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8위의 에너지 다소비국(多消費國)인 우리나라가 미-이란전으로 인해 심각한 에너지 안보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우리 수입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그 99%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같이 높은 의존도는 이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곧 대한민국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음을 간과한 측면이 크다.
특히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전기·가스 요금에 유가와 천연가스 요금 등 원가 상승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를 내포(內包)하고 있어 화석 연료를 물 쓰듯 하는 소비 습관에 오래 길들어 있다. 당장 석유와 천연가스도 문제지만 비닐봉지, 포장 용기, 택배 물품, 물티슈 등 일상생활 속 사용 물품 공급의 연쇄 타격이 예상돼도 딱히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단순히 전쟁으로 인한 일시적 공급 절벽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 우리 에너지 정책에 있어 '안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제기되는 이유다.
그나마 한국이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대안은 세계적 수준으로 떠오른 원자력 발전 기술이지만, 과거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가동 역량은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태다. 정비 중인 5기를 포함해 국내 원전 26기 중 10기가 멈춰 있으니,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진 것이다.
뒤늦게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5일 카타르가 불가항력을 선언하며 공급 불가를 선언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 원전 가동률을 80%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LNG는 장기(長期) 비축(備蓄)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이번 전쟁으로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라는 관점에서 전체 화석 연료와 원자력, 신재생 에너지의 적정한 수급 계획을 재점검해야 한다. 지금 중동 전쟁이 휴전된다고 해도 파괴된 에너지 설비가 완전히 회복돼 정상화되는 데는 수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망이 휘청거려선 안 될 일이다.






