동, 청년농업인 정책 리더 그룹 'Agri-Frontier 25' 운영 등 다양한 교육·네트워크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농촌 내 청년 공동체 활성화와 지역 정착 기반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김신동 경북농업기술원 청년창업팀장은 "청년농업인은 변화하는 농업 환경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미래 농업의 주체"라며 "청년농업인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생산 기반 구축부터 경영·유통·협업 모델까지 종합적인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