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국제정치학자
이란전쟁이 시작된 지 꼭 38일 만에 전투 모드에서 휴전 및 대화 모드로 바뀌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4월 7일 밤 8시까지 대회에 응하지 않으면 이란을 석기시대로 만들어 주겠다는 트럼프의 으름장에 이란이 굴복한 결과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 언론 대부분이 미국이 대화를 하자고 한 것을 미국이 이란에게 항복한 것처럼 보도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전쟁의 진실을 다시 논하게 되는 이유다.
미국은 지구 역사상 나타났던 대부분 강대국들과 마찬가지로 전쟁을 많이 하는 나라다. 당시 세계 최강인 영국과 전쟁을 벌임으로써 독립을 쟁취한 나라이며 독립 이후에도 수많은 전쟁을 통해 오늘의 강대국 지위에 오른 나라다. 미국인들이 전쟁을 자주 치르는 이유는 전쟁을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전략적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에 호소해야 하느냐의 질문에 대해 국민의 80% 정도가 그럴 수 있다고 응답하는 나라다.
미국이 치른 수많은 전쟁 중에서 미국의 전략가들과 학자들이 스스로 가장 잘 싸운 전쟁이라고 평가하는 전쟁은 1991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벌였던 걸프전쟁이었다. 걸프전쟁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빛나는 승리를 이룩함으로써 미국은 월남전쟁에서 패배했다는 심각한 트라우마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현대과학의 진수를 전쟁에 그대로 적용한 미국은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적국 이라크의 군사력은 단 43일 만에 초토화시킬 수 있었다. 이라크의 군사력을 궤멸시키는 작전의 대부분은 공군 작전으로 이루어졌고 지상군은 마지막 마무리 작전을 전개했었다. 이같은 압도적인 승리에서 미국군인 147명이 전사했고 미국의 전투기들이 77대 파손되었다.
이번 이란전쟁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거둔 승리와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며 놀라운 승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이라크와 비교 인구 2배, 영토 약 4배에 이르는 이란의 군사력과 군사시설들을 90% 이상 궤멸시키는데 38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전쟁을 직접 지휘한 미국 중앙군 사령부의 브래드 쿠퍼 대장은 "이란이 40년 동안 건설한 군사력을 40일 만에 궤멸시켰다"고 말했고 피트 헥세스 전쟁부 장관은 "이 같은 일을 성취하기 위해 미국 전체 군사력의 10%가 사용되었다"고 언급했다. 전사한 미국군은 13명이며 이 중 6명은 공중 급유기 추락으로 인한 사고로 인한 피해였다. 미국 전투기가 10여 대 파괴되었지만 이란군의 공격으로 인한 추락은 F15E 전투기 1대에 불과했다.
미국은 17,000곳 이상의 이란 내 표적들을 파괴했고 잔존해 있는 이란의 군사력은 더 이상 이스라엘과 미국은 물론 이웃 국가들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도 되지 못한다. 이란 공군과 해군이 완전 궤멸된 상황이며 이란의 미사일 생산공장, 방공망등이 회생 불능 상태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란 정치의 최고위급 3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이란군 장교단 1,2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전쟁의 지속을 가능케할 인적자원이 고갈되었다는 의미다. 이란이 당한 재정적 피해도 적게는 3,000억 달러로부터 최대 1조 달러로 추정된다. 이란의 작년 GDP가 3,700억 달러였다는 사실을 보면 이제 이란은 자력으로는 회생 불능의 경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1차 협상이 실패한 후, 4월 13일부터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이란 항구 전면 봉쇄 작전은 이란의 경제력을 하루에 4억 달러 이상 고갈시킴으로써 폭격보다 더욱 이란을 아프게 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 항구 완전 봉쇄 작전을 통해 이란의 실질적인 군사력인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의 예산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란 군부의 강경파들이 아직도 항전을 외치고 있고 이란의 군사력이 100% 와해 된 것은 아니다. 이란이 전쟁 시작 전 보유하고 있던 기뢰는 5,000개였고 미국이 그중 97%를 파괴, 현재 150개가 남아있으며 150개의 기뢰는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상선들을 위협할 수 있다. 큰 군함들은 다 파괴되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소형 고속정 역시 상선을 위협할 수 있다. 마치 기관총으로 무장한 소말리아 해적들이 30톤 짜리 대형 선박을 위협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같은 상황을 이란이 승리했다고 보도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정상적인 언론인으로 대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