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라이프] 볼링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입력 2026-04-07 13: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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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젊음의 공간'에서 2020년대 '가족의 공간'으로
반전 가능성 등 매력 넘쳐…락볼링장·키즈레인 등 형태 변화도

윤영희 대구 수성구 볼링협회 이사가 투구하고 있다. 대구시볼링협회 제공
윤영희 대구 수성구 볼링협회 이사가 투구하고 있다. 대구시볼링협회 제공

한국은 볼링 강국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을 당시 권종률이 남자 개인전 금메달을 땄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1978년 방콕 대회부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9차례 동안 금메달 33개, 은메달 22개, 동메달 23개를 획득했다. 금메달 갯수로만 봐도 일본(18개)을 여유롭게 따돌리며, 총 메달 갯수도 일본(40개), 말레이시아(32개), 중국(5개)을 압도한다. 이런 탓인지 2022년 항저우 대회부터는 정식종목에서 제외됐으며 올해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도 볼링이 제외됐다.

2000년대 들어 시들해졌나 싶었던 볼링은 '볼링펍' 혹은 '락볼링장'처럼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접목시키며 부활의 신호탄을 올렸다. 여기에 건재한 마니아층의 존재, 연예인들의 관심과 이를 통한 콘텐츠화로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90년대만큼의 선풍적 인기는 아닐지라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지금도 꾸준한 인기를 얻는 스포츠가 바로 볼링이다.

◆쉬운 접근·숨은 반전이 볼링 매력

김정민(45) 대구시 볼링협회 이사와 윤영희(56) 대구 수성구 볼링협회 이사는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볼링 선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20대 때 우연히 접한 볼링이 낮에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선수로 활동하게 만들었다. 선수로서의 실력도 출중해서 김 이사는 지난달 22일 대구 삼우볼링장에서 열린 제36회 대구시협회장기클럽대항볼링대회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두 사람에게 볼링의 매력을 물었더니 윤 이사는 쉬운 접근성을, 김 이사는 반전 가능성을 꼽았다.

"볼링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스포츠고, 볼링장에서 신발이나 공 같은 장비들도 대여해 주잖아요. 그래서 크게 장비를 마련하지 않아도 일단 볼링장만 있으면 가서 칠 수 있다보니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 생각해요. 저도 대학생 때 친구들과 맨손으로 가서 처음 접했다가 지금은 투잡으로 선수 활동까지 하고 있잖아요."(윤영희)

"경기를 하는 선수의 입장으로 보면 10번째 프레임이 보너스 프레임으로서 반전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봐요. 10번째 프레임은 투구를 세 번 하니까 막판에 스트라이크를 하면 야구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상황이 펼쳐져요. 그렇게 역전승을 했던 경험도 더러 있기도 해서 '반전 매력'을 볼링의 매력으로 꼽고 싶네요."(김정민)

배우 김수현이 지난 2017년 MBC
배우 김수현이 지난 2017년 MBC '무한도전'에 출연해서 볼링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올끌 (All of MBClassic)' 캡쳐
지난 2013년 KBS
지난 2013년 KBS '우리동네 예체능'에 출연한 코미디언 이병진. 'KBS Entertain: 깔깔티비' 캡쳐

◆ "요즘은 학생들도 많이 와요."

2000년대 초 잠시 주춤했던 볼링의 인기가 다시 살아난 데에는 연예인들이 볼링을 즐기는 모습이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비춰진 게 컸다. 배우 김수현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볼링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코미디언 이병진은 실제로 볼링장을 운영했던 경험도 있으며, 지난 2013년 KBS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예체능' 볼링 편에 출연, 대구에서 한 볼링클럽 선수들과 대결을 펼친 적도 있다.

김 이사와 윤 이사를 포함한 볼링 관계자들은 이 때가 볼링의 인기가 되살아난 때라고 말한다. 이상미 대구시볼링협회 이사는 "이 때 각 볼링장들이 지상파 TV의 위력을 실감했던 시기"라며 "코로나19 이후 다시 줄어들기는 했지만 TV 프로그램에 볼링이 조명된 뒤 볼링장 레인이 빌 새가 없었다"고 말했다.

10여년 전 TV 프로그램의 노출에 더해 요즘은 아이돌들의 유튜브 속 자체 콘텐츠 소재로 볼링을 택하는 경우도 있어서 10대들에게도 볼링은 낯설지 않다. 그래서 볼링장에 10대들도 의외로 많이 찾아온다고.

"학생들이 PC방 대신 실내 스포츠로 즐기려고 볼링장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남학생들이 많은데, 파이팅은 선수 못지 않아요. 시끌시끌하니 분위기는 좋죠."(이상미)

지난달 22일 대구 삼우볼링장에서 열린 제36회 대구시협회장기클럽대항볼링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대구시볼링협회 제공
지난달 22일 대구 삼우볼링장에서 열린 제36회 대구시협회장기클럽대항볼링대회에 참가한 선수들. 대구시볼링협회 제공

◆이제는 가족 모두가 즐기는 운동

한국 레저스포츠 역사에서 볼링은 꾸준한 인기를 얻어온 종목이다. 1990년대부터 대중화되며 빌딩 위에 올라간 볼링 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시절, 볼링장은 청춘들의 '만남의 장소'였고 '직장인들의 스포츠'로 여겨졌다.

윤영희 이사와 김정민 이사는 볼링으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가정을 만들었다. 두 사람 모두 "태교를 볼링장에서 했다"고 말할 정도로 임신했을 때에도 볼링장에 갔다. 정말 볼링장 태교의 덕분인지 김 이사의 자녀는 학교에서 볼링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볼링의 또 다른 매력을 '가족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라는 점을 꼽기도 한다.

"저나 윤 이사님이나 생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선수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말을 하기도 해요. 볼링이 프로와 아마추어의 실력 차이가 야구나 축구만큼 크게 차이나는 스포츠는 아니다보니 생활체육 선수로서의 활동도 나름 편하게 할 수 있다고 봐야죠."(김정민)

"예전에 '볼링은 운동 안 된다'는 말도 있었잖아요. 그런데 개인 한 사람이 15파운드(약 6.8㎏)의 공을 10프레임에 맞춰 여러 번 굴리다보면 결국 써야 될 근육 다 쓰면서 땀도 나고 운동이 돼요."(윤영희)

요즘 어린이를 위한 '키즈 레인'을 만드는 볼링장도 늘고 있다. 키즈 레인은 어린이들이 볼링에 재미를 느끼도록 공이 거터(공이 빠지는 도랑)에 빠지지 않게 울타리를 쳐 놓은 레인이다. 어린이들이 처음 볼링공을 굴리면 거터에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어도 공이 핀을 치도록 만들어놓은 것.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링을 즐기게 하려면 매체 노출과 더불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동네 예체능'같은 지상파 TV 프로그램 노출이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인기를 늘려나가기 위해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이라던가 청소년들의 '방과 후 활동'을 통해 볼링을 접하게 만드는 교육 시스템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좀 더 즐겁게 볼링을 즐기는 사람이 늘었으면 좋겠어요."(김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