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구 도심의 주요 사거리는 그야말로 현수막의 바다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로를 향한 비방과 헐뜯기로 얼룩진 '정치 현수막'이 즐비하게 걸려 시민들의 피로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무질서하게 엉킨 정치 현수막은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렇게 '현수막 공해'가 만연(蔓延)하게 된 것은 중동 전쟁 상황으로 나프타 수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며 가격이 30%가량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현수막의 절대적인 가격 자체가 저렴하다는 점이 꼽힌다. 크기에 따라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10만~13만원 선이면 자신의 얼굴을 내붙인 현수막을 걸 수 있으니 홍보 효과를 노리는 정치권 인사들에겐 매혹적인 홍보 수단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런 '혐오(嫌惡)의 현수막'이 난무하게 된 데는 2022년 국회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함으로써 '정당이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책·정치적 현안에 대해 허가·신고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정치적 목적의 현수막을 자유롭게 걸 수 있게 되면서 시민들은 횡단보도, 사거리 등 발걸음을 멈추거나 주정차를 해야 하는 거의 모든 공간에서 자극적이고 불쾌한 정치 구호를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6일 환경단체인 자원순환사회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선거 현수막 사용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비닐, 포장재, 섬유 등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의 공급 불안이 국민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정치 현수막이 자원 낭비와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만큼 실효적인 규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현수막 대부분이 폴리에스터 등 석유화학 기반 합성섬유로 제작, 자연분해가 어렵고 매립이 불가능해 소각(燒却) 처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선거용 폐현수막은 2020년 총선 1천739t, 2022년 대선 1천110t, 2022년 지선 1천557t, 2024년 총선 1천235t에 달했다. 공공 공간을 사유화하고, 시민의 시선을 강제로 점유하며, 선거 후엔 플라스틱 쓰레기로 남는 현수막 정치는 이제 시대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
한윤조 논설위원 hanyunjo@im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