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학생들 내신 등급 따기 쉬운 타 지역 고교 진학
"학군 쏠림 현상 완화" vs "성적 하락·원주민 역차별"
"탈수성구요? 제 친구들 중에 꽤 있어요."
대구 수성구 학원가에서 만난 이모(17) 양은 초·중·고를 모두 수성구에서 다닌 이른바 '수성구 키즈'다. 학생들이 고교를 진학하면서 명문 학군지인 수성구를 떠나 다른 구·군으로 향하는 '탈(脫)수성구' 현상은 이 양에게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다.
◆수성구 외 지역으로 발길 돌려
대입에서 정시 비중은 줄어들고 내신의 중요성이 커지며 수성구 학생들이 내신 등급을 따기 상대적으로 쉬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성구 소재 일반고 신입생은 ▷2024년 3천652명(22.3%) ▷2025년 3천533명(22.4%) ▷2026년 3천614명(21.6%)으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중구는 ▷2024년 686명(4.19%) ▷2025년 691명(4.39%) ▷2026년 753명(4.50%), 남구는 ▷2024년 943명(5.77%) ▷2025년 913명(5.80%) ▷2026년 958명(5.73%), 서구는 ▷2024년 1천134명(6.93%) ▷2025년 1천103명(7.00%) ▷2026년 1천170명(7.00%)으로 3년 새 소폭 증가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전체 학생 수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구·군 학교 신입생 증가가 탈수성구 현상이라 단언할 수 없다"면서도 "수성구 지역의 초·중학교는 과밀이 많은데 고등학교부터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되어 과거보다는 쏠림이 덜하다"고 말했다.
지역의 고교 교사 최모 씨는 "수성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중구 경북여고·신명고, 남구 대구고·협성고부터 서구 서부고·제일고, 동구 정동고·동부고 등 거리가 꽤 있는 곳까지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대입 개편으로 내신 중요성 증가
교육 현장에서는 과거부터 탈수성구 현상이 있었지만 내신 5등급제 적용으로 인해 이러한 경향성이 더욱 강화됐다고 봤다.
2028 대입 개편에 따라, 작년 고1부터 내신 평가 체계가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었다. 1등급은 기존 상위 4%에서 10%, 2등급은 기존 11% 이내에서 34% 이내로 확대됐다.
내신 1등급을 받는 학생 수가 늘어난 만큼 1등급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또 같은 1등급이라도 원점수를 더 높게 받기 위해 내신 경쟁이 덜 치열한 외곽 학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대입에서 내신 성적은 등급, 과목별 원점수, 학교 평균, 표준편차 등이 모두 대학에 제공된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배모(48) 씨는 "아들이 의대를 지망하고 있어서 전 과목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크다"며 "지금은 수성구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낮은 등급이 나오면 다른 일반고로 전학 가 등급을 올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기존 9등급제에선 내신 1.3~4등급이면 의·치·약대에 지원 가능했지만, 5등급제에선 1등급 초반대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전국 1등급 학생 수보다 '인서울 대학' 모집인원이 적은 상황"이라고 했다.
대학들이 정시를 줄이고 수시를 늘리며 내신 중요도가 증가하는 추세도 탈수성구 현상을 부추긴다.
23년 차 고교 교사 박모 씨는 "수시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요소는 내신 성적"이라며 "학생부 반영 비율을 높인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들이 학생부 기록에 공을 들이기 때문에 대학이 학생부만으로 학생을 선별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17년 차 교사 김모 씨도 "특목고·자사고는 교육과정부터 다르기 때문에 일반고가 학생부 기록에서 우위를 점하기 상당히 어렵다"며 "그렇기 때문에 일반고 학생들은 내신 성적에 더욱 올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2028학년도 입시부터는 서울·고려·연세대 등이 정시에서도 내신을 일정 비율 반영하기로 하면서 내신에 대한 부담감이 한층 커졌다.
◆성적 하락·원주민 역차별 우려도
교육계에서는 탈수성구 현상이 특정 학군 쏠림을 완화하는 순기능도 있는 반면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0년 차 교사 박정현 씨는 "학생들이 교육 활동을 보고 학교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대입 성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오는 거라 씁쓸한 마음도 든다"며 "이런 학생들은 전 과목 1등급을 받아야 한다는 목적성이 강하기 때문에 그러지 못할 경우 박탈감이 큰 편이고 자퇴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20년 차 교사 이모 씨도 "수성구 학생들보다 학구열이 낮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려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도 봤다"며 "무조건 내신 성적만 고려할 게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후회가 덜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탈수성구 현상이 원주민에 대한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농어촌 학교 운동부에 도심에서 사교육을 받은 아이가 들어오면 기존 아이들이 주전이 되기 어려워진다"며 "학군지 학생들이 다른 지역에 가서 우수한 성적을 받으면 해당 지역 아이들의 혜택이 그만큼 뺏길 수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중구 한 고교 교사 서모(37) 씨는 "우리 학교 상위 10%의 절반은 수성구 출신"이라며 "내신 5등급제를 적용하는 고1, 고2가 대입을 치르고 탈수성구 전략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가 쌓이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