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재)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국민대 명예교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도대체 무슨 급한 일이 있기에 선거를 코앞에 둔 당 대표가 미국을 방문해야 하느냐는 기본적 물음에 마치 국가 기밀인 것처럼 말을 아꼈다. 대신 애들 수학여행 간 듯 위싱턴 DC에서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으로 답했다.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다가 미 국무부의 요청에 따라 다시 국무부로 향했다던 장 대표가 만난 사람이 누구냐에 대한 질문에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예의를 들먹이며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국내 언론의 이메일 질문에 국무부는 거리낌 없이 장 대표가 만난 사람이 사라 로저스 공공외교 담당 차관의 비서실장 개리 왁스였고, 만남도 장 대표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공개해 버렸다.
딱하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하다. 대한민국 보수 정당의 대표가 일정을 급히 바꿔가며 가까스로 만난 사람이 공공외교 담당 차관의 30대 비서실장이라니. 아무리 미국이 패권국가라 해도 차관을 보조하는 비서실장을 만나기 위해 구걸(?) 외교를 했단 말인가. 그걸 차관보를 만났다고 발표하고는 실무진의 착오이며 차관보'급' 인사를 만났다고 변명하다니 창피하지도 않은가. 국격을 참담히 훼손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 속을 필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미 장동혁은 당 대표로서 리더십도, 품격도, 능력도, 도덕성도 잃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 중 당 대표가 와서 함께 유세해 달라는 사람이 있는가? 주요 언론의 사설이나 칼럼에서 장 대표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내용이 있었나? 장 대표 취임 이후 주요 여론조사의 국민의힘 지지도가 올라간 적이 있었나? 이번 선거 승리를 위한 비전과 정책을 제시한 적이 있는가? 그런 장 대표가 귀국해서 한다는 소리가 해당 행위를 하면 확정된 후보라도 즉시 교체하겠단다. 그런 소리에 겁낼 후보도 없겠지만 누가 진짜 해당 행위를 하고 있는지 한번 따져 보자.
장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이 당의 내분 때문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 내분의 중심에, 아니 원인 제공자가 바로 장 대표와 현 지도부 아닌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윤석열과 한 줌도 안되는 윤어게인 세력에 기대어 익명의 당원 게시판에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고 한동훈을 제명했다. 한동훈 가족의 행위가 옳은 것이 아닐지라도 그것이 한동훈을 제명할 일인가. 당원 게시판을 익명으로 한 이유가 당이나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마음대로 얘기하라고 그런 것 아닌가. 김종혁, 배현진 등 친한계 인사들을 징계했다가 법원에 의해 모두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된 것이나, 40일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아직 후보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라. 오죽하면 민주당에서 장 대표가 있는 한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 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하고 있고, 김어준이 "장동혁,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가 말이다.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장 대표는 자신의 사퇴가 선거에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당근! 도움이 되고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선거에 과연 도움이 될지 스스로 자문해 보라. 답은 명확하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장 대표를 보고 '민주당의 선대 위원장'이라고 비아냥거리겠는가.
장 대표와 지도부가 물러난다고 이미 패색이 짙은 선거를 뒤집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서울이나 부산 등 핵심 지역에서는 해볼 만한 싸움이 될 수 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여러 곳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해 민주당과 의석을 충분히 다툴 수 있다. 적어도 후보들이 당의 색깔인 빨간색을 포기하는 일은 더 이상 막을 수 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을 찍었다가 장동혁이 살아나는 꼴은 볼 수 없다는 보수 유권자들도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등을 돌린 보수와 중도 유권자들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취소를 위한 사법쿠데타를 제대로 바라볼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엔 투표 안할랍니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투표를 거른 적이 없었다는 어느 대구 유권자의 말이다. 장동혁 대표의 국민의힘에 실망하다 못해 절망했기에 가봐야 찍을 사람도 없으니 투표를 포기하겠다는 푸념이다. 다수 유권자의 마음이 이와 같을 것이다. 장 대표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진짜 해당 행위임은 물론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매국 행위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