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코어에서 고프코어로…패션·아웃도어 경계 허물어져
글로벌 브랜드 신제품 경쟁 본격화, 기능성·스타일 동시 공략
2030 중심 수요 확대…여행·유통까지 시장 전방위 확산
도심을 달리던 러너들이 이제 산으로 향하고 있다. 단순한 기록 경쟁에서 벗어나 자연을 무대로 달리는 '트레일 러닝'과 가벼운 차림으로 즐기는 '등산'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체력을 단련하는 것을 넘어 숲길과 능선을 따라 몸과 마음을 함께 회복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패션 업계가 러닝 열풍에 힘입어 '러닝코어'를 내세워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면, 올해는 트레일 러닝과 트레킹에 맞는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일상과 아웃도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코프코어'(기능성 의류를 일상복과 매치한 의류 트렌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악 레저 스포츠에 맞는 의류·장비는 물론, 봄을 맞아 운동과 여행을 병행하는 투어도 인기를 끌고 있다.
◆ 기능·스타일 잡은 트레일 러닝
러닝이 대세로 자리를 잡으면서, 지난해 러닝코어가 불황 속에서도 패션 산업을 움직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올해는 트레일 러닝이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레일 러닝은 산길과 숲길, 흙길 등 자연 지형을 달리는 운동으로, 일반 러닝보다 전신 근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접지력이 좋은 전용 신발과 급변하는 기후 환경에 맞는 기능성 의류가 적합하다. 글로벌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이런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호카(Hoka)는 두꺼운 쿠션을 앞세운 '맥시멀 러닝화'로 트레일 러너와 울트라마라톤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고 대중 러닝 시장까지 확장하며 대표적인 트레일 러닝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살로몬(Salomon)은 국내 트레일 러닝 대회를 후원하는 것은 물론 자체적인 행사 운영을 통해 관련 산업 생태계를 구축, 브랜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영원아웃도어의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역시 오는 5월 강원도 강릉 및 평창 일대에서 글로벌 트레일러닝 대회 '2026 TNF 100 코리아 위드 벡티브'를 개최한다. 앞서 이달 초에는 트레일 러닝화 '벡티브' 컬렉션을 공개했다. 지난 2021년 출시 후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추진력과 안정성을 끌어올렸다. 최근 2년간 소속 엘리트 선수들이 6천마일 이상의 거리를 달리며 진행한 테스트를 통해 성능을 입증했다.
블랙야크는 최근 내구성과 경량성이 우수한 자카드(실크 원단의 하나) 소재를 활용한 트레킹화 '트레일 X GTX'를 출시했다. 젖은 지면이나 비포장 트레일에서도 안정적으로 접지할 수 있다. 방수와 투습 성능이 뛰어난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해 비나 눈이 내리는 곳이나 물웅덩이에서도 비교적 쾌적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트레일 러닝은 스포츠를 넘어 일상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실제 트레일 러닝화는 기능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일상에서도 착용 가능한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 고프코어 트렌드와 맞물려 이와 관련하 패션 소비도 늘고 있다. 나이키(Nike) ACG 등 기존 브랜드 업계에서도 아웃도어 라인업의 매출이 확대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 일상으로 스며든 '아웃도어' 수요
젊은 층이 취미로 트레킹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패션 업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는 최근 2030 세대 사이에 등산 열풍이 불면서 관련 상품 검색량이 최대 32배 급증했다. SNS를 중심으로 등산을 하고 인증을 남기는 챌린지가 성행하면서 등산 용품 소비도 덩달어 증가한 것이다.
실제 지그재그에 따르면 최근 한 달(2월19일~3월18일까지)간 '등산' 관련 검색량은 1만1천건 이상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급증했다. 등산화(170%)·고글(189%)·등산가방(60%) 등 등산 관련 키워드 검색량도 뛰었다. 같은 기간 아웃도어 관련 상품 거래액은 137% 증가했고 등산과 일상에서 모두 활용 가능한 바람막이와 기능성 반소매 거래액은 각각 77%·103%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2030 여성을 중심으로 러닝·발레에 이어 올봄 등산까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며 "날씨가 풀리면서 한동안 등산 열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련 상품·기획전 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SPA 브랜드 스파오는 봄 시즌을 맞아 아웃도어 트렌드를 반영한 윈드브레이커 컬렉션을 출시했다. 경량성과 자외선 차단, 생활 발수 기능을 갖춰 일상과 야외 활동 모두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이랜드 스파오 관계자는 "가볍고 기능적인 아우터에 대한 수요를 반영해 봄부터 한여름까지 착용 가능한 윈드브레이커 라인업을 구성했다"라며 "앞으로도 고객 맞춤형 소재를 적용한 패션 아이템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LF가 전개하는 아웃도어 슈즈 브랜드 킨(KEEN)은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와 협업을 통해 도심과 캠핑을 아우르는 디자인을 제안한다. 수상 액티비티부터 일상까지 활용 가능한 기능성을 강조했다.
여행 업계에서도 등산을 포함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승우여행사는 등산과 트레킹을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한 '트레킹 비기너'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장비 선택부터 보행법까지 입문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전문 가이드가 동행하며 참가자들의 보행 속도에 맞춰 진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