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종사자 1년만에 1만명 일자리 사라져
대구 지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지역 경제의 주춧돌이자 경제 성장을 이끌던 섬유와 기계, 금속가공, 자동차 부품 등 지역 전통산업이 휘청이면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산업계는 경기 침체와 수익성 악화, 인력난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더욱이 기존 산업의 침체를 대체해야 할 미래 산업마저 기대만큼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위기감이 고조된다.
◆공장 절반이 문 닫는 산업단지
대구는 다른 지역보다 전통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섬유와 기계, 금속가공 등 노동집약형 제조업이 산업 기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발 저가 공세 등의 외부 변수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산업계에서는 단순한 경기 부진을 넘어 산업 체질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각종 지표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역 주요 산업단지 평균 가동률은 2023년 1분기 72.01%에서 지난해 4분기 기준 69.56%로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단지별로 가동률을 살펴보면 대구염색산업단지는 51.4%의 가동률을 보였다. 공장 두곳 중 한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이어 서대구산업단지(64.0%)와 대구시티밸리산업단지(이시아폴리스·66.0%)도 60%대 가동률에 그쳤다. 이밖에 산업단지 가동률은 ▷대구제3산업단지 71.0% ▷달성1차산업단지 72.0% ▷성서산업단지72.1% ▷대구검단산업단지 76% ▷대구국가산업단지 84.0%로 조사됐다.
특히 대구제3산업단지는 지난 2023년 1분기 기준 82.0%에서 2년만에 11.0%포인트(p) 내려 지역 내 산업단지 중 가동률 하락폭이 가장 컸다. 현장 분위기는 더 냉랭하다. 서대구산업단지와 염색산업단지 일대에서는 공장 매매나 임대 안내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생산 물량 감소와 원가 부담이 겹치면서 일부 기업들은 생산라인을 축소하거나 신규 투자를 미루고 있다. 제3공단에서 기계부품 제조 업체를 운영 중인 한 사장은 "예전에는 야간 작업까지 할 정도로 주문이 많았지만 지금은 공장 가동률 자체가 예전 같지 않다"며 "매출은 줄고 원가는 오르면서 버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일자리도 덩달아 줄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제조업 종사자는 22만3천명으로 지난해 동월(23만3천명) 대비 1만명이나 줄었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역시 먹구름이 끼였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지역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8을 기록하며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다. 이는 현재 업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청년·투자 없이 미래 산업은 없다
문제는 전통산업의 위기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미래산업 기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숙련 인력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이어받을 청년층 유입은 갈수록 줄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지역 20~30대 취업자 비중은 28.3%에 불과했으나, 50세 이상 비중은 4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현장을 떠받치는 인력 구조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청년 인재 유출도 지역 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20~30대 순유출 인원은 5천328명에 달했다.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 다양한 성장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제조업 현장은 물론 미래산업 분야에서도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울러 인구 구조 변화도 발전을 더디게 한다. 지난 2024년 대구 인구는 240만명으로 10년전인 2014년(251만명)대비 11만명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인구는 30만명에서 49만명으로 19만명 늘었다.
기존 산업의 침체를 메워야 할 미래산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 대구시는 미래차와 로봇, 의료, ABB(인공지능·빅데이터·블록체인) 산업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체감하는 성장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투자와 인재 확보에서 수도권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실제 국내 벤처투자기관 수도권 비중은 94.5%에 달하는 반면, 비수도권 비중은 5.5%에 그쳤다. 지역에서 출발한 스타트업 상당수가 성장 단계에서 수도권 이전을 고민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위기를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산업 공백기'로 진단한다. 기존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고 있고, 미래산업은 아직 충분한 규모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지역 산업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윤상현 대구정책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실장은 "전통산업이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며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라며 "단순한 자동화 장치가 아니라 로봇과 연계한 지능화 장비 등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해야 앞으로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