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이정훈] 사격중지와 종전선언

입력 2026-04-2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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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이정훈TV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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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주의 삼라만상을 말로 이해한다. 책이나 가서 보고 왔다는 이가 '빨갛다'고 하면 '빨간 줄' 안다. 그런데 직접 가서 보니 '주황색이네'란 판단이 들 때가 있다. 이렇게 언어나 문자에 의한 전달엔 왜곡이 있다. 그런데 '시뻘겋다'나 '붉다'도 아니고 '노랗다'고 해놓으면 어떻게 될까.

'몰라서 그런 건지' 미국-이란 전쟁을 전하는 우리 언론이 이런 과오를 범하고 있다. '미국이 휴전한 상태에서 종전 협상을 하려고 하는데, 이란이 응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류의 보도가 그것이다.

전쟁은 다양한 루트로 종결되거나 재발한다. 1945년 원폭을 맞은 일본은 바로 항복했다. 그리고 미 군정을 받다가 강화조약(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맺어 독립하면서 미국과 평화관계에 들어갔다. 종전을 한 것이다. 반면 6·25전쟁은 정전만 했다. 강화조약을 맺어 평화관계로 가지 못한 것인데, 여기에는 '통일을 해야 한다'는 절실함도 한몫했다.

전쟁을 끝내는 보편적인 사례는 일본이 보여준 항복이 아니라 6·25와 같은 과정이다. 항복을 하지 않는 전쟁을 중지하려면 '사격중지(cease fire)'부터 한다. 사격중지는 방아쇠만 당기지 않을 뿐 전투태세는 유지한다.

그리고 전투 중지를 위한 협상을 해보는데, 합의가 이뤄지면 전투태세를 푸는 '휴전(truce)'을 한다. 이어 좌표 등으로 양측 영역을 구분하는 분계선 획정에 합의하면, 더 이상 싸우지 않게 관리하는 '정전(armistice)'에 들어간다.

지금의 대(對)이스라엘 전쟁은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후티 같은 '정파(政派)'를 데리고 하고 있지만, 1979년까지는 이집트가 정파가 아닌 '아랍 국가'를 이끌고 했다. 이스라엘 독립전쟁-수에즈전쟁-6일전쟁-욤키푸르전쟁을 치른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주선으로 위의 과정을 겪으며 1979년 이스라엘과 강화조약을 맺었다.

현재의 미국-이란 싸움은 미국이 '한시적(限時的)'으로 선포한 사격중지 단계에 있다. 그리고 사격중지를 이어갈 조건에 대한 협상을 해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란과 국경을 맞대지 않았고, 지상군을 투입해 이란의 영토를 점령하지도 않았다. 그러하니 정전 조건을 다툴 휴전과 그 후의 일은 할 이유가 없다.

1991년 유엔의 승인을 받은 미국은 쿠웨이트를 점령한 이라크를 공격해 100시간 만에 쿠웨이트를 해방시켰다. 그리고 일시적인 사격중지를 하고 이를 이어갈 협상을 해보자고 한 후 유엔 안보리를 개입시켜,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WMD)를 폐기하고 이를 확인받기 위힌 사찰을 받는다' 등을 조건으로 사격중지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라크가 자국 내에 있는 쿠르드족을 탄압하자 이라크 영토 안에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하고, 그 선을 넘으면 공습하는 '작은 작전'을 이어갔다. 상황에 따라 사격중지를 푼 것이다. 2001년 미국은 9·11 테러를 당했는데 그 전후 이라크는 WMD 사찰을 거부했다. 때문에 2003년 '이라크 자유작전'을 펼쳐 이라크 전역을 점령하고 후세인을 생포해 처형했다.

그리고 새로운 이라크 정부를 세워 주고 2011년까지 안정화작전을 한 후 상당한 철군을 했다. 새로운 이라크 정부는 미국과 강화조약을 맺지 않았는데, 이는 후세인 정부가 항복도 못하고 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하니 미국은 정권을 바꿔주고(regime change) 관리를 하는 것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자해적(自害的)'이다. 원유 수출과 생필품 수입을 하지 못하면 이란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란의 선택지는 적지만 미국은 다양하다. 지금까지의 사격중지만로도 트럼프는 '미 대통령은 60일 이상 독단적으로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미 의회의 전쟁권한 결의안을 지켰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모택동이 말한 '담담타타(談談打他)' 전술을 이어갈 것이다. 민중혁명이나 선거혁명으로 핵를 폐기할 정권이 나올 때까지 회담하다 어긋나면 때리고 또 회담하는 것을 반복한다. 이러하니 미국-이란 전쟁에는 휴전이나 종전은 없고 사격중지만 있게 된다.

평화관계는 '시사용어'인 종전으로 확립되지 않는다.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를 만들자는 좌파의 '용어 혼란' 전술에 우리 언론이 오염돼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