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플랫폼의 오만한 '책임은 회피 이익은 독점' 약관, 진작 손봤어야

입력 2026-04-2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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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과 네이버를 비롯한 7개 주요 오픈마켓 사업자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11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키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플랫폼들의 민낯은 충격적이다. "서버에 제3자가 무단 침입해도 책임지지 않겠다"거나 "판매자가 정보를 유출해도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는 식의 독소(毒素) 조항들이 버젓이 약관의 이름을 빌려 군림해 왔다. 특히 업계 1위 격인 쿠팡은 무려 8개 항목에서 시정 대상에 올랐다. 시장 지배력에 걸맞은 책임감은커녕, 법망을 피해 갈 궁리에만 몰두해 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개인정보보호 책임의 정상화다. 방대한 결제 정보와 민감한 개인정보를 쥐고 흔드는 사업자들이 유출 사고 시 귀책(歸責) 여부와 상관없이 이용자에게 책임을 전가해 왔었다. 대형 해킹 피해에도 나 몰라라 해 왔던 플랫폼들이 이제라도 보안 사고에 대해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주체가 되도록 못 박음을 환영한다.

중개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해 온 조항도 바로잡혔다. 입점 업체와 소비자 사이에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면서도, 거래 과정의 분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플랫폼 자신의 고의나 과실이 있다면 마땅히 배상 책임을 져야 하며, 이용자와 책임이 겹칠 경우 귀책 비율에 따라 나누는 것이 시장 경제의 기본 상식이다.

입점 업체의 생명줄과 같은 판매 대금 정산을 자의적으로 보류(保留)해 온 관행도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 '클레임 발생 가능성' 같은 모호한 사유로 자금을 묶어 두는 행위는 영세 상공인들의 자금 흐름을 끊는 독소 조항이었다. 지급 보류 사유를 구체화하고 예측 가능하게 규정한 것은 상생 경영으로 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철저히 감시하고, 시정명령과 검찰 고발 등 사후 조치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업자들은 플랫폼의 성장은 이용자의 신뢰 위에서만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