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세수 25조 투입·국채 상환 병행…재정 건전성 논란 속 '성장률 효과' 강조
에너지·교통·농어업 지원 확대…청년 창업·지역 투자까지 포함되며 '매표용' 비판
정부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대응해 26조2천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외환위기 이후 일곱 번째 초과세수 추경이다. 중동전쟁 이후 배럴당 167달러까지 치솟은 국제유가가 직접적 배경으로, 민생 안정과 경기 방어가 목표라는 설명이다.
◆재원은 어디서 나오나
지난달 28일 발발한 중동전쟁은 4주 만에 세계 경제 전반을 흔들었다. 두바이유 가격은 전쟁 전날인 지난달 27일 배럴당 71달러에서 이달 19일 167달러까지 135.2% 급등했다. 이달 25일 현재 143달러 수준이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의 2배를 넘는다. 원·달러 환율은 1천439원에서 1천499원대로 올랐고, 국내 유가증권시장 지수는 6,244에서 5,642로 9.6% 하락했다. 상하이 컨테이너운임(SCFI) 지수도 이달 들어 1,251에서 1,707로 36.4% 뛰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적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선제적 지원"이라고 이번 추경의 취지를 설명했다.
기획처에 따르면 이번 추경 재원 구성은 초과세수 25조2천억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원이다. 초과세수의 세목별 구성을 보면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른 법인세가 14조8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증권거래세·농어촌특별세 10조3천억원, 근로소득세 4조8천억원이 뒤를 잇는다. 반면 유류세·자동차 탄력세율 인하에 따라 교통세·개별소비세·교육세는 4조7천억원 감액 경정됐다.
정부는 추가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데서 나아가 1조원의 기존 국채를 상환한다. 이로써 총지출은 본예산의 727조9천억원에서 753조1천억원으로 11.8% 늘어난다. 다만 국가채무 비율이 1.0%포인트(p) 낮아지는 배경에는 국채 상환 효과(0.1%p)보다 올해 성장률 전망 상향(명목 3.9%→4.9%) 효과(0.9%p)가 더 크게 작용했다.
기획처 관계자는 '국채 1조원 상환으로 채무 비율이 1%p 떨어지는 것이 산술적으로 맞는지'와 관련해 "국내총생산(GDP) 모수가 커진 효과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고유가 직접 지원…인구감소지역·농어민 혜택 두터워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소득 하위 70% 이하 국민 3천256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60만원이 지급된다. 지역과 소득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데, 수도권 일반 가구는 최소 10만원이지만 비수도권 일반 가구는 15만원, 인구감소 우대지역은 20만원, 인구감소 특별지역은 25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소득 수준에 따른 추가 지원을 합산하면 인구감소 특별지역 기초수급자는 최대 60만원까지 받는다. 인구감소 우대·특별지역으로 지정된 자치단체가 다수인 경북 농촌·산간 지역 주민의 수혜가 상대적으로 클 전망이다.
지급은 두 차례로 나뉜다. 기초수급자·차상위 가구를 1차로 먼저 지급하고서 건강보험료 등으로 대상을 확정해 소득 하위 70%에 2차 지급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지급 시기는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관계 부처 합동 TF에서 논의한다. 지원금 사용처는 지역화폐와 동일하게 설정되며, 지역화폐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를 써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대중교통비 환급 제도인 K-패스의 환급률도 6개월간 한시적으로 최대 30%p 올라간다. 저소득층은 53%에서 83%로, 3자녀 이상 가구는 50%에서 75%로, 청년·2자녀·어르신은 30%에서 45%, 일반 이용자는 20%에서 30%로 상향된다. 예산 877억원을 투입해 65만명의 신규 대중교통 이용자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저소득 기후민감계층 중 등유·액화석유가스(LPG)를 쓰는 20만가구에는 에너지바우처를 5만원 추가 지급한다(102억원). 지난해 말 동절기 대책에서 발표한 평균 14만7천원 인상분까지 합산하면 지난해보다 총 20만원 오른 수준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시설농가 5만4천개소와 어업인 2만9천명을 대상으로 유가연동 보조금(546억원)이 한시 지원된다. 무기질비료 구매비(42억원)와 축산농가 사료 구입 정책자금(650억원)도 확대돼 비닐하우스 채소 재배 농가가 많은 경북 농업인도 혜택 대상에 포함된다. 영세 화물선사에는 선박용 경유 기준가격(리터〈ℓ〉당 1천700원)을 초과한 인상분의 50%를 보조하며(106억원), 4월 한 달은 한시적으로 70%까지 지원한다.
◆청년·지역 투자 확대…'전쟁 추경' 논란 불가피
민생 안정 분야에서는 청년 창업·일자리에 1조9천억원이 투입된다. 핵심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다. 연 2회, 1만5천명을 대상으로 경진대회를 열어 300명을 선발하고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준다.
지역 창업 생태계 구축과 관련해서는 대구 소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 4대 과기원을 중심으로 과학 중심 창업도시를 조성한다. 4대 과기원 간 창업 경쟁 리그를 신설하고 기관별 15억원씩 총 60억원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지역 창업 생태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직을 포기한 '쉬었음 청년'을 위한 'K-뉴딜 아카데미'도 신설돼 대기업 주도로 직업능력 개발과 직장 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1만5천명을 지원한다.
여기에 위기 소상공인 재도전을 위한 희망리턴패키지는 4만7천건에서 5만5천건(246억원)으로 늘어나고,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소상공인 정책자금 약 3천억원이 추가 공급된다. 폐업 예정 소상공인에게는 점포 철거비 600만원을 지원한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석유화학 등 업계를 중심으로 수혜 대상이 3만8천명에서 4만8천명으로 확대(186억원)된다. 체불임금 청산 대출(899억원)과 저소득 근로자 생활안정자금(316억원)도 추가 공급된다.
산업 지원 분야에서는 수출바우처를 7천개에서 1만4천개로 두 배 확대하고 수출 정책금융 7조1천억원을 추가 공급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지원 규모는 역대 최대인 1조1천억원으로 늘어난다.
지방재정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합산해 9조4천억 원이추가 배분된다. 전국 교부세 총액이 늘어나는 만큼 대구시와 경북도, 각 시·군에 배분되는 몫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통합 지방정부 인센티브를 위한 지방채 인수(1천억원)도 포함됐다.
다만 정부가 중동전쟁 대응을 명분으로 '전쟁 추경'이라 이름 붙였지만 문화·인공지능(AI) 등 평시 사업도 다수 포함돼 야당으로부터 "매표용 돈살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서민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예산 800억원이 편성됐다. 여기에 영화(1회당 6천원 할인·600만명), 공연(1회당 1만원 할인·50만명), 숙박(1박당 2만~3만원 할인·30만명), 휴가비(최대 20만원 지원·7만명) 등 문화·관광 분야 할인도 제공된다(586억원). 숙박 지원 추가 물량 30만장은 전량 인구감소지역에 배정되고 보조율도 50%에서 100%로 한시 상향한다.
박 장관은 이와 관련해 "문화·관광 분야 지원도 내수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와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