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프 20년, 축제를 넘어 브랜드로] <하> 영국 에든버러처럼 산업화…"전용 공연장 더 미루면 안돼"

입력 2026-04-20 18: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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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프, 20년간 비수도권서 작품 발굴·성장 '기지' 역할
축제 현장서 배우 운용·연습 공간 부족 등 구조적 한계
예산 한계로 국내외 인지도 있는 초청작 유치 쉽지 않아
지역 산업으로 나아가려면 '전용 공연장' 인프라 필수적
장기적 관점에서 예산 투자 이어져야…지자체 노력 절실
"부가가치 창출 플랫폼 되면 20년 역사 의미있을 것"

딤프지기 활동 사진. DIMF 제공
딤프지기 활동 사진. DIMF 제공

하) 딤프의 지속가능성을 묻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하 딤프)은 지난 20년간 단 한번도 끊기지 않고 지역 뮤지컬 생태계를 확장하며 국내 대표 뮤지컬 축제로 자리잡았다. 중앙정부도 아닌 지역에서 창작 지원과 인재 양성, 국제 교류를 통해 축제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온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어 높이 평가돼왔다. 다만 향후에도 이를 지속 가능하게 뒷받침할 기반이 충분히 마련돼있는지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제19회 딤프 만원의 행복 부스 운영사진. DIMF 제공
제19회 딤프 만원의 행복 부스 운영사진. DIMF 제공

◆ "딤프, 뮤지컬산업 전초기지 역할"

딤프는 지난 20년간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국내외 작품을 선보이며 관객 저변을 넓힌 동시에, 창작 초연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뮤지컬 장르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 실제 관람객들은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작품을 집중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과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공연을 경험할 수 있는 구조" 등을 딤프의 강점으로 꼽는다.

전문가들은 딤프가 축제를 넘어 뮤지컬 산업에서 일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고 평가한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경우 약 80%가 수도권에 집중된 가운데, 특히 초기 작품 발굴과 테스트, 이후 성장시키는 '게이트키퍼' 기능 역시 수도권에 쏠린 구조로 볼 수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영국처럼 뮤지컬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나라에 가보면 지방 도시인 맨체스터에서 직접 뮤지컬을 제작하고 그곳에서 초연한다" 라며 "이에 비해 수도권에 집중된 국내 시장은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도 한계를 보이는 기형적인 구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딤프는 지역에서 초기 개발의 아이디어를 선보이고, 다양한 언어권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지난 20년간 뮤지컬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로 자리매김 해왔다"고 평가했다.

딤프 창작뮤지컬로 첫 선보여 지난해 공식 초청작으로 돌아온
딤프 창작뮤지컬로 첫 선보여 지난해 공식 초청작으로 돌아온 '시지프스'를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DIMF 제공

◆ "배우 운용·제작 환경 구조적 한계"

축제가 진행되는 약 2~3주간 지역 배우들은 딤프가 지역에서 비중이 큰 행사이기에 많은 시간을 축제 공연에 할애한다. 공연 제작자·배우 등 현장에서는 단순한 인력 부족보다도 배우 운용·제작 환경 등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인 한계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지난해 딤프 기간 서울에서 내려온 한 연출진은 간담회에서 "대구 배우들과 제작진은 평소 무대 공연이 많다보니 타 도시에 비해 기량이 높은 편"이라며 "다만 노래·연기를 모두 잘 소화하는 배우들은 평소 공연이 많아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배우는 "배우 수 자체는 부족하지 않지만, 티켓파워를 고려한 캐스팅 구조 속에서 쓰이는 배우들이 한정적인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딤프 기간에는 타 지역 배우들이 더블·트리플 주연 등 주요 배역을 맡는 경우도 적지 않아, 기존에 주연을 맡아온 지역 배우들도 조연에 들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공연이 몰리는 딤프 시기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연습실 이용 시간이 다 차있어 연습 공간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전했다.

다만 한 공연 기획 관계자는 "딤프가 지역 행사라고 해서 지역 배우 참여 인원수를 계산하는 접근은 근시안적일 수 있다"라며 "지역 배우들이 성장해서 더 큰 시장으로 진출하는 흐름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기도 했다.

제19회 DIMF 개막작 뮤지컬
제19회 DIMF 개막작 뮤지컬 '테슬라' 커튼콜 사진. DIMF 제공
제17회 DIMF 개막작
제17회 DIMF 개막작 '9 to 5'. DIMF 제공

축제 자체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과제가 제기된다. 이성훈 공연기획사 쇼노트 대표는 '좋은 작품 유치'를 축제 성장의 핵심으로 꼽으며 "딤프가 해외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지만, 좀 더 관객들에게 인지도가 있고 완성도를 갖춘 선진 시장의 작품들이 더 많이 유입될 필요가 있다. 다만 예산의 제약이 있다보니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퀄리티 있는 국내 초청작이 많이 들어왔으면 하는데 '예산의 안정성'이 전제돼야한다"라며 "지금처럼 예산이 들쑥날쑥할 경우 초청작, 아카데미 등 주요 사업의 연속성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용 공연장·안정적 예산 필수적"

결국 딤프와 지역 뮤지컬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논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딤프가 단순한 축제를 넘어 창작과 산업을 연결하는 '테스트베드'로 기능해야 한다고 말한다.

원종원 교수는 "지역에서 작품을 개발하고 초연한 뒤, 이를 수도권과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라며 "제작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정주 여건이 잘 갖춰져 있는 만큼, 업계 종사자와 자원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 뮤지컬 전용 극장
부산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 전경

이를 위해서는 전용 공연장과 같은 인프라 확충과 안정적인 예산 구조 마련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구가 한때 비수도권 최대 뮤지컬 시장이었지만, '뮤지컬 불모지'라 불리던 부산에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가 들어서면서 전세가 역전된 상황을 언급하며 제작과 관객 수요가 이동한 점을 지적한다.

현재 대구에는 뮤지컬을 안정적으로 장기 상연할 수 있는 전용극장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계명아트센터가 대표적인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다목적 공연장 성격이 강해 뮤지컬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신축 공연장 조성도 전무하다. 전용 공연장이 구축될 경우 장기 상연이 가능해지고, 지금은 일반 공연장에 함께 올라가는 순수예술 공연과의 일정 분산을 통해 서로 공연 기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 뮤지컬 전용극장이 조성되면 공연을 중심으로 한 집객 효과가 발생하면서 지역 문화산업의 선순환을 이끄는 거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 교수는 "관객들이 공연 관람에 그치지 않고 식사와 여가, 소비 활동을 포함해 수 시간 머무르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주변 상권과 관련 산업 전반으로 파급 효과가 확산된다"라며 "도심 접근성이 확보된, 대중교통으로 연결되는 공간에 집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한국뮤지컬협회 제공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한국뮤지컬협회 제공

예산 확대 역시 필수적이다. 딤프 예산은 지난해 26억 원(국비 3억 원·시비 23억 원)에서 올해 34억 원(국비 17억 원·시비 17억 원)으로 늘어나 약 30% 증가했다. 원 교수는 "현재 예산 규모는 대형 뮤지컬 한 편을 올리기도 쉽지 않은 수준"이라며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금의 예산으로 축제가 이어져온 것 자체가 놀랍다고 말한다. 단기적 효율보다 장기적 산업 육성 관점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훈 공연기획사 쇼노트 대표
이성훈 공연기획사 쇼노트 대표

이성훈 대표도 "대구가 지난 20년간 축제를 통해 돌탑을 잘 쌓아 올렸는데, 전용 공연장과 예산 측면에서 잃어버린 시간이 길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국비 지원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가려면 시에서 반복적으로 중앙 정부의 문을 두드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1천석 이상 대극장과 500석 내외 트라이아웃(시범공연) 공연장, 연습실을 갖춘 뮤지컬콤플렉스가 구축되면 현재의 구조적 한계 상당 부분을 해소하고, 대구가 뮤지컬 생산 거점으로 성장할 기반도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딤프는 20년간 이어온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속돼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의 안정적인 지원이 전제되고, 시민들이 자부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더 가치 있는 문화브랜드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딤프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지역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자리잡아야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원 교수는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예로 들며 "축제 기간에 창출되는 경제적 효과만으로 도시가 1년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산업화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딤프 역시 축제가 없는 기간에도 지속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를 만들어내는 구조로 확장될 때, 비로소 20년간 이어져 온 이 축제가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딤프의 대표적인 부대행사이자 뮤지컬 거리 공연인
딤프의 대표적인 부대행사이자 뮤지컬 거리 공연인 '딤프린지'가 수성못에서 펼쳐졌다. DIMF 제공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딤프린지. DIMF 제공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딤프린지. DIMF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