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값은 치솟는데 주스는 외면"…청송 사과주스 매출 '곤두박질'

입력 2026-05-06 16:29:57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국내 주스시장 5년 새 11% 감소…제로·노슈가 트렌드 직격탄
사과값 급등에 급식서 퇴출…아이들 입맛 변화 '악순환'
"10분의 1 납품 요구" 산지업체 한계…가공산업 기반 흔들

사과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과일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아 사과 산업 자체가 무너지는 위기까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의 전통시장 과일상가. 전종훈 기자
사과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과일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아 사과 산업 자체가 무너지는 위기까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의 전통시장 과일상가. 전종훈 기자

"사과주스 매출이 반토막 났어요."

지난 5일 찾은 경북 청송의 한 사과주스 제조업체 관계자 A씨는 큰 시름에 빠졌다. 수십 년간 해 오던 주스 제조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사과 가격은 오르고 소비는 줄고 인건비는 매년 늘어나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에 빠져있다"고 토로했다.

청송 사과 산업의 한 축인 사과주스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원료인 사과 가격은 급등하고 있지만 주스 매출이 급감하는 '역주행' 현상이 뚜렷하다. 건강을 앞세운 소비 트렌드 변화까지 겹치며 지역 가공업체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과채음료(주스) 시장 매출 규모는 5년 전 대비 11% 감소했다. 2020년 6천438억원이던 소매점 기준 연간 매출은 2024년 5천689억원으로 줄었다.

또 다른 청송 사과 가공업체 관계자 B씨는 "예전에는 주스가 건강식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오히려 피해야 할 음료처럼 인식된다"며 "제로콜라나 아메리카노는 괜찮고 주스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시장을 바꿔 놓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실제 설탕을 줄이거나 아예 넣지 않은 음료를 선호하는 소비 패턴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과일주스는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시중 주스는 사실상 설탕 음료"라는 인식이 퍼지며 외면받는 분위기다.

원료 가격 상승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상기후와 생산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사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학교 급식에서도 사과와 사과주스는 점점 제외되는 추세다.

경북지역 학교에 과일을 납품하는 C업체 관계자는 "사과 급식 납품 문의는 많지만 시중가의 10분의 1 수준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가격으로는 단가를 맞추기 불가능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과일이 급식에 들어가고, 이 입맛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사과를 찾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단순한 매출 감소를 넘어 산업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일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스 소비 감소는 결국 사과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며 "생과와 가공 산업이 함께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중에 썩은 사과 한 바구니에 5천원이나 할 정도로 최근까지 사과 가격은 역대급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한 과일가게 판매대 모습. 전종훈 기자
시중에 썩은 사과 한 바구니에 5천원이나 할 정도로 최근까지 사과 가격은 역대급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한 과일가게 판매대 모습. 전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