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는 최근 "주사기 등 기본적인 의료 소모품은 모든 진료 행위의 근간이며, 그 공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필수 진료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전쟁에 따른 원유(原油) 대란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해 필수의료 소모품의 가격 인상과 품절(品切)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이 같은 의료 위기가 조만간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임은 자명하다.
특히 의사회는 "이런 상황은 단순한 유통상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면서 "만성질환 환자, 당뇨병 환자, 예방접종 대상자 등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중동 사태로 인해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副産物)을 원료로 하는 모든 석유·화학 제품에 영향을 미칠 것임은 삼척동자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1차원적인 휘발유·경유 가격에만 몰입되어 최고가격제와 차량 5부제·2부제 시행 등 국민에게 고통(苦痛)을 전가하는 보여 주기 쇼(show)에만 급급한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스크 대란 등을 겪고서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다. 의료 소모품, 공사 현장의 각종 재료, 자동차 엔진오일 등 생활·산업 필수품의 공급 차질과 매점매석(買占賣惜)이 벌어질 수 있고,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쟁 추경 23조원 편성'으로 생색을 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추경 100조원을 뿌려도 환율과 물가만 폭등시킬 뿐이다. 문제 해결의 본질(本質)은 '원유 확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4일 "(내년 초까지) 필요한 석유가 확보되어 있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 대체 수송로를 확보하고, 미국 석유 수입량을 4배 늘리며, 중앙아시아·중남미·캐나다·싱가포르 등으로부터 원유와 석유제품을 공급받는다고 구체적인 방안도 공개했다. 부족한 물량은 비축유 방출로 메운다.
반면 한국에서는 장기적인 원유 확보는커녕, 우선 구매권(于先購買券)을 행사할 수 있었던 국제비축유 90만 배럴조차 어딘가에 빼앗기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5일 여의도 벚꽃축제에서 웃으며 셀카를 찍고 있는 대통령 부부의 여유로운 모습이 어색한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일까.
석민 선임논설위원 sukmin@imae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