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T 인력난 속 한국 청년들 일자리 찾아 일본行… 구조적 요인 맞물려

입력 2026-04-12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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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반등한 일본 취업자… 다시 2천명대 회복
완전고용 일본 vs 취업난 한국… 엇갈린 노동시장
성장세 가파른데 사람이 없다… 해외 인재 확보 나선 일본 IT기업들
"해외 취업자 사후관리, 경력 경로 파악해 정책 개선 반영해야"

2025년 졸업을 앞둔 일본 대학생들이 2024년 3월 도쿄 국제 포럼에서 열린 취업세미나에 참석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사진 AFP 연합뉴스
2025년 졸업을 앞둔 일본 대학생들이 2024년 3월 도쿄 국제 포럼에서 열린 취업세미나에 참석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사진 AFP 연합뉴스
영진전문대학교 AI글로벌IT과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일본 기업설명회를 시청하고 있다. 영진전문대 제공
영진전문대학교 AI글로벌IT과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일본 기업설명회를 시청하고 있다. 영진전문대 제공

"일본은 경력직 채용보다 신입사원을 선발해 회사에 맞는 인재로 육성하는 '소다테루(育てる·기르다)' 문화가 있대요. 신입에 대한 투자와 장기적인 육성 시스템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영진전문대학교 AI글로벌IT과에 재학 중인 2학년 박진혁(26) 씨. 그는 공군 복무 시절 함께 근무하던 선임이 전역 후 일본의 좋은 IT기업에 취직한 것을 계기로 일본 취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전역 후 3년 정도 한국에서 IT 스타트업을 다니다 영진전문대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일본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박 씨는 "일본은 아직 아날로그 시스템이 많이 남아 있어 IT 수요가 매우 크고, 더 큰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주변에서도 일본 취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취업한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급감했던 일본 취업자 수가 지난해 들어 2천명대로 회복되며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IT 등 전문직을 중심으로 외국인 채용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취업난·일본은 구인난

12일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일본 취업자는 2019년 2천469명에서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1천220명으로 반토막 난 뒤 2021년 586명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2~2024년 1천명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2천257명으로 증가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이 같은 회복세는 일본 IT 업계의 구조적인 인력난 속에 기업들이 해외 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흐름과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2007년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저출생·고령화 기조가 지속되면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심화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2월 발표한 일본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70만5천명 수준으로 10년 연속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인구 자연감소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 지표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뚜렷하다. 일본 문부과학성과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취업률은 98.0%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유효 구인배율 역시 1.19배로,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1개 이상인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산업 전반의 인력 부족으로 이어진다. 특히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한 IT 시장에서 구인난이 두드러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Mordor Intelligence(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일본 ICT 시장 규모는 2025년 4천43억7천만 달러에서 2026년 4천331억2천만 달러로 성장하며, 2031년에는 6천106억1천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은 7.11% 수준에 달한다.

시장 규모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자국 내 인력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일본 IT 기업들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대만·동남아·인도 등 해외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력직 중심 채용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 청년과 이들을 필요로 하는 일본 기업 간 수요가 맞물리며 일본 IT 업계로의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 IT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672억 달러 규모로, 약 299억 달러 수준인 한국보다 2배 이상 커 한국 청년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있는 일본 취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일본 IT기업 취업 연계 및 교육을 담당하는 김진우 솔데스크 대리는 "일본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할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하다"며 "현재 일본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구조로, 청년 입장에서는 굳이 이공계열을 전공하지 않아도 취업이 가능하다 보니 공대 선택 유인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 같은 구조가 IT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즉시 투입 가능한 인재를 선호하는 반면, 일본은 현재 역량보다 성장 가능성과 조직 적합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지금 당장은 부족하더라도 회사에 맞는 색깔을 입혀 조직에 적합한 인재로 키워가겠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인재 미리 '찜'한다… 한국 인재 모셔가는 일본

지역 대학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영진전문대 컴퓨터정보계열 AI글로벌IT과는 전국 전문대학 가운데서도 일본 IT 업계 취업 성과가 활발한 학과로 손꼽힌다.

서희경 영진전문대학교 AI글로벌IT과 교수는 "일본은 현재 구인난이 심해 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조금이라도 빨리 확보하기 위해 채용 시기를 앞당기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일본 학생들도 여러 기업에 동시에 합격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 입장에서는 채용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재 한 명, 한 명이 귀한 만큼 채용 이후에도 기업 차원의 관리가 이뤄진다.

서 교수는 "일본엔 내정자 제도가 있어 합격자를 대상으로 10월 1일 일괄적으로 내정식이 진행되는데, 일부 기업은 항공료와 숙박비까지 지원해가며 한국 학생들을 일본으로 초청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는 평가다.

서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로 한때 2개 반을 운영하던 일본 취업반을 1개 반으로 줄인 적도 있었지만, 최근 다시 신입생이 늘면서 2개 반 체제로 회복됐다"며 "특히 올해 신입생의 경우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 비중이 체감상 더 늘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일본 기업은 신입사원을 채용한 뒤 1~3개월 정도의 연수 과정을 운영하고, 이후에도 교육과 자기개발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며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기회 많고, 연수 체계적"… 매력적인 일본 취업

실제 일본 취업에 성공한 청년들도 비슷한 점을 강조한다.

김일곤(27) 씨는 2025년 영진전문대 AI글로벌IT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도쿄의 IT 기업 Ascend에 취직해 2년 차 개발자로 재직 중이다. 그는 전화 관련 서비스의 설정 및 정보 관리 등을 담당하는 웹 시스템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김 씨는 "일본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IT 및 전문직 분야에서 비교적 채용 기회가 많은 편이라고 느꼈다.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채용 후 회사 내 연수 시스템을 통해 기본적인 지식과 업무 역량을 교육한 뒤 실무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일본 기업들이 한국인들에 대해 성실성과 책임감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 확산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일본의 IT 인력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국인의 일본 취업 역시 당분간 확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체계적인 사후관리와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용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 책임연구원은 "최근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가 늘고 있는 만큼, 해외 취업자에 대한 사후관리와 함께 현지 적응 과정의 어려움이나 향후 경력 경로 등을 체계적으로 파악해 정책 개선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