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들안길초 교사, '기피' 학폭 업무 발벗고 나서 귀감
박창준 경구중 교사, 이주배경 학생 보살펴 학교 적응 도와
김국찬 군위고 교사, 학생들 꿈 포기하지 않도록 진로 고민
대구시교육청은 올해 학생, 학부모, 동료 교원 등으로부터 '아름다운 선생님'으로 추천된 지역 교사 205명에게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패를 수여한다. '아름다운 선생님 선발 사업'은 고된 교육 현장을 묵묵히 지키며 학생들의 교육에 헌신하고 있는 교원들의 사례를 발굴해 교사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교권 침해, 학부모 민원 등으로 교사로서의 자긍심이 떨어지는 현실 속에서도 학생들에게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한 세 교사의 사연을 소개한다.
◆기피 업무 '학폭' 발 벗고 나서
들안길초에서 오랜 시간 생활부장직을 맡으며 학교폭력(학폭)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 온 이지은 교사가 '아름다운 선생님'으로 선정됐다.
학기 초 학교의 한 학급에서 자기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가위로 다른 학생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일이 생겼다. 그 일을 목격한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자식의 안전을 걱정한 학부모들에게선 민원이 쏟아졌다.
당시 해당 학급의 담임을 맡은 후배 교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이를 지도할 때 문제가 되는 건 없는지, 1년 동안 학급을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지 눈앞이 막막했다.
그때 생활부장인 이지은 교사가 나서 '위기관리위원회'를 열었다. 해당 학급의 문제를 교장, 교감, 위(Wee)센터, 기초학력부장, 보건 교사, 상담복지사 등과 공유하고 협력교사 지원, 동부위센터 꿈키움 멘토링 연결 등을 후배 교사에 지원해 줬다.
학교에서 가장 기피하는 보직 1순위는 단연 학폭 업무를 담당하는 생활부장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 예민해진 학생·학부모 상대 등 교사 개인이 다루기에는 어렵고 고된 일이다. 이 교사는 그런 일을 벌써 7년째 해오고 있다.
학교는 수사 기관이 아닌 교육 기관이기에 최대한 교육적으로 접근해 생활 지도를 해 나가는 이 교사의 모습은 많은 동료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그는 학생 간 갈등 중재 시 피해 학생 앞에서는 가해 학생을 단호하게 지도해 마음이 풀리도록 하고 이후 따로 자리를 마련해 가해 학생의 마음까지 다독여 주며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까지 심어준다.
학교에는 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 일로 상처받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러한 사람들을 다독이고 마음을 다해 생활 지도를 해나가는 이 교사가 있기에 학교 현장이 한층 더 따뜻하다.
이 교사를 추천한 이선영 교사는 "생활부장을 한다고 승진 점수를 받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기피하는 만큼 쉽지 않은 업무"라며 "그럼에도 '이 정도의 경력이 있다면 이런 일들은 당연히 해줄 수 있다'고 말하는 선배가 곁에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주배경 학생 낯선 환경 적응 도와
경구중 레슬링부에는 상대 선수를 들어 올리는 기술만이 아닌, 학생의 인생을 함께 들어 올려주는 교사가 있다. 새벽 어스름이 채 가시기 전 가장 먼저 체육관의 불을 밝히고, 밤이 깊어 학생들이 모두 돌아간 뒤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 박창준 교사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장을 위해 자신의 하루를 온전히 내어주는 박 교사의 헌신은 동료 교사들,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박 교사는 다문화 사회로의 빠른 변화 속에서 증가하는 이주배경 학생의 적응도 세심히 살피고 있다.
지난 2024년 키르기스스탄에서 출신 한 학생이 경구중 레슬링부에 들어왔다. 해당 학생은 언어와 문화, 음식까지 모든 게 낯설기만 한 환경 속에서 학교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돼지고기 등을 금지하는 이슬람 문화로 인해 식단에도 제약이 있었고, 문화가 다른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그때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이 바로 박 교사였다. 박 교사는 경기 후 죽, 과일 등 학생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직접 챙겨 회복을 도왔고, 작은 불편함 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피며 늘 학생의 곁을 지켰다. 타국의 언어가 서투른 건 당연하다며 천천히 기다려 주고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따뜻하게 마음을 나누었다.
박 교사의 진심은 위축된 키르기스스탄 학생의 마음을 열었고, 해당 학생은 레슬링이라는 운동을 통해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재학 기간 3년간 금메달 10회, 은메달 2회, 동메달 1회 등의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메달보다 더 값진 것은 학생이 낯선 환경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그 뒤에 이를 뒷받침해 준 따뜻하고 열정적인 한 교사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박 교사를 추천한 김종현 교사는 "박창준 선생님은 단순한 지도자가 아닌 학생의 삶을 함께하는 진정한 교육자"라며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 운동 실력뿐만 아니라 배려심과 책임감을 함께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 미래 함께 고민하고 격려
군위고 권혜인 교사는 같은 학교에 근무 중인 김국찬 교사를 '아름다운 선생님'으로 추천했다.
김 교사는 3년 동안 학교에서 3학년 부장을 맡으며 학생들의 마지막 학교생활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함께했다. 입시라는 큰 부담 속에서 흔들리는 아이들을 묵묵히 지켜보며, 필요한 순간마다 실질적인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김 교사가 한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며, 결국 그 꿈이 현실이 되도록 도와준 일이 있었다. 해당 학생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조부모와 함께 생활해 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부를 이어오며 의사라는 꿈을 키웠지만, 고3이 되면서 학업적, 개인적 어려움을 느껴 의대 진학을 포기할까 고민 중이었다.
그때 김 교사는 학생의 상황을 세심하게 살피며 단순히 진학을 격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시 정보와 진학 전략을 구체적으로 안내해 줬다. 학생의 강점·약점을 함께 분석하며 학생에게 맞는 특별 전형을 찾는 등 준비 과정을 끝까지 도왔고, 그 학생은 결국 의대 진학에 성공할 수 있었다.
김 교사는 입시 과정에서 학생들이 겪는 보이지 않는 어려움까지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학급에서 한 학생이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우울감을 안고 있을 때, 그는 몇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들어주며 학생의 힘든 마음을 함께 견뎌 주었다.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들어주는 모습 자체가 학생에게는 큰 힘이 됐다.
김 교사의 이러한 모습은 특정 학생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군위고에서는 농어촌 학교의 특성상 비교적 적은 수의 학생들이 선생님과 매우 친밀하게 지낸다. 이에 김 교사는 다른 반, 다른 학년 학생들이 찾아와도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 진로와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권혜인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상황을 다르게 이해하고, 각자에게 맞는 방향을 찾도록 도와주는 모습에서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며 "김국찬 선생님은 뛰어난 결과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학생의 삶을 함께 고민해 주는 진정한 어른"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