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카이스트 출신 국내 유일 '물리학자 사제' 김도현 대구가톨릭대 교수

입력 2026-03-27 13:54:29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과학과 종교는 대립하는 것 아닌
서로 상호보완하며 양립하는 것…
AI 시대 문제는 기술 너머 인간의 욕망
부의 편중 및 일자리 감소 심화 불가피
AI가 대체할 수 없는 종교적 감수성
사람들이 다시 찾게 되는 때가 올 것"

현직 물리학자이자 천주교 사제인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 인성교육원 교수). 이연정 기자
현직 물리학자이자 천주교 사제인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 인성교육원 교수). 이연정 기자

물질을 연구하는 과학과 비물질적인 것을 얘기하는 종교. 접점을 찾기 어려울 듯한 이 두 분야를 함께 연구하는 이가 있다. 카이스트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사제 서품을 받은, 국내 유일 '물리학자 신부'인 김도현 신부다.

그의 어깨는 요즘 더욱 무겁다. 앞서 과학과 신앙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지만, 인공지능(AI)은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에 가까운, 또 다른 새로운 문제이기 때문. AI가 보여주는 신앙적 의미는 무엇이며, 앞으로 교회와 신앙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 신부는 최근 펴낸 책 'AI 시대의 삶과 신앙'을 통해 이러한 고민에 한줄기 빛을 제시하고 있다. 그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무척 드문 이력을 지녔다. 사제의 길을 택하게 된 계기는.

▶1976년, 세 살 적에 아버지가 뇌종양 수술을 받으시고 기적적으로 살아나신 후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았다. 학창 시절에는 인간은 왜 태어났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죽음 뒤 세상은 어떠한지 등의 질문이 내면에 가득했었다. 사실 태어나서 30년 가량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묻고 그분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날 카이스트 동기 중 가장 천재라고 평가 받던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울며 기도하던 중, 한 성경 구절이 머릿속을 스쳤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순간 세상에서 무엇을 가진다 한들 결국 하느님 품에서 제대로 죽는 게 가장 좋은 삶이고, 다른 이들 또한 그렇게 잘 죽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무조건 주님을 따르겠다고 결심했다. 외동인데다, 과학도가 갑자기 신학 공부를 하겠다고 하니 주변 반응은 아주 안 좋았다. 거의 미친 사람 취급 당했다.

-두 가지 공부를 같이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신학의 역사가 깊고 양이 방대하다보니, 현실적인 이유로 내려놓을까 말까 고민했던 적은 있다. 사제 서품 직전까지 무려 140학점을 이수해야 하고 과목이 많다. 6년제에다 실습도 나가야하고, 꽤 긴 시간을 매달려야하다보니 중간에 포기할 생각도 했다.

그 와중에 선배 신부들이 "우리나라에서 과학과 신앙 두 가지를 다 공부한 사람이 없으니 한 명은 있어야 하고, 그게 네가 할 일"이라고 했다. 앞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사제가 된 분들 중에는 공부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보니 하나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는 현직 과학자이자 신부인 유일한 사람으로서, 두 가지를 접목해 공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로 어쩔 수 없이 살아야하는 상황이 됐다.(웃음) 책임감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과학과 종교는 대립하고 충돌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지금도 젊은 이공계 교수들은 종교가 없는 분들이 다수고, 나 같은 사람을 이해 못한다. 과학자인데 신앙이 있다고 하는 나에게, 말도 안되는 걸 왜 믿냐고도 한다. 대부분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물질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과학과 신앙을 완전히 이질적인 별개의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반면 삶의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던 60대 이상의 과학자나 의사들은 신부인 내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하소연하기도 한다. 나이가 많은 분들은 자기가 판단했을 때 가망 없다고 생각한 환자가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신앙적인 체험을 하고나서 신앙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 말은 즉, 과학만으로 이 세상의 비물질적인 존재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서로를 보완해주는 개념이랄까. 역사적으로도 과학과 종교는 대립하는 게 아니었다. 중세 시대 때만 해도 신부들이 전세계에서 과학을 제일 잘하는 사람들이었고, 지금 우리가 쓰는 달력, 그레고리오력을 만든 분도 신부다.

어쨌든 과학과 종교에 대해 내가 내린 결론은, 대립하고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화해 가능하고 양립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젊은 시절, 연구 초기에는 두 가지가 별개라는 느낌을 받았다. 신부가 되고자 했을 때 과학을 그만둘까 고민했던 것도,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가 공부한 주제가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인간의 뇌 신경 구조를 본떠 만든 AI 학습 방식)였다. 우리가 만들어낸 디지털 회로보다 인간의 뇌 신경망이 훨씬 복잡하면서도 정교하고, 신비롭게 작동한다는 것을 깨닫고 크게 감동 받았다. 이 세상 만물을 하느님께서 참 멋지게 만드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오히려 신앙에 도움을 받는 쪽으로 나아가는 경험을 했었다.

그래서 과학과 신앙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고민을 끝내고 물리학자이면서 신부로서 살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현직 물리학자이자 천주교 사제인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 인성교육원 교수). 이연정 기자
현직 물리학자이자 천주교 사제인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가톨릭대 인성교육원 교수). 이연정 기자

-최근 펴낸 책에서, 교회는 AI 그 자체보다 기술 뒤에 숨은 인간의 욕망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들이 AI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 바탕에는 AI가 가져올 문제들, 심지어 AGI가 인간 세상을 멸망시킬 수도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얘기들에 빠져있는 경향이 있다.

사실 다수의 사람들은 AI가 그렇게까지 크게 발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AI를 공부한 사람들 대부분도 이렇게까지 흘러가는 걸 원치 않았다. 자꾸 AI로 인해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처럼 부풀리는 건 세계 부호인 극소수 빅테크 소유주들이다. 그 몇몇의 빅테크 기업 CEO들이 AI 뒤에 숨어서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고, 그 사람들의 영향이 너무 크다보니 여러 부작용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좋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이런 식이라면 대기업 몇 곳이 전체를 집어삼킬 것이다. 그런 문제가 이미 시작됐고, 돌이키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특히나 이 문제가 심각한 건, 나아가 부의 불균형이라는 측면이 인류 역사상 가장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도입 이후 아마존은 3만명, 마이크로소프트는 1만5천명을 해고했다. AI에 의해 밀려나는 실직자들이 전세계적으로 생기고 있다. 길거리에 나앉는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교회는 기본적으로, 2천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만든 교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부의 분배를 얘기해왔다. 가난한 이들에게 가진 것을 나눠주라는 것이 복음의 핵심인 것. 그와 정반대로 가는 게 지금 AI 시대다. 몇몇에게 부와 힘이 편중되고, 그로 인해 극빈층이 많이 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지금 그게 제일 큰 걱정이다.

-가톨릭 교회 차원에서도 AI 시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듯하다.

▶책에도 나와있듯, 교황청에서는 AI에 대해 상당히 빨리 문제 제기를 하고 반응해왔다. 그 중 하나가 2020년 발표한 'AI 윤리를 위한 로마의 호소'다. 당시 AI가 개인 정보 침해, 편향성, 자동화에 의한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인간 중심의 AI 발전을 위해 필요한 윤리적 원칙을 제시했다.

지난해 1월 발표한 인공지능(AI) 윤리 가이드라인 문헌 '옛것과 새것'도 중요하다. ▷불평등의 문제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배제되는 문제 ▷허위 정보와 딥페이크 문제 ▷AI가 전쟁에 악용될 가능성 ▷우상 숭배의 가능성 등 AI 시대에 생겨나는 문제들에 대해 꽤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지난해 돌아가신 프란치스코 교황도 수년 전부터 AI의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UN 총회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AI의 올바른 활용에 대해 강조해왔다.

중요한 건 이제 AI 시대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종교계에서 무슨 얘기를 하든 신경을 안쓴다는 것이다. 이미 산업적 구조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가톨릭 교회가 할 수 있는 건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이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교회의 몫일거다.

-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AI 시대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의식과 윤리의식, 환경·생태적 감각, 겸손, 신앙적 감각을 요구하는 시대'라는 책 속 구절이 인상 깊었다.

▶자칫 잘못하면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가장 위대한 피조물인 인간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AI에게 끌려다니는 시대가 될 것이니, 더욱 가장 높은 수준의 인간적인 감각을 갖고 있어야 그렇지 않게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요즘 청년들은 과학적 사고에 익숙한 것 같다. 대학에 있으면서 어떤 점을 느끼는지.

▶2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신앙이나 취업, 학업 문제로 직접 연락해 면담을 청했는데, 지난해를 기점으로 확 줄었다. AI에게 물어보면 10초 만에 답을 주는데 굳이 시간이 드는 방향을 택하지 않는 거다. 젊은 층은 과제는 물론이고 삶의 거의 모든 것을 AI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기존의 교육 시스템도 다 무너졌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원래 삶에 어려움이 있고 무엇에라도 기대고 싶으니 성당을 찾아가는 건데, 어려울 때마다 AI가 답변을 탁탁 내놓으니 신앙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긴 시간에 걸쳐 기도하고, 주님 제가 어떻게 살아야 됩니까 라며 여쭈는 과정이 신앙의 행위인데, 이제 그렇게 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AI 시대,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

▶AI 시대가 심화할수록 오히려 종교의 본연의 의미와 역할이 더 부각이 될 것이라고 본다. 사람은 아프고 외롭고 힘들 때, 결국 감성적인 손길을 바라게 된다.

하지만 AI가 그것까지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존의 불교 경전이나 가톨릭 교리를 단순히 학습하고 정리해서 제시하는 것과, 삶 속에서 그것을 느끼고 깊게 공부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종교인들이 예전보다 더 신앙적인 감각을 날카롭게 하고 제 역할을 하면서 계속 그 자리에 잘 있으면, 결국 사람들은 다시 종교를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AI로 인해 무뎌진 종교적 감수성을 사람들이 다시 찾는 그런 때가 올 거라고 본다.

AI가 할 수 없는 영역, 즉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주고 죽음 이후와 같은 비물질적인 세상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종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본다.

※김도현 신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물리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신학 과정을 거쳐 가톨릭 사제 서품을 받은 국내 유일의 물리학자 신부다. 서울대 이론물리학연구센터 박사 후 연구원,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서강대 물리학과 및 전인교육원 교수, 가톨릭대 성신교정 초빙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 인성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