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없는 곳 지키던 카메라"…데이터가 찾은 대구 교통안전 해법

입력 2026-05-29 1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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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보는 세상]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에서 차량과 오토바이가 후면 단속 카메라 아래를 지나고 있다. 매일DB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에서 차량과 오토바이가 후면 단속 카메라 아래를 지나고 있다. 매일DB

대구광역시의 교통사고 발생률은 전국 평균을 웃돌며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건수는 72건으로 전국 평균(65건)보다 높고, 인구 10만 명당 사고 건수 역시 434건으로 전국 평균(379건)을 크게 상회한다.

이에 대구시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시 전역에 총 909대의 무인단속 카메라를 설치·운영 중이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이 장비들이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을까? 최근 계명대학교 연구진과 대구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진행한 연구에서 데이터 분석 결과는 단순히 카메라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 어디에 설치돼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사고 없는 곳 지키는 카메라들

무인단속 카메라 설치 전후 3년간, 반경 30m 이내 교통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카메라 효과는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설치 이후 사고가 감소한 지점은 416곳으로, 일정 수준의 사고 예방 효과가 확인됐다. 반면 카메라 설치 이후 오히려 사고가 증가한 지점도 200곳에 달했다. 단순 설치만으로는 사고를 막기 어렵고, 지역 특성에 맞는 교통안전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데이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카메라 설치 전후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무사고 지점'이 118곳에 달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46곳은 초등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예방 차원의 유지 필요성이 분명했다. 그러나 일부 간선도로와 고속도로 진출입 구간 등에 설치된 장비들은 실효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진은 단순 사고 건수뿐 아니라 사고의 심각도까지 반영했다. 사망·중상 사고 등에 가중치를 부여해 금전적 피해 규모로 환산하는 EPDO(사고비용 환산법) 분석을 통해 대구시내 실제 고위험 지점을 선별했다. 분석 결과 사고 다발 지역임에도 무인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은 '신규 설치 필요 지점'과 기존 장비의 방향 조정이 필요한 '고위험 지점'들이 다수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2015~2024년 10년간 경상 사고가 4건 이하였던 지점 가운데 초등학교 주변 등 필수 구역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13대를 '우선 철거 및 이설 대상'으로 선정했다.

대구 달구벌대로에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대구경찰청은 휴가철을 맞아 국채보상로와 호국로 등 주요 도로에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를 추가로 배치해 운영한다. 매일DB
대구 달구벌대로에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대구경찰청은 휴가철을 맞아 국채보상로와 호국로 등 주요 도로에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를 추가로 배치해 운영한다. 매일DB

◆ "2.6억 들여 옮기면 40억 편익"

연구 결과는 단속 장비의 단순 '철거'보다 '재배치'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도 보여준다. 연구진은 사고 예방 효과가 낮은 카메라 13대를 실제 고위험 지역으로 옮길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편익을 분석했다.

카메라 1대당 이설 비용은 약 2천만 원. 총비용은 약 2억6천만 원 수준이다. 반면 단속 장비의 사고 예방 효과를 40%로 가정했을 때, 재배치 이후 5년간 기대되는 교통사고 감소 편익은 약 40억9천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 계산으로도 투자 비용의 수십 배에 이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데이터가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무인단속 카메라 정책을 단순히 "많다""적다"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실제 사고 위험 지역에 얼마나 정교하게 배치돼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전체 장비 규모는 유지하되, 사고 데이터와 지역 특성을 기반으로 장비를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스마트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전체 장비 대수는 유지하되 데이터에 기반한 효율적 재배치 중심의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며 "향후에는 교차로의 기하구조나 교통량, 그리고 과속·신호위반 등 단속 카메라의 세부 기능까지 고려한 맞춤형 정책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