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혜원 신윤복의 '연소답청'은 한량과 기녀의 봄나들이 모습이다. 답청은 파릇파릇 돋아난 풀을 밟고 거닐며 새봄의 자연을 즐기던 삼월삼짇날 세시풍속이다. 3.3으로 양의 수가 겹치는 양기 왕성한 날이라 남성들은 이 날을 각별히 기념했다. 우리말로는 삼질이라고 했고, 한자로는 상사(上巳), 원사(元巳), 중삼(重三), 상제(上除), 삼진일(三辰日), 답청절(踏靑節)로도 부른 명절이다.
진달래꽃을 따다 동그랗게 빚은 찹쌀 반죽에 꽃잎을 올려 기름에 지진 진달래 화전(花煎)은 빠트릴 수 없는 봄맛이다. 여린 미나리 국에 향긋한 쑥떡을 차려놓고 놓고 친구를 초대해 술자리를 함께하기도 했고, '연소답청'처럼 탈것을 마련해 기생을 동반하고 교외로 놀러 나가기도 했다.
이날 세 팀이 도성을 벗어나는 세 갈래 길에서 만나기로 했다. 기생은 조랑말을 탔고, 한량과 시중꾼은 걸어간다. 두 팀은 이미 도착해 있는데 제일 아래쪽 팀이 지각이다. 말 위의 기생은 쓰개치마가 펄럭이고, 한량은 급한 걸음에 갓이 벗겨져 뒤로 넘어가 상투가 드러났고 옷자락이 휘날린다. 고삐를 잡은 소년은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이다.
이들 중 리더는 제일 오른쪽 한량이다. 허벅대님을 한쪽 무릎에 맵시 있게 매었고, 겉옷은 양쪽 옷자락을 뒤로 묶어 걸음걸이를 간편하게 했으며, 그 안에 붉은색과 흰색의 길고 짧은 누비조끼를 입었다. 아직 봄추위가 가시지 않은 때라 한량들은 모두 누비조끼를 갖추었지만 이 분은 특별히 두 벌을 겹쳐 레이어드 룩으로 멋을 냈다. 마부의 벙거지를 뺏어 쓰고 말고삐를 직접 잡으며 운전기사(?)를 자처한다. 이 분의 파트너는 벌써 긴 장죽을 물었고, 언덕의 진달래를 꺾어 머리에 꽂아 봄놀이 기분을 냈다. 한참을 기다렸나보다. 졸지에 모자를 뺏긴 견마잡이는 한손에 여전히 채찍을 든 채 다른 손에 서방님의 갓을 들고 엉거주춤 대기 중이다.
바야흐로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와 봄기운이 무성해지는 때다. 얼었던 땅이 녹아 부풀어 오르며 생명이 움트고 꽃이 피어난다. 청명한 봄이 오면, 마땅히 산과 들과 강을 찾아 이 계절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사유하는 즐거움을 누릴 일이다.
대구의 미술사연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