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뒤끝?…"나토 국가들, 이란 전쟁 끝나고 보자"

입력 2026-04-01 18:16:21 수정 2026-04-01 19: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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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에 수수방관했던 유럽 국가들 비난
호르무즈해협 걸어 잠그려는 이란, 나 몰라라
호르무즈 사이에 둔 UAE, 참전 여부 저울질

지난달 3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편투표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 도중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편투표 관련 행정명령 서명식 도중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뒤끝이 매섭다.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도움을 요청했지만 태무심했던 대서양 동맹에 대한 실망감을 호르무즈해협으로 표출하고 있어서다. 아예 종전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까지 벼르고 있다. 원유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국가들이 알아서 각자도생하라는 논리다. 연쇄적으로 이란과 호르무즈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참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알아서들~

트럼프 대통령이 불편한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대서양 동맹에 대한 불쾌지수는 수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란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의 안전이 불명확해진 것에 대해 알아서 하라는 식의 대응을 내놓은 것이다.

대서양 동맹으로 끈끈한 유대감을 과시했던 영국과 프랑스 등으로서는 격세지감이다. 항공유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영국에 "직접 호르무즈에서 가져가라"고 한 건 애교 축에 속한다. 프랑스가 영공 사용을 불허한 데 대해 "기억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탈리아는 중동으로 향할 미군 항공기가 시칠리아 공군 기지를 일시 사용하는 것을 불허했고, 스페인도 미국의 이란 침공을 국제법상 불법이라 비판하며 작전 수행 중인 미국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금지했다.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화물선들이 항해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화물선들이 항해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은 이번 전쟁을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격언을 적용할 기회로 삼은 것처럼 보인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3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불행히도, 한동안 이 나라에 도움이 되어 온 이 동맹(나토)이 여전히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아니면 미국이 단순히 유럽을 방어하는 입장에 머무르는 일방통행로가 되어버렸는지, 우리는 다시 검토해야만 할 것 같다"며 나토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전쟁비용 부담도 동맹으로서의 자세를 따져 묻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걸프지역 국가들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동맹국 모두에게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도 1991년 미국이 이라크와 벌인 걸프전 당시 5억 달러를 분담하고 의료 지원 등에 동참한 바 있다.

◆UAE, 호르무즈해협이 곧 숨구멍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관련 문제의 뒤처리를 하지 않은 채 종전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아랍에미리트(UAE)가 참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UAE는 이란과 호르무즈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나라다. 아랍국가임에도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이는 등 이란과는 다소 각을 세우고 있던 차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 아랍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UAE가 호르무즈해협 안전 확보를 위해 해협 내 기뢰 제거 작업 지원 등 군사적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
[그래픽] '미·이란 전쟁 한달' 이란의 걸프국 미사일·드론 발사 현황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헤란을 불바다로 만들며 시작된 전쟁은 한 달 만에 중동 전체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화마로 돌변했다. 초기 이란 지도부를 겨냥했던 '참수 작전'에도 결정적 승기를 잡지 못하자, 이스라엘은 이란의 목숨줄과도 같은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과 아살루예 에너지 허브를 초토화하는 '기반 시설 파괴전'을 병행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즉각 아랍에미리트(UAE)의 자예드 항구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정유 시설, 카타르의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 등에 무차별적인 드론 및 미사일 보복을 가하며 맞불을 놓았다. yoon2@yna.co.kr (끝)

특히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군사 강국들이 무력을 동원해 해협을 개방할 수 있도록 연합체 구성을 촉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외교적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UAE의 결단에는 이유가 있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지금까지 2천500발이 넘는 미사일과 드론으로 UAE를 맹폭했다. 이는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쏜 발사체 수보다도 많다.

UAE의 참전 검토는 호르무즈해협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해상으로 수출하는 주요 통로인 만큼 개방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인 것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개전 이후 두바이 호텔과 공항이 폭격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전 카드를 더 자주 만지작거렸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