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지인에 수억원대 공연 수의계약 준 이천문화재단

입력 2026-04-09 1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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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문화재단 전경. 이천문화재단
이천문화재단 전경. 이천문화재단

이천문화재단이 대표와 같은 교회를 다니는 대표의 지인에게 수억원대 일감을 수의계약으로 주고 대표의 처형에게도 공연 무대를 맡겨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재단은 일부 업체와는 1회차 계약만 하고 오전·오후 공연을 요청하는 등 '열정페이' 논란도 일고 있다.

9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이천문화재단은 202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까지 자체기획공연 31건을 주최하며 총 20억원을 썼다. 업체 15곳에 뿌려진 20억원 가운데 10% 넘는 2억5천만원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건 '앤드율'이란 개인사업자였다. 이는 업체 15곳 가운데 수주 3위에 해당하며 국립합창단과 코리아모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제친 실적이다.

2024년 12월 '감사와 희망의 음악회 공연'을 앤드율과 4천400만원에 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년 동안 이천아트홀에서 진행된 '하우스 콘서트' 등을 앤드율에 맡기며 총 1억1천28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수험생 격려 콘서트 예산 5천만원도 올해 열린 4천400만원짜리 콘서트도 앤드율 차지였다.

문제는 앤드율 대표가 이천문화재단 대표의 지인이라는 점이다. 성악가 출신인 이 둘은 서울 한 대형 교회에서 함께 공연을 할 정도로 친분이 깊은 사이다. 게다가 이천문화재단 대표의 처형인 피아니스트 이모 씨도 이천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공연에 수 차례 등장하기도 했다. 이천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유럽 출장 무대에도 이 씨는 동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천문화재단 대표 A 씨는 "특별히 지인이어서 의도적으로 계약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공연을 열기 위해 이와 같이 진행된 부분이 있는 것"이라며 "처형은 내가 스위스 유학 시절부터 음악적인 동반자였다. 내 모든 공연 반주를 해준 사람이다. 음악이라는 게 합이 중요해 내가 직접 노래를 하는 공연이 있으면 처형에게 부탁했던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이천문화재단이 공연기획사의 상세 자금 집행 내역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각 공연에 출연한 예술인과 기획사 사이 금전 계약서를 공개해 줄 수 있냐"는 요청에 이천문화재단은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기획사와 예술인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열정 페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조다. 이천문화재단이 기획사와 1회차 공연만 계약하고 오전 오후 각기 다른 이름의 공연을 요구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1회차 돈만 내고 2회차 공연을 요구한 셈이다. 이천문화재단은 기획사가 뮤지션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지불했는지 파악할 방법이 현재로는 없다.

이에 대해 A 씨는 "각 아티스트 출연료는 사기업의 영업 기밀인 부분이 있어서 공공기관이 이를 받기 쉽지 않다"며 "좋은 방법을 찾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 예술계 관계자는 "예술가 출신을 재단에 데려다 놓은 건 많은 인맥으로 좋은 공연을 하라는 취지도 있긴 하다. 무작정 지인을 무대에 세웠다고 나쁘게 볼 건 아니다"라면서도 "기획사가 아티스트에게 제대로 된 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티스트의 경우 이를 기획사에게 따지기가 쉽지 않다. 제대로 된 금원이 지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