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 시기 10~11세…숏폼 노출 최대한 자제를

입력 2026-04-07 15:21:54 수정 2026-04-07 16: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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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심리상담 진행해온 정수미 박사 "스마트폰 사용은 10살 이후부터"
지루함 못 견디는 아이들… 문해력 저하에 학습·정서 문제까지
"가정과 학교, 사회가 같은 방향 바라볼 수 있는 정책 마련돼야"

청소년 문해력 저하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학습 문제가 아니라 가정환경과 학교 교육이 맞물린 복합적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 변화 속에서 가정의 역할과 함께, 공교육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신문은 심리상담과 학교 교육 현장을 각각 대표하는 전문가를 통해 문해력 저하의 원인과 해법을 짚어봤다.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달서구에서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A씨는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이후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했지만, 숏폼 콘텐츠는 집중력 저하 우려로 제한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전후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언어 발달 격차가 벌어진 것을 체감했다"며 "아이에게 '사과'라는 단어 하나를 가르칠 때도 색깔과 모양, 맛을 함께 설명하고 실제 사과를 보여주는 등 최대한 다양한 자극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인지 또래보다 문장 표현력과 어휘력이 빠른 편"이라고 덧붙였다.

#서구에서 고등학생 1명과 중학생,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B씨 역시 집중력 저하와 그에 따른 문해력 약화를 우려해 자녀별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첫째는 고등학교 진학 이후 사용을 허용했으며, 둘째와 막내는 하루 4시간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시기에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가 문해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같은 환경에서도 가정에서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해력 저하가 확산되는 가운데, 가정 내에서의 스마트폰 사용 관리 또한 아동의 문해력 형성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사용 시기와 방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 노출을 줄이고, 가정 내 일관된 기준을 세우는 것이 문해력 저하와 정서 문제를 동시에 예방하는 해법으로 제시된다.

정수미 미술치료학 박사(대구심리상담센터 웰마인드 대표원장). 독자 제공
정수미 미술치료학 박사(대구심리상담센터 웰마인드 대표원장). 독자 제공

정수미 미술치료학 박사는 대구심리상담센터 웰마인드 대표원장으로, 아동·청소년·성인·가족을 대상으로 10년 이상 심리상담을 진행해 온 전문가다. 현재 동국대학교 미래융합대학원 상담코칭학과 비전임교수로 재직하며 상담 전문 인력 양성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수미 박사는 "요즘은 상담실 문을 여는 이유의 절반이 스마트폰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표면적으로는 학습 부진이나 또래 관계 문제로 오는 학부모들도 이야기를 풀다 보면 결국 스마트폰 갈등이 가정 안에서 이미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스마트폰, 특히 숏폼 콘텐츠가 아이들의 문해력과 집중력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숏폼 콘텐츠는 15초, 30초 안에 자극을 주도록 설계돼 있어 아이들이 그 리듬에 익숙해지면 호흡이 긴 글이나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는 힘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아이들이 '책이 재미없다'고 했다면, 요즘은 '기다리기 싫다', '답답하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며 "이건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빠른 자극에 반응하도록 훈련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더 구체적이다. 문해력은 글자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의미를 스스로 구성하는 능력인데, 이 과정 자체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 박사는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책은 너무 느려서 졸린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 아이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이미 빠른 자극에 익숙한 속도에 적응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의 경우 하루 6~7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국어 시험 지문을 읽다가 중간에 포기한다고 했다"며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과다 사용은 문해력 저하뿐 아니라 학습과 정서, 행동 문제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어 "스마트폰 하나가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아니지만, 과다 사용 아이들에게서 학습 집중력 저하, 감정 조절 어려움, 또래 관계 문제가 함께 나타나는 건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패턴"이라며 "지루함을 버티는 힘이 떨어지고, 작은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스마트폰 사용 시기에 대해 초등 고학년, 10~11세 이후를 권했다.

그는 "초등 저학년은 전두엽이 아직 발달 중이라 스스로 멈추는 기능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며 "그 시기에 스마트폰을 주면 규칙보다 자극이 이기는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고학년이 되면 약속과 책임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해 '숙제 끝나면 1시간'처럼 기준을 함께 만들고 지키는 경험이 가능해진다"며 "언제 시작하느냐만큼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용 제한 방식에 대해서는 '콘텐츠 관리'를 우선으로 꼽았다.

정 박사는 "같은 한 시간이라도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영향을 준다"며 "교육적인 영상과 자극적인 숏폼은 같은 시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래 관계로 인한 현실적 어려움과 함께 부모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 어머니가 '아이만 단체 채팅방이 없으면 따돌림당할까 봐 못 뺏겠다'고 하셨다. 아예 금지하기보다 가정만의 기준을 만드는 방향이 현실적"이라면서도 "부모가 먼저 모델이 돼야 한다. 아이에게는 '그만 보라'고 하면서 식탁에서 스마트폰을 보면 그 규칙은 오래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사 시간이나 잠자리 전에는 가족 모두가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문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책적 대응 필요성도 제기했다.

정 박사는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플랫폼 자체가 사용자를 오래 붙잡도록 설계된 구조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절제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며 "호주는 16세 미만 소셜미디어 사용을 제한하고, 프랑스는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소한 학교 현장에서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학교에서는 금지하고 집에서는 자유로운 경우 아이들이 더 혼란스러워한다"며 "가정과 학교, 사회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정책이 틀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