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과 커터칼 "대전은요?"
2006년 5월 31일 치러진 4회 지선은 한나라당이 3회 지선에 이어 재차 압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민주당계 정당이 둘(미니 여당 열린우리당, 호남 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로 갈라진 구도를 공략해서다. 이 압승을 더욱 단단하게 또 인상적으로 구현한 인물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다.
4회 지선 결과는 광역단체장 자리 16개 중 한나라당 12개, 민주당 2개, 열린우리당 1개, 무소속 1개였다. 민주당은 광주와 전남을, 열린우리당은 전북을 차지했다. 즉, 텃밭을 겨우 나눠 먹었다. 무소속 1곳 당선 사례는 제주도였는데,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한 김태환 후보가 반발해 무소속으로 나서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차지했으니 사실상 한나라당의 작품이다. 그리고 나머지 수도권·영남·충청·강원 지역이 한나라당의 파란색으로 칠해졌다.
물론 접전지도 있었다. 대전이었다. 한나라당 출신이지만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선 전임 대전시장 염홍철 후보가 우세하다는 예측이 나와 여당이 충청권에서 섬 하나라도 얻을 수 있을 걸로 봤다. 그러나 선거일 11일 전이었던 5월 20일, 선거 판도를 바꾸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 박근혜 대표가 서울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던 중 괴한으로부터 커터칼로 얼굴에 자상을 입은 것.
이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깨어난 박근혜 대표가 가장 먼저 했다는 말 "대전은요?"가 톱 뉴스 제목이었다. 선당후사(先黨後私, 내 안위보다 당이 우선)라는 말도 띄운 이 사례는 박성효 한나라당 후보의 대전시장 역전 승리 결과를 만들었다. 대전마저 취하며 민주당계 정당 둘을 호남으로 밀어붙이는 구도를 완성시켰다.
그러면서 박근혜가 얻은 별명이 '선거의 여왕'이다. 당장은 대권 주자가 되지 못했으나 1년 뒤인 2007년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켰고, 다시 1년이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자유선진당·친박연대 범보수 진영을 꾸려 압승을 거뒀다.
물론 위기도 있었지만 뒤집었다. 2012년 19대 총선 땐 전년(2011)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한나라당의 후신 새누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과반인 152석(민주통합당은 127석)을 얻었다. 이어 같은해 곧장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51.55%의 득표율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48.02%)를 꺾고 당선, 선거의 여왕 이력의 대미를 장식했다.
4회 지선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21대 대선 국민의힘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처음으로 서울시장·경기지사에 당선된 선거이기도 하다. 이후 두 사람은 꾸준히 보수 진영 대권 주자의 수식을 얻었다.
◆이재명의 상승가도
이명박 대통령 시기 5회 지선(2010년 6월 2일)과 박근혜 대통령 시기 6회 지선(2014년 6월 4일)은 두 진영이 사실상 무승부 기록을 연거푸 쓴 사례다. 5회 지선은 여당 한나라당이 3·4회 지선 압승 행진을 멈추며 상대적으로 참패한 맥락이고(광역단체장 한나라당 6곳, 민주당 7곳, 무소속 2곳, 자유선진당 1곳 당선), 6회 지선은 여당 새누리당이 선거 2개월 전 발생한 세월호 사고로 악화한 민심을 방어한 형국이다(새누리당 8곳, 새정치민주연합 9곳 당선).
두 선거에서 기라성 같은 광역단체장 당선자 명단이 작성됐지만, 주목할 인물은 정작 기초단체장 당선자다.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다.
그는 2006년 4회 지선과 2008년 18대 총선에서 연거푸 경기 성남 민심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5회 지선에서 처음으로 성남시장에 당선됐고, 6회 지선에서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이 기세를 7회 지선(2018년 6월 13일) 때 경기지사에 당선되며 더욱 높였다. 경기지사 자리는 이후 당권·대권 둘 다 접수하는 정치 행보의 기반이 됐다.
7회 지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2017년 3월 10일 파면되고 1년 3개월 뒤 실시돼 2차례 이어진 무승부 구도를 깬 선거였다. 14개 광역단체장을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자유한국당은 텃밭 영남에서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마저 빼앗기고 TK(대구, 경북)만 겨우 지켰다.
◆박원순·오거돈·김경수의 헌납
끝없이 몰락할 줄 알았던 보수 진영 국민의힘은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탄생시킨 직후 치러진 8회 지선(2022년 6월 1일) 때 광역단체장 12곳 당선 성과를 올렸다.(더불어민주당은 5곳 당선)
보수 진영의 7회 지선 참패 원흉이 국정농단으로 파면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면, 진보 진영의 8회 지선 참패는 박원순·오거돈·김경수가 원흉이었다. 시대 흐름에 따라 공인에 대한 도덕성 잣대가 한층 강화된 분위기가 선거에 짙게 깔렸다.
서울시장의 경우 2020년 7월 9일 박원순 시장 사망으로 2021년 4월 7일 마련된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됐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재선 시장직에서 사퇴한 후 2번의 선거(20·21대 총선)에서 연거푸 낙선해 정치인생이 끝나는듯 했지만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이어 오세훈 시장은 1년 뒤 치러진 8회 지선에서 59.05% 대 39.24%의 득표율로 여유롭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었다.
부산시장 자리는 오거돈 시장이 2020년 4월 23일 성추행 범행을 시인하며 사의를 밝혀 빈 자리를 2021년 재보궐선거 때 박형준 시장이 차지, 역시 1년 뒤 8회 지선에서도 유지했다.
경남지사직은 2021년 7월 21일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대법원 징역 2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며 마침 10개월 뒤였던 8회 지선 대상이 됐다. 이때 박완수 국민의힘 후보가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65.79% 대 29.33%의 압도적 득표율로 꺾었다.
박완수 후보는 창원시장과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등 경남에서만 5선을 한 베테랑, 양문석 후보는 경남 통영 출신이긴 하지만 2차례 국회의원 도전에서 낙선한 풋내기였다. 이후 2024년 22대 총선에서 경기 안산갑 의원으로 당선된 양문석은 사기대출 범죄로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다.
해당 범행은 2021년 이뤄졌는데 8회 지선이 2022년에 치러졌으니, 그가 자칫 경남지사에 당선됐다면 경남도민들은 범죄자 도지사 때문에 또 선거를 치르는 피로감에 휩싸일 뻔 했다.
◆文·尹과의 연결고리는?
YS(김영삼) 정부 때 치러진 1회 지선이 DJ(김대중), 2회 지선이 노무현, 3회 지선이 MB(이명박), 4회 지선이 박근혜의 대권을 창출했고, 5·6·7회 지선에서는 이재명이 승승장구한 대권 빌드업이 확인된다.
지선과 대권의 연결고리를 다룬 이 이야기에서 빠진 인물이 文·尹, 두 전직 대통령이다.
문재인의 선거 관련 족적은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친구 노무현의 대권 도전 때 새천년민주당 부산 선대위원장을 맡은 것 ▷2012년 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초선 배지를 달고 ▷같은해 18대 대선에 나선 것 ▷이후 잠행을 하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로 선출됐으나 ▷20대 총선(2016년 4월 13일) 진두지휘를 김종인 선대위 체제에 맡긴 뒤 ▷재차 잠행하던 중 ▷2017년 박근혜 파면으로 조기 실시된 19대 대선에서 대권을 차지한 것이다.
즉, 지선과는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다. DJ도 평생 2차례(1980년대 미국 망명과 1992년 14대 대선 낙선 후 정계은퇴 선언)한 잠행을 문 대통령은 5년 중 2차례나 시도한 게 대신 드러나는 특징이다. 현역 때 선거를 많이 이끌어보지 못해 아쉬운걸까. 그는 퇴임해 낙향한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지속해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첫 선거인 20대 대선에서 단번에 대권을 잡은 검사 출신 윤석열은 당연히 역대 선거와 인연이 없다. 다만, 간접적 영향이라면 박영수 특검에서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문재인 정부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아 다스 300억원 횡령 등 혐의로 이명박을 구속시킨 게 있다.
그리고 이번 9회 지선은 앞서 박근혜 파면이 보수 참패로 연결된 7회 지선과 닮은꼴일지 여부에, 즉 대통령(윤석열) 파면이 재차 보수 참패를 만드는 '역사의 반복'이 나타날지 여부에 시선이 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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