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름없던 주말, 한밤중에 갑자기 아기가 칭얼거리더니 점차 오열하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안아 들었지만 좀체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아기가 평소보다 뜨끈한 듯해 체온계를 재 보니 빨간색 배경 속에 39.2℃가 찍혔다.
낮 시간 동안 잘 먹고, 잘 놀아 아플 것이란 징조도 없었기에 더 경황이 없었다. 주말인 데다 밤중이다 보니 당장 떠오른 건 119 신고. 아기의 상태를 설명하자, 우선 '열경련'이 없다면 해열제를 먹이고 경과를 지켜보는 게 좋겠다는 상세한 안내가 왔다. 다행히 이후 열은 내렸지만 그날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앞으로 아이가 정말 위험한 상황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은 막막한 심정이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최근 대구에서 고위험 임신부 의료기관 미수용 사태가 발생했다. 임신 28주의 산모가 복통을 호소하며 119에 신고했지만, 관내 병원 7곳에서 잇따라 수용이 어려워지면서 결국 타 지역으로 이송됐고, 그 사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당시 병원들은 신생아집중치료실 병상 부족, 산과 전문의 부족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후 대구시는 김정기 시장 권한대행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지역 주요 대학병원장과 모자의료센터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산모·태아 집중치료실과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고위험 산모 전용 이송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또한 전공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당 인상과 정책수가 개선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육아 부모들의 불안을 줄이기엔 부족하다. 병상은 늘릴 수 있고, 장비도 도입할 수 있지만 장비를 사용해서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가 없다면 다 무용지물이기 때문.
특히 산부인과와 소아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는 이미 '기피 과'가 된 지 오래다. 산부인과가 사라지다 보니 대구 내에서도 일부 지역에선 출산을 위해서 집과 멀리 떨어진 병원을 가야 한다.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료는 시장 논리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결국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그 역할은 지자체와 국가로 넘어간다. 김정기 권한대행이 "사각지대 없는 응급·공공의료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재정 지원 확대를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고는 발생했고, '사후 약방문'이어도 정책 개선은 필요하다. 다만 일회성 대안이 아닌 미흡한 '구조'를 고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이 하나를 위해서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은 결국 마을 구성원 각각에 역할이 부여되고 그 역할과 책임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119, 응급실, 산부인과, 신생아중환자실,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행정까지 하나라도 빠지면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전용 이송 체계 구축, 병상 확충, 인력 지원 확대 등 이번 대책들은 분명 이전보다 진전된 접근이다. 특히 병원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실시간 대응 시스템을 정비하겠다는 방향은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결국 한 번의 회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대책이 일회성 대응에 그치지 않고 제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의료진의 수, 시스템의 연결성, 무엇보다 '필수의료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대구는 지금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한 준비가 돼 있는가. 이 질문을 무겁게 받아들여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