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 번호 묻는 시대…서점이 '헌팅장' 됐다

입력 2026-04-15 16:22:00 수정 2026-04-15 16: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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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따' 시도 확산에 이용객 불편…몰입과 사색의 공간 '서점' 의미 흔들
교보문고 대구점 "아직 민원 접수 없었다…별도 대응 조치 없어"

기사 관련 AI생성 이미지 사진. Chat GPT
기사 관련 AI생성 이미지 사진. Chat GPT

교보문고 소설 코너 앞에서 책을 고르던 한 여성 주변을 한 남성이 서성인다. 잠시 뒤 여성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고 이어 연락처를 물었다. 여성은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남성은 몇 차례 더 말을 붙이며 주변을 맴돌았다. 결국 여성은 책을 내려놓고 자리를 떠났다.

최근 대형 서점을 중심으로 이성에게 연락처를 묻는 이른바 '번따(번호 따기)' 시도가 이어지며 이용객들의 불편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단순한 호의 표현을 넘어 반복적이고 일방적인 접근이 이어지 일부 이용객들은 이를 '피해'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 경험자들은 불쾌감을 넘어선 심리적 부담을 토로한다. 한 이용객은 "단순히 말을 거는 수준이 아니라 계속 주변을 맴돌고 따라오는 느낌이라 스토커처럼 느껴졌다"며 "책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시선이 신경 쓰여 결국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객 역시 "거절 의사를 밝혔는데도 여러 번 되묻는 상황이 이어져 난감했다"고 했다. 심지어 "거절하자마자 바로 옆에 있던 다른 여성에게 말을 걸더라", "서점 밖까지 따라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험담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와 오픈채팅방 등에서는 실제로 이성을 만나기 위해 서점을 찾은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또 '서점 번따' 관련 콘텐츠가 공유되며 일종의 행동 지침처럼 소비되는 양상도 나타난다.

유튜브에 게시된 교보문고 번따 관련 영상. You Tube
유튜브에 게시된 교보문고 번따 관련 영상. You Tube

한 유튜브 영상 속 남성은 "번호를 묻고 싶은 이성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책 읽는 모습을 노출 시키며 존재를 부각 시켜라", "F19코너에 서있으면 분위기가 좋아보인다", "핸드크림을 발라 좋은 향을 풍겨라" 등 이른바 '꿀팁'을 공유하기도 했다.

특정 공간을 대상으로 한 접근 시도가 반복되며 실제 서점 이용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개인의 몰입과 사색이 전제된 서점이라는 공간의 성격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일방적 접근은 상대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서점 측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번따 피해 후기가 많았던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몰입의 시간을 지켜주시길 바란다", "낯선 대화에 방해받지 않게 해달라", "불편을 느끼면 즉시 직원에게 알려달라"는 문구가 포함된 안내문이 부착되기도 했다.

대구 지역 서점의 경우 아직 관련 민원이 접수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 대구점 측은 "현재까지 번따와 관련한 고객 불편 신고는 별도로 접수된 바 없다"며 "이와 관련한 별도의 안내 문구나 대응 조치도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대구의 한 서점 내부 모습. 김세연 기자
대구의 한 서점 내부 모습. 김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