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 도축장을 둘러싼 해묵은 불법 의혹과 비리 논란이 마침내 경상북도의 행정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매일신문은 그동안 연속 보도를 통해 도축장 문제를 강도 높게 지적해 왔다. 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은 물론이고 적발 이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형식적인 범칙금 부과 문제까지 밝혀냈다. 이제 이 사안은 단순한 지역 행정의 일탈이나 일시적인 과오 수준을 넘어섰다.
경북도가 사안의 폭발성과 심각성을 인지하고 직접 특별감사에 착수한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경산 도축장 문제는 결코 경산시라는 기초지자체 울타리 안에만 가두어 둘 수 없다. 매일 이곳에서 생산된 축산물을 소비하는 경북도민과 인근 대구시민의 식탁 안전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영남권 전체의 중차대한 '먹거리 안보'이자 최우선 민생 의제다.
경북도의 특별감사는 타 지자체의 사전 감사 일정으로 인해 이달 말 이후에나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역에 대한 감사 마무리 직후로 순연되면서 물리적인 시간이 다소 걸리는 상황이다. 일정이 조금 늦어진다고 이번 감사의 강도가 결코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 면피용 시늉에 그쳐서도 안 될 일이다. 대구·경북 시도민이 원하는 것은 일회성 생색내기 감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축장 운영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이 어떻게 일상화되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이를 감시하고 처분해야 할 행정기관이 도리어 면죄부를 준 배경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이번에도 행정 처분에 일말의 여지나 온정주의를 남겨둔다면 비리의 악취 나는 뿌리는 머지않아 다시 자라난다. 나쁜 것을 보고도 과단성 있게 치우지 않으면 반드시 더 큰 화를 부른다. '양호유환(養虎遺患·호랑이를 키워 화를 부름)'의 준엄한 경고를 곱씹어 볼 때다.
이번 감사의 성패는 감사실이라는 단일 부서의 칼날만으로는 결코 보장할 수 없다. 도축장 비리 의혹은 허가와 행정처분, 위생과 환경 등 여러 이권과 법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질적인 구조적 병폐다. 감사 부서의 자체적인 전문성에만 의존해서는 답이 안 나올 수 있다. 보건위생, 축산물 유통, 환경 관리 등 도청 내 유관 부서들이 부서 간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고 전방위적인 총력 협업 체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도축장의 실제 위생 실태와 축산물 유통 과정의 투명성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주변 지역을 오염시키는 오폐수 처리 과정의 위법성에도 종합 행정력을 총 동원해야 한다. 관련 부서들이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공조할 때, 교묘하게 법망의 사각지대를 피해 가며 기생해 온 독버섯 같은 불법 관행의 사슬을 비로소 끊어낼 수 있다.
시점 또한 지역 사회의 미래를 가늠할 만큼 지극히 엄중하다. 곧 출범하게 될 차기 경북도정이 도민의 신뢰를 얻고 성공적인 첫걸음을 떼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의 투명성과 청렴도를 증명해 보일 첫 번째 시험대이자 상징적인 첫 단추가 바로 이 경산 도축장 문제의 완벽한 해결이다. 거창하고 화려한 거대 담론이나 장밋빛 공약보다 중요한 것은 민생 적폐 청산이다.
시도민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문제를 얼마나 단호하고 정의롭게 바로잡느냐에 도정의 성패가 달렸다. 경북도는 이번 감사를 엄중하게 대해야 한다. 수백만 시도민의 매서운 눈동자가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 도정의 명운을 걸고 추호의 타협도 없는 서슬 푸른 쇄신의 조치와 결과물을 차기 도지사의 첫 작품으로 내놓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