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호 칼럼] 전쟁 민생지원금

입력 2026-04-19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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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호 전 부장판사, 동대구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황현호 전 부장판사
황현호 전 부장판사

물가와 환율은 올라가는데 정부는 이란 전쟁을 계기로 소득하위 70% 약 3500만 명에게 1인당 최소 10만 원, 최대 60만 원씩 차등 지급하는 전쟁 민생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개인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화폐, 각종 할인권을 지급하는 것으로 서민들의 지갑을 보조하고 경제의 활성화도 도모하는 정책이라고 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고유가 지원금이 10조 1천억 원, 소상공인·노동자·미취업 청년 등 지원금 2조 8천억 원, 산업피해 지원금 2조 6천억원 원, 지방재정지원금 9조 7천억 원, 국채상환금 1억 원 등 총 26조 2천억 원의 추경안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통과되었고 오는 27일부터 예산을 집행한다고 한다.

한국은 미국의 군함 파병요청을 거부하고 국민에게는 전쟁 민생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앞 뒤가 좀 맞지 않는다. 6월 3일 지방선거를 1달여 앞두고 유권자에게 금품을 살포하는 선심성 예산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도 코로나 보조금, 민생보조금 등 선거를 앞두고 각종 명목으로 1인당 30만원 내외의 보조금을 지급하였는데, 이번에는 그 두 배를 지급한다.

이렇게 돈을 많이 풀어서 한국은행과 한국정부를 못 믿으니 물가와 환율이 올라가는 것이다. 석유파동, 전쟁 발발이 있으면 긴축을 하여 물가를 잡고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기본적인 경제 상식이다. 그런데 거꾸로 물가와 유가는 급등하는데 추경을 편성하여 지원하겠다는 것은 물가 인상을 자극하는 것으로서 경제원리와 모순된다. 마치 마약을 투여하는 것과 같은 일시적 진통제의 투여와 같은 것이다. 언제까지나 무한정 국가 예산으로 국민들에게 각종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고용보조금, 사학보조금, 교통보조금, 민생보조금, 임대보조금, 유가보조금 등 이래저래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사회가 되었다. 각종 초중고 등 사립학교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수입을 보조금에 의존해 사립과 공립의 구분이 별로 없고, 시내외버스 보조금, 지하철 보조금, 사회단체 보조금, 어린이집, 유치원 보조금, 사회적기업 보조금, 벤처기업 보조금 등 수없이 많은 보조금이 있어 보조금 없이는 굴러가지 않는 준 사회주의 국가가 되었다.

이런 보조금이 왜 지급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사립학교가 건학 이념에 맞게 수업료를 적정 수준으로 받아서 국가 보조를 받지 않으려고 하려고 해도 정부가 수업료 인상을 허가해 주지 않는다. 미국 같은 나라는 사립학교의 학비는 엄청나다. 그런 학교에는 경제적 형편이 되는 사람이 가고, 안 되는 사람은 공립학교로 가면 되는 것이다. 우리도 60, 70년대는 그랬다. 사립대학교는 농촌, 서민 출신 학생이 가고 싶어도 학비 때문에 가기 힘들어 국·공립대를 선호했다.

시내버스, 시외버스 승객도 승객이 감소되면 배차 간격을 늘려 감차를 하면 된다. 이런 것도 노조의 압력 때문에 하지 못한다. 5명 이하 태우고 가는 시외버스, 아침 일찍 빈 차로 운행하는 시내버스, 하루 종일 빈 차로 운행하는 농어촌 버스가 많다. 기본적으로 지하철, 시내버스 요금, 통행료 등 교통요금이 일본, 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 문제이다. 임금인상, 물가상승 등 인상요인이 있어 요금을 올리려 해도 표를 의식해 안 올리고 교통보조금, 유가지원금 등으로 버티어 왔다. 지금 각 도시의 시내버스는 준 공영제, 또는 완전공영제로 국가가 총 경비의 대부분, 또는 전액을 지원해 주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하여 보유세를 늘리기 위해, 주택 공시가격, 토지 공시지가를 최근 8년간 두 배로 올려서 재산세, 양도소득에, 상속세 등 부동산 관련 세수가 엄청 증가하였다. 우리나라는 연간 1억 5천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들에 대해서는 소득세율이 50% 정도 된다. 소득세 38%, 지방세 3.8%, 4대 보험료 약 10% 등 약 51.8%를 세금으로 내고, 그 외 자산 30억 이상이면 상속세 및 증여세를 50%를 낸다. 북유럽은 소득세는 높은 대신 상속세가 없어 전반적으로는 우리나라가 최고 세부담국가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고세율의 나라에서 보조금을 남발하면 할 수록 세금의 부담은 늘어나 기업활동은 위축되게 마련이다. 우선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같은 세계적 반도체 기업이 세수 확보를 해 주니 버틸 수 있는데, 이들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순간 우리나라는 위기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국민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져야 하는데 보조금으로 남발하니 서민은 재기의 의욕이 없고, 중산층 이상은 경제활동 의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