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법'고발 이전에 조계종 종법·종헌으로 처리 기회 있어
금권선거 적발시 강력한 처벌 등 자정 능력 보여줄 때 신뢰 회복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사찰인 경주 불국사의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 과정에서 스님 등에게 수억 원의 돈이 제공됐다는 의혹(매일신문 2026년 1월 29일 보도)과 관련,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교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월 4일 "2024년 7월 1일 불국사 주지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 전후에 '문중기금' 등 3개의 은행계좌에서 5억여원의 돈이 인출됐고, 이 돈이 선거권자인 스님 등에게 4억여원이 지출됐다는 '주지선거 수지 결산' 자료가 있어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며 경주경찰서에 고발했다.
이 건은 불교시민단체가 '사회법'으로 고발하기 이전에 조계종 종헌·종법에 따라 조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경주의 불교 신자와 불국사 말사 스님이 이 건으로 조계종 총무원에 민원과 탄원을 했었기 때문이다.
현행 조계종 종법인 '산중총회법'과 '선거법'에는 산중총회 구성원과 후보자는 개회일 3개월 이내에 일체의 금품 및 재산상 이익 제공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후보자가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공권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계종 호법부는 이달 초 열린 중앙종회에서 "지난해 11월 불국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했고, 현 주지가 직접적 위법 행위를 한 증거가 없어 해당 사건에 대한 최종적 처리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불국사 문중기금 등의 통장에서 인출· 집행한 돈은 금권선거가 아닌 산중총회 소집과 개최를 위해 집행됐고, 이 돈의 집행 결정 및 최종 행위권자가 2024년 11월 입적함에 따라 종법령에 따라 처분의 권한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불국사 측도 "지출된 돈은 사찰의 오랜 관행으로 산중총회 때 본사를 방문한 스님 등에게 여비·공양비 성격의 '거마비(車馬費)'로, 주지 선거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입장 발표에도 민원을 제기했던 불교 신자와 해당 스님은 물론 불교시민단체는 '봐주기식' 조사라며 과연 조계종이 자정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조계종 산하 교구 본사 주지 선거에도 돈이 오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청정 수행 공간에서 속세와 같은 일이 벌이지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불교계에서는 오는 9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이슈'를 덮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늦기 전에 주지 선거 관련 독립조사 기구 설치 및 운영, 금권선거 적발시 강력한 처벌 등 자정 능력을 보여줄 때 청정 수행공간으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