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만성콩팥병, 이제는 치료하는 시대…"생활습관이 먼저"

입력 2026-05-1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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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약이 없다'던 만성콩팥병…RAS 억제제 등 치료제 나와
저염 식단, 혈압·혈당 관리, 금연·절주 등 지켜야
사구체여과율 수치 확인 등 검진도 중요

신장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신장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과거 만성콩팥병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되돌릴 수 없는 병'으로 여겨졌다. 한 번 손상된 콩팥 기능은 회복이 어렵고,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준비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진료실에서는 "콩팥병은 약이 없다"는 말이 흔하게 오갔다.

하지만 최근 신장학 분야는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만성콩팥병의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치료제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이제는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일부 환자에서는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예전에는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를 지켜보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다양한 약제를 조합해 콩팥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치료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콩팥을 지키는 '4대 핵심 치료약제'

최근 학계에서는 만성콩팥병 치료에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네 가지 약제를 '4 Pillars(4개 기둥)'라고 부른다. 건물을 떠받치는 기둥처럼, 콩팥 기능을 유지하는 핵심 축이라는 의미다.

첫 번째는 'RAS(레닌·안지오텐신계) 억제제'다. ACE(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나 ARB(안지오텐신수 용체 차단제) 계열 혈압약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혈압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콩팥 내부 압력을 줄이고 단백뇨를 감소시켜 콩팥 손상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SGLT2 억제제'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콩팥 보호 효과가 확인되며 치료의 핵심 약제로 자리 잡았다.

세 번째는 비스테로이드성 무기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인 '피네레논'이다.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직접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로, 특히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네 번째는 최근 비만·당뇨 치료제로 잘 알려진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다. 체중과 혈당 조절뿐 아니라 신장 기능 보호 효과까지 확인되면서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승엽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이들 약제는 각각 다른 경로로 콩팥 손상을 막기 때문에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조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신장내과 한승엽 교수

◆생활습관 관리가 치료 효과 좌우

전문가들은 약물 치료 못지않게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생활습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염 식단이다. 짠 음식은 콩팥에 부담을 주고 혈압을 높인다. 국물 섭취를 줄이고 조미료 사용을 줄이는 습관이 필요하다. 혈압과 혈당 관리도 필수다. 콩팥은 미세혈관으로 이뤄진 장기인 만큼 고혈압과 당뇨가 지속되면 손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금연과 절주 역시 중요하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켜 콩팥 혈류를 감소시키고, 과도한 음주는 체내 대사와 수분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건강보조식품도 주의해야 한다. 일부 즙이나 한약, 진통제 성분은 오히려 콩팥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어 반드시 주치의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한다.

신장은 기능의 70% 이상이 저하될 때까지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어 '침묵의 장기'로도 불린다. 혈뇨나 부종 같은 자각 증상이 나타날 때는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으므로 중증 질환으로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도 중요하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사구체여과율(eGFR) 수치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신장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한 교수는 "만성콩팥병 진단은 더 이상 절망의 의미가 아니다"며 "최신 치료제와 올바른 생활습관 관리가 병행된다면 투석 위험을 늦추고 건강한 일상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한승엽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신장내과 교수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신장내과 한승엽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